▲ 박동훈 사장의 공언대로 SM6는 올해 누적판매 5만대를 넘어섰다. <르노삼성 제공>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3개월 내 2만대, 올해 안에 5만대를 팔겠다.” 박동훈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이 지난 3월 SM6 공식 출시 현장에서 던진 일성이다. 박동훈 사장은 늘 그렇듯 자신감에 가득 찬 확고한 어조로 목표를 밝혔다.

박동훈 사장의 자신감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SM6는 유럽 등 해외에서 먼저 출시돼 국내에서도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고 있는 상태였다. 이러한 기대와 관심은 1만대가 넘는 사전계약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마냥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SM6가 뛰어든 국내 중형세단 시장엔 이미 쏘나타와 K5라는 ‘터줏대감’이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었다. 르노삼성의 지난해 내수시장 전체 판매량이 8만여대에 그쳤다는 점 또한 간과할 수 없었다.

이렇듯 SM6는 출시 전부터 많은 기대와 함께 적잖은 부담을 지니고 있었다.

◇ 2만대·5만대·10만대… 말하는 대로 이룬 박동훈 사장

결과는 해피엔딩이다. 박동훈 사장은 약속을 지켰다.

SM6는 출시 첫 달 6751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쏘나타(YF모델 제외)까지 제치고 해당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지난 5월에는 누적판매 2만184대를 기록하며 석 달 만에 2만대를 판매하겠다던 박동훈 사장의 공언을 현실로 만들었다.

그리고 1일, 르노삼성은 11월 판매실적을 발표했다. SM6의 누적판매량은 5만904대. SM6는 아직 한 달을 더 남겨두고도 가볍게 5만대를 돌파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SM6는 쏘나타를 위협했을 뿐 아니라, 뒤이어 출시된 신형 말리부를 따돌리는데도 성공했다. 신형 말리부는 월간 판매에서 단 한 번도 SM6를 넘어서지 못했다. 제임스김 한국지엠 사장 역시 신형 말리부 출시 당시 “경쟁 차종을 모두 제치고 해당 세그먼트 1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낸 바 있으나, 그의 말은 박동훈 사장과 달리 실현되지 못했다.

박동훈 사장의 기세는 SM6에서 그치지 않았다. 성공에 도취되기보단 다음 작품을 준비했다. 주인공은 하반기 출시한 QM6다. 지난 9월 출시된 QM6는 11월까지 1만3305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하며 SUV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로써 박동훈 사장은 ‘사장 취임 원년’에 2개의 히트작을 선보이며 자신이 내건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하게 됐다. SM6의 연간판매 5만대 돌파와 르노삼성의 내수시장 10만대 돌파가 그것이다. 르노삼성은 11월까지 내수시장 누적판매 9만7000여대를 기록하며 무난히 10만대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 지난 3월 출시된 SM6는 11월 누적판매 5만대를 달성했다. <시사위크>
◇ 여전히 남은 ‘폭스바겐 그림자’

하지만 박동훈 사장은 자신이 이룬 성공을 만끽하지 못하고 있다. 커다란 숙제 하나를 지니고 있는 탓이다.

승승장구하는 박동훈 사장에게 근심을 안겨주는 숙제는 바로 폭스바겐이다. 박동훈 사장은 2005년 폭스바겐코리아 설립 당시 초대 사장을 맡아 2013년까지 재직했고, 이후 르노삼성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장을 맡기 시작한 것은 올해부터다.

그런데 폭스바겐코리아가 인증서류 조작 파문에 휩싸이면서, 박동훈 사장도 여기에 연루됐다. 박동훈 사장 시절에도 인증서류 조작이 이뤄진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박동훈 사장은 처음엔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고, 이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돼 한 차례 더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박동훈 사장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까지 했다. 다만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았고, 결국 검찰은 불구속기소 방침을 밝혔다.

현재 이 사건은 계속해서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검찰은 폭스바겐코리아를 넘어 독일 본사 관계자들까지 조사 대상으로 확대하며 판을 키우고 있다.

다행히 구속은 피한 박동훈 사장이지만, 향후 재판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내년 상반기쯤에는 폭스바겐코리아와 관계자에 대한 재판이 시작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르노삼성 입장에서는 고민이 깊어지는 순간이다. 박동훈 사장의 능력과 성과를 생각하면, 회사를 발전시키기 위해 그만한 리더가 없다. 하지만 재판이 부담이다. 업무 공백이 발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르노삼성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와 관련 한 업계관계자는 “르노삼성 입장에선 박동훈 사장을 끝까지 지키고 싶을 것”이라며 “하지만 그를 끝까지 지키다 유죄 판결이 나올 경우 더욱 난처한 입장이 될 수 있다. 계륵과도 같은 존재가 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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