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추이. 연준은 올해 3~4차례 추가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를 최대 1.5%~1.7%로 올릴 계획이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가계부채 대책이 차기 대선의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로 부상했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2016년 말 기준 1344조원으로 GDP 대비 89%에 달한다. 경제전문가들도 우리 경제위기의 뇌관으로 가계부채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차기 대선주자들이 경제공약을 말하기에 앞서 가계부채 대책부터 내놔야 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지금이 미국의 금리인상 국면이라는 점에서 가계부채 대책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15일(현지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기준금리를 0.25% 인상했다. 나아가 연준은 추가인상을 통해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최대 1.5~1.75% 수준으로 올릴 전망이다. 이르면 하반기에는 미국과 우리의 기준금리 역전이 벌어질 수 있다.

문제는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가 계속될 경우, 우리 기준금리도 인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금리를 올릴 경우, 올해 말 1400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에 뇌관으로 작용한다. 금융전문가들에 따르면, 금리가 약 1% 상승할 때마다 증가하는 이자부담액만 9조에 달한다.

특히 저소득층 및 취약계층에 금리인상은 더욱 가혹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가계부채 추이를 살펴보면, 은행대출(9.5%)에 비해 비은행권 대출(17.1%)이 두 배 가량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대출규제와 이자부담 증가는 파산자가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한계가구(차분 가능 소득에 대한 원리금 상환액 비중이 40% 이상인 가구)가 150만이 넘은 상황이다.

▲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가 2차 경제현안 점검회의에서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대선주자 가운데, 가계부채 문제에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한 후보는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다. 문재인 전 대표는 16일 2차 경제현안 점검회의에서 ‘가계부채 3대 근본대책 7대 해법’을 발표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우리 경제를 잘 흐르게 하려면 가계부채부터 해결해야 한다”며 “우리의 가계부채 문제는 참 고약하다. 정부의 정책실패를 국민이 고스란히 감당하고 있는 게 가계부채”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해법으로는 가계부채 총량관리제를 도입해 부채증가율을 소득증가율 보다 낮게 유지하고, 대부업 이자를 20%로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동시에 회수불능채권이나 죽은채권의 감면 및 소각을 추진하며, 안심전환대출을 2금융권으로 확대한다. 그간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으로 사용됐던 DTI(총부채상환비율) 대신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도입도 공약에 포함됐다.

다만 문 전 대표가 내놓은 대책이 거시적 ‘총량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총량을 맞추기 위해 대출을 규제하면 어려움은 취약계층이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종구 바른정당 정책위의장은 “가처분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150%로 낮추라고 하면, 금융기관은 담보능력이 약한 서민대출부터 축소하고 회수하려 할 것”이라며 “돈 구할 길이 막힌 서민들은 불법이 판치는 사채시장으로 쫓겨날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당장 1344조의 부채해결이 시급한데 총량관리제로 부채를 늘리지 않겠다는 공약은 방향 잃은 돛단배”라며 “원리금 완화와 같은 서민들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저신용자와 고신용자로 나눠 ‘케이스 바이 케이스’ 형태로 가계부채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한편 가계부채 문제가 주요현안으로 떠오른 만큼, 대선후보를 중심으로 다양한 대책이 나올 예정이다. 이재명 예비후보의 경우, 건강보험 생계형체납, 렌탈 악성채권, 죽은 통신채권, 학자금 대출연체자 등 490만명 24조의 채무를 사면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이른 시일 내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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