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와 구글의 동맹관계가 깊어질 전망이다. 사진은 2015년 LG전자가 생산한 구글의 레퍼런스폰 '넥서스 5X'.<구글 제공>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구글과 LG의 전략적 관계가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에 OLED 패널 수급을 조건으로 1조원 투자를 제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 구글, LG디스플레이에 1조원 투자 제안

앞서 증권시장에선 구글이 LG디스플레이에게 OLED(유기발광 다이오드) 패널을 공급받는 조건으로 1조원 규모의 투자를 제안했다는 소문이 전해졌다.

LG디스플레이는 11일 이와 관련, “플랙시블 OLED 시장 확대로 다양한 고객사들의 관심이 확대 중”이라며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했다. 아직 검토 중이라는 것으로, 구글의 제안이 있었던 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이에 업계에선 구글의 제안이 중소형 OLED 패널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자사 픽셀폰에 탑재할 패널의 안정적인 공급처 확보를 위함으로 해석했다.

OLED는 백라이트 없이 스스로 빛을 내는 디스플레이다. LCD에 비해 비싸지만, 전력소모가 적고 변형이 자유롭다는 장점에 시장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폰용 OLED 시장은 올해 87억달러(약 10조원)에서 오는 2020년 304억달러(약 92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그 중 선두 업체는 삼성디스플레이로, 지난해 기준 96.7%(IHS)를 점유 중이다. 그러나 올해 애플에만 7,000만대 규모의 POLED 패널을 납품할 것으로 알려져, 추가 생산여력이 당분간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스플레이 패널 2위업체인 LG디스플레이와 전략적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안정적인 OLED 패널 수급을 노렸다는 것.

물론 LG디스플레이로서도 나쁘지 않은 제안이다. 현재 LG디스플레이는 구미와 파주에 POLED 생산라인을 구축 중이다. 중소형 OLED 시장에 본격 진출을 위해서다. 양산은 올해 3분기 이후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는 대형과 중소형 OLED 사업을 복합적으로 추진하기에 집중적인 투자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구글의 투자를 받아들인다면 판매처 역시 자동으로 확보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OLED 협력이 성사된다면 이는 전략적 제휴 관계를 넘어 궁극적인 윈윈전략이 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 구글, ‘탈구글’ 노리는 삼성 대신 LG?

일각에선 구글의 이번 투자가 OLED 패널확보 뿐만 아니라, LG그룹 IT계열사들과 전방위적인 전략관계 구축을 위함으로 해석한다. 이는 구글이 ‘탈구글’을 꿈꾸는 삼성전자 보다 LG전자 등과 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데서 기인한다.

실제 스마트폰 OS시장에서 구글의 안드로이드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80%에 달한다. 그 중 1등 공신은 애플에 대적하는 삼성전자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리눅스 재단이 발표한 제 3모바일 운영체제 ‘타이젠’도 꾸준히 사용 중이다. 스마트폰에선 인도 등 제3국에 출시하는 Z시리즈에 탑재했다. 또 스마트워치 및 자사 가전의 OS로 운영 중이다.

안드로이드로 통합을 노리는 구글에게 삼성전자가 눈엣가시처럼 여겨지는 이유다. 특히 삼성전자는 최근 공개한 갤럭시S8 시리즈에 구글의 AI(인공지능)비서 ‘구글 어시스턴트(Assistant)’대신 독자 개발한 ‘빅스비’를 탑재하기도 했다.

반면 LG와 구글 간의 관계는 꾸준히 가까워지고 있다. LG전자는 2012년부터 재작년까지 구글의 레퍼런스폰 ‘넥서스’ 시리즈의 개발·생산에 세 차례 참여했다. 또 LG전자는 최근 출시한 스마트폰 G6에 ‘구글 어시스턴트’를 주요 음성인식 인공지능 서비스로 내세우기도 했다.

이에 김동원 연구원은 “구글과 LG그룹의 IT계열사 간 협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스마트폰, VR의 세트제조에 필요한 디스플레이 공급과 스마트카 핵심부품 및 완성차 제조에 긴밀한 협력이 기대되기 때문”이라고 내다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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