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가 29일 도시바 반도체 인수에 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뉴시스>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SK하이닉스가 일본의 재무적 투자자(FI)들과 연계해 도시바 반도체 인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중국 홍하이가 제휴업체로 물망에 올랐지만, 일본 내 반중국 정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본이 미국 업체를 선호하는 만큼, SK하이닉스가 실제 인수하기엔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 SK하이닉스, 일본 FI와 컨소시엄?

29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일본 FI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도시바 반도체 사업 입찰에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는 인수규모가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초 도시바는 해외 원자력 사업의 손실을 메우기 위해 반도체사업을 분사시켜 20% 미만의 지분만 매각, 경영권 유지를 노렸다. 이에 글로벌 사업자들이 입찰에 참여했고, SK하이닉스 역시 3조원 가량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외 원자력사업 손실액은 예상보다 방대했고, 도시바는 반도체 사업지분 100%까지 매각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포함하면 인수에 총 25조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후 SK하이닉스와 대만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의 공동인수설이 나오기도 했지만, SK하이닉스는 일본 FI와 손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일본 내 반 중국정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지난 23일 당국이 도시바 메모리 매각과 관련해 중국과 대만계 기업에 팔지 말라는 정책 권고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 SK하이닉스, 인수 가능할까?

도시바 반도체 사업의 매각은 업계에 지각변동을 불러올 전망이다. 낸드플래시 시장서 2위업체로서 영향력과 보유한 기술력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인수할 경우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을 5위에서 2위로 끌어올릴 수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인수 가능성을 낮게 점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우리나라 업체들이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만큼, 한국도 경계 대상에 포함된다는 뜻이다.

또 일본이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원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29일 일본 정부가 중요한 동맹인 미국의 기업과 공동 출자하는 방안을 중심으로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일각에선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 인수에 실패해도 얻는 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사를 통해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 전반에 대해 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정부가 기술 유출 우려에 실사조건, 비용 등을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며 “그럼에도 실사비용은 인수가보다 현저히 낮은 만큼 충분히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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