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대표 보일러’로 잘 알려진 경동나비엔이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경동나비엔에 핵심부품을 납품하는 경동원 역시 반사이익이 예상된다.<경동나비엔>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국가대표 보일러’로 잘 알려진 경동나비엔이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대비 약 14%, 영업이익은 무려 90% 가까이 올랐다. 이익 환원을 위해 19억 수준의 배당도 실시한다. 이 역시 전년대비 오른 규모다. 하지만 정작 회사의 성장이 반가운 이들은 따로 있다. 바로 오너 일가다. 경동나비엔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는 ‘경동원’은 손연호 경동나비엔 회장 일가 소유 회사다. 경동원은 특히 경동나비엔과의 거래로 매출의 60% 이상을 올리고 있다.

◇ 잘 나가는 경동나비엔, 손연호 오너일가 수혜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경동나비엔의 연결기준 매출은 5,832억을 달성했다. 전년대비 13.9% 늘어난 규모다. 영업이익은 458억원으로 전년대비 89.2% 증가했고, 당기순이익 역시 374억원으로 전년대비 123.7% 급등했다. 이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회사 측은 공시를 통해 “국내 및 해외판매 증대에 따른 매출확대와, 원가절감을 통한 손익구조 개선 때문”이라고 밝혔다.

경동나비엔은 ‘콘덴싱보일러’가 효자역할을 하고 있다. 1988년 아시아 최초로 콘덴싱보일러를 개발한 후 지난 28년 동안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 기술 개발과 시장 성장에 힘써왔다.

최대실적에 힘입어 배당규모도 커졌다. 앞서 1주당 100원의 현금배당을 올해는 150원으로 올렸다. 배당금 총액은 18억9357만원이다.

경동나비엔의 성장이 반가운 곳은 따로 있다. 바로 손연호 경동나비엔 회장 일가다. 손연호 회장은 경동나비엔 지분 1.01%를 갖고 있다. 하지만 경동나비엔의 최대주주(50.51%)인 (주)경동원이 손연호 회장 일가 소유다.

‘경동원’은 전자부품, 내화물, 건설자재 및 비금속광물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회사다. 82년 설립됐으며, 경동나비엔을 지배하고 있다. 손연호 경동나비엔 회장을 비롯해 특수관계인이 지분 88.86%(2015년 12월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경동원의 최대거래처는 경동나비엔이다. 경동나비엔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경동나비엔의 보일러 매출이 오르면 경동원의 실적도 오르는 구조다. 실제 해마다 거래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해외시장에서의 매출확대가 주요요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 회사 측은 경동원의 핵심기술력 지원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사진은 러시아 최대 냉난방설비 전시회인 ‘Aqua-Therm Moscow 2017’에서 관람객들이 경동나비엔 부스를 둘러보고 있는 모습. <경동나비엔>
◇ 매년 1000억원 이상 내부거래 통한 매출

최근 3년간의 거래규모를 살펴보면, 우선 2013년 경동원은 전체매출 1,750억원 중 1,050억 가량을 경동나비엔과의 거래에서 올렸다. 전체 매출의 60% 규모다.

2014년에도 1,047억원 규모의 내부거래가 발생했다. 당시 전체매출(1,710억원)의 61%에 달한다. 이는 상품·제품 등에 발생한 매출만을 계산한 것으로, 용역 및 기타매출(잡이익·임대료·지급수수료 등)을 포함하면 내부거래 규모는 1,057억원으로 더 커진다. 2015년에도 1,929억원 중 1,219억이 경동나비엔과의 거래에서 발생한 매출이었다. 마찬가지로 용역 및 기타매출까지 포함하면 금액은 증가한다.

물론 내부거래가 모두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특별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거나 보안 등의 이유가 필요할 경우 불가피하게 내부거래를 할 수밖에 없다. 경동나비엔 역시 기술력과 품질력이 절대적인 사업 특성을 감안하면 이 같은 내부거래 역시 ‘수직계열화’ 차원으로 관측된다.

경동원은 보일러의 핵심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컨트롤러’를 경동나비엔에 납품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기존의 기름보일러에서 가스보일러로 전환되던 시기, 전자제품처럼 보일러를 제어하는 전자부문의 기술력이 절실했지만 국내 내수기업 중에는 이같은 기술력을 가진 부품업체가 부재했고, 이 역할을 경동원이 전담하게 된 것이다.

경동나비엔이 해외에서 품질력을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도 경동원의 핵심기술력 지원 덕분이다. 경동나비엔은 북미, 중국, 러시아, 영국 등에 해외법인을 두고 공격적인 해외사업을 벌이고 있다. 해외시장에서의 매출비중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2분기부터는 해외시장 매출이 국내시장 비중을 뛰어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국내 보일러 수출액의 72%를 경동나비엔이 차지했다.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도 해외시장에서의 매출확대가 주요요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 경동나비엔은 ‘콘덴싱보일러’가 효자역할을 하고 있다. 1988년 아시아 최초로 콘덴싱보일러를 개발한 후 지난 28년 동안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 기술 개발과 시장 성장에 힘써왔다. 사진은 지난해 경동나비엔 새 모델로 발탁된 유지태 등장 광고물.
◇ 경동나비엔 “기술력 확보· 보안 차원, 불가피한 거래”

다만 손연호 회장 오너일가가 이렇게 설립된 회사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내부거래를 이어가며 부를 증식하고 지배력까지 강화하는 등 다양한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점은 불편한 꼬리표다. 경동원은 과거부터 경동나비엔 외에도 특수관계자 경동에버런과의 거래를 통해 매출과 배당수익을 올려왔다.

이에 대해 경동나비엔 측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일반적인 일감몰아주기나 내부거래와는 다르다”며 “일반 가전제품과 달리 보일러는 물, 불, 바람, 연료 등의 다양한 요소를 사용하는 특수성이 존재한다. 여기에 소비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기술 개발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국내 부품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진 곳이 부재하고, 이에 불가피하게 경동원과 거래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책임경영 차원에서 2010년 이전에는 경동원 오너 일가에 대한 배당도 실시하지 않았다”며 “오너 일가의 수혜를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최근 몇 년새 이 같은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커지기 시작하면서 (대주주 입장에서)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동나비엔은 지난 1월 2일 손연호 최재범 공동대표 체제에서 손연호 대표이사(회장) 단독 체제로 전환했다고 공시했다. 오는 3월 10일 예정된 주주총회에서는 손연호 회장의 장남이자 회사를 이어받을 후계자 손흥락(현 경동나비엔 전략사업팀 팀장) 씨를 2년 임기의 ‘이사’로 선임하는 내용의 안건이 다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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