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명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비대위원장직 사퇴 기자회견을 한 후 퇴장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자유한국당의 친박근혜계 인적청산을 내걸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이끌던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결국 인적청산을 마무리 짓지 못한 채 31일 사퇴한다.

이를 두고 정치권은 ‘친박 청산 실패 선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비상대책위 출범 당시부터 사퇴 전날(28일)까지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친박계 인적 청산을 줄곧 외쳤지만, 실제로 청산 대상으로 지목된 이들 가운데 일부는 제명(출당 조치)보다 낮은 단계인 ‘당원권 정지’로 징계가 마무리 됐다.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비대위를 출범시키면서 ‘고강도 친박 청산’을 예고했지만, 결국 무위로 끝났다는 평이 우세하다.

당시 인 비대위원장은 청산 대상 기준으로 ▲박근혜정부 과거 4년간 당 대표나 정부의 중요한 자리에 당원으로서 들어간 사람 ▲지난해 4·13총선 당시 당의 분열을 조장하고 패권적 행태로 국민에게 실망을 준 사람 ▲대통령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하며 무분별하고 상식에 어긋나는 지나친 언사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못난 행태를 보인 사람 등을 꼽았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1월 서청원·최경환·윤상현 의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국정농단 당사자로 국회로부터 탄핵소추를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끝내 징계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를 두고 당 내에서는 친박계의 반발로 징계 수위가 낮아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범보수진영의 한 관계자는 “친박 청산을 기치로 내 건 인 비대위체제가 출범 당시부터 친박계를 완전히 장악했다면 이른바 친박 8적을 제명 조치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 ‘친박 청산’ 실패한 한국당…살아남은 ‘친박’

친박청산을 외친 인명진 비상대책위 체제에서 친박계가 힘을 잃지 않고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상당수의 현역 의원들을 친박계가 장악하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김진태·조원진 의원 등에 따르면 친박계가 장악하고 있는 현역 의원은 작게는 56명, 많게는 72명에 이른다.

지난 7일 김진태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6명 의원 개개인의 자발적인 뜻을 모아서 탄핵 선고를 각하 또는 기각시켜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오늘(7일) 중으로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조원진 의원도 지난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전 대통령 불구속 수사 촉구 청원서에 의원 72명이 서명했다”고 밝혔다.

20대 국회에서 현역으로 활동하는 한국당 의원이 94명인 것을 감안하면 과반 이상이 친박계 영향력 아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친박 청산을 시도한 인 비대위원장은 친박계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아왔고, 결국 31일 당 대선후보 선출 시점에 물러나게 됐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 당내 핵심 관계자는 인 비대위원장의 사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예전부터 (사퇴를) 이야기했다.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래된 이야기”라며 사실상 친박계의 비대위원장직 사퇴 압박이 상당 기간 진행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한편, 친박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서청원·최경환·윤상현·조원진·이우현·김진태·박대출·민경욱 의원 등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용 이후 이른바 ‘친위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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