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씨티은행이 계좌유지수수료 도입이 임박하면서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한국씨티은행의 계좌유지수수료 도입이 임박하면서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계좌유지수수료는 과거 한 은행이 도입했다가 실패한 전력이 있는 만큼 업계에선 의견이 분분하다. 고객들의 반발에 부딪쳐 시장 안착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의견이 있는가 하면 새로운 특화 경영전략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 씨티은행, 신규고객에 계좌수수료 5000원 부과

씨티은행은 3월 8일부터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의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계좌유지수수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매월 마지막 영업일을 기준으로 전체 거래 잔액이 1000만원 미만인 고객이 대상이다. 수수료는 5000원으로 책정됐다.

기존 고객과 법인고객, 만 19세 미만과 만 60세 이상 고객 등 금융거래 취약계층, 기초생활보호대상, 장애인 등 사회소외계층에게는 면제된다. 인터넷ㆍ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채널만 이용하는 계좌에도 부과되지 않는다.

이 같은 수수료 도입에 대해 씨티은행 측은 “디지털 채널 사용을 유도하고 기존 고객과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힌 바 있다. 또 계좌유지수수료 제도가 정착되면 미사용 계좌가 줄고 대포통장을 활용한 금융사기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업계에선 고액 자산가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씨티은행은 기업금융의 비중이 높은 편”이라며 “리테일 영업 대신, 고액 자산가 위주의 영업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전략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씨티은행은 대형 자산관리(WM)센터를 개점하며 고액 자산가 선점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수수료가 다른 시중은행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업계에선 현재로선 도입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소비자들의 강한 저항이 있을 뿐 아니라, 수익성 확대로 이어질지도 검증이 안 됐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또 씨티은행처럼 고액 자산가로만 집중된 영업을 하기도 어렵다는 의견이다.

“해외와 금융 풍토 달라” 시중은행 도입 ‘난색’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계좌유지수수료가 일반적으로 도입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와 금융풍토가 다르다”며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수수료 도입에 민감한 한 편이다. 게다가 금융의 공공성이라는 부분을 감안하면 계좌유지수수료 도입을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객의 저변 확대 전략에도 부담을 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 관계자는 “수수료 이익 확대도 좋지만, 잠재적인 고객들을 잡는 것도 중요하다”며 “계좌이동이 간편해지고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수료 도입으로 고객 이탈이 이어진다면 오히려 손해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계좌유지수수료는 SC제일은행이 2001년 도입한 지 3년 만에 폐지한 바 있다. 과연 다시 시장에 안착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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