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 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경배 과학재단' 공식 출범 기자회견에서 서경배 이사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아모레피시픽 서경배 회장의 품질 경영에 금이 가는 모양새다. 이 회사 제품에서 한 달에 한번 꼴로 유해 물질이 검출되고 있어서다. ‘가습기 살균제 치약’ 충격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발암물질’이라는 또 다른 공포가 엄습했다.

◇ 흔들리는 3대 째 내려온 품질 철학

“사업장을 지으면서 가장 역점을 둔 건 ‘절대 품질’을 구축하는 것이다”

지난 2012년 5월, 아모레퍼시픽 경기도 오산 뷰티사업장 준공식에서 나온 서경배 회장의 발언 내용이다. 3년의 공을 들인 전초기지를 최초로 공개하는 이 자리에서 서 회장이 무엇보다 강조한 건 ‘품질’이었다. 서 회장은 재차 “뷰티사업장은 첨단기술로 미래기술의 영역을 열어가는 곳이자 글로벌 절대품질 추구하는 곳”이라고 언급했다.

서 회장의 ‘절대 품질론’은 3대째 내려오는 아모레퍼시픽의 기업 철학이다. 서성한 선대 회장은 “좋은 원료에서 좋은 제품이 나온다”는 말로 아들 서 회장에게 품질 DNA를 이식했다. 서 선대 회장 또한 최상급 동백나무 열매만을 고집했던 어머니 윤독정 여사의 가르침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아모레퍼시픽의 품질경영이 흔들리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자사 제품에서 소비자 건강을 위협하는 유해 물질이 나오면서, 정부로부터 철퇴를 맞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2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네일제품 ‘모디 퀵 드라이어’에 대한 판매중지 및 회수조치 명령을 내렸다. ‘프탈레이트’ 성분이 과다 검출됐다는 이유에서였다. 프탈레이트는 일상에서 접하기 쉬운 발암 물질 가운데 하나다. 주로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만드는 데 사용되는 화학첨가물이다.

내분비계를 교란시키는 환경호르몬의 일종으로 여성불임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유럽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인체 유해성 때문에 생산이나 수입을 중지하는 추세다. 국내에서는 식품용기(2005년)와 플라스틱 완구와 어린이용 제품(2007년)에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문제가 된 제품은 아리따움이 2012년 말경부터 ODM(제조자개발생산) 방식을 통해 제조 및 판매해 왔다. 아리따움은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뷰티 편집숍이다. 6일 식약처는 제조일자가 다른 모디 퀵 드라이어 30개 제품에 대해 동일한 조치를 취했다.

◇ 가습기 살균 성분 이어 미생물, 발암 물질까지...

불과 보름 전에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지난달 21일 식약처는 아리따움의 또 다른 제품에 대해 1개월 판매정지 처분을 내렸다. 당국의 지적을 받은 제품은 ‘아리따움 볼륨업 오일틴트 2·5호’. 오일틴트의 경우 제품 자체에 유해성이 발견됐기 때문은 아니었다. 자사가 규정한 품질관리기준서를 준수하지 않은 탓이었다.

하지만 이 제품 역시 품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 5월 기준치를 초과한 미생물이 검출되면서, 아모레퍼시픽은 자진 회수를 결정한 바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9월 ‘케미포비아’(화학공포증) 현상을 낳은 가습기 살균제 치약 사태의 주범으로 거론돼 곤욕을 치렀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소비자분들께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향후 품질 강화에 힘쓰겠다”며 “모디 퀵 드라이어 구매 고객은 20일까지 매장에서, 이후에는 고객센터를 통해 환불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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