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TV토론을 발판 삼아 지지율 상승과 함께 진보진영의 새로운 활로를 열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대선을 뛰기엔 조직과 자금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6석에 불과한 작은 정당에다 살림도 넉넉하지 못했다. 제1당과 2당의 약 10분의 1 수준인 50억원 내외로 선거비용을 책정했다. 때문에 선거공보물의 페이지는 다른 후보들의 절반 분량으로 인쇄했고, 2차 공보물은 아예 제작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지지율도 당선을 기대하기엔 거리가 있었다. 그럼에도 완주를 고집했다. 사명감 때문이다. 촛불혁명을 완성하는 길이자 진보정당의 미래를 위한 길이라 생각했다. 바로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의 얘기다.

◇ TV토론에서 존재감 드러낸 ‘숨은 승자’

심상정 후보는 척박한 정치 환경 속에서도 확고한 자기 철학과 소신, 그리고 강골 체력으로 꿋꿋하게 자리를 지켰다.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대선후보들이 한자리에 모인 TV토론 때였다. 회를 거듭할수록 존재감이 커졌다. ‘똑부러진다’ ‘속이 시원하다’ ‘토론의 격을 높였다’ 등의 긍정 평가가 쏟아지면서 지지율도 급등했다. 마의 5%를 넘어 10%를 웃돌게 된 것. 진보정당 최초로 두 자릿수의 지지율을 기록한 셈이다. TV토론 최대 수혜자로 불리는 이유다.

실제 유세 현장에서 느껴지는 열기도 달라졌다. 특히 20~30대 젊은층의 응원이 눈에 띄면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측의 긴장을 불러왔다. 양측의 지지층이 일부 겹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이 심상정 캠프 측에서 눈여겨보고 있는 부분이다. 유권자들이 정치공학적으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소신 투표를 지향하면서 사표방지 심리가 이전보다 많이 누그러졌다는 데 기대를 나타냈다. 무엇보다 유권자들이 심상정 후보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데 의미를 찾았다.

뿐만 아니다. 심상정 후보의 선전은 당원 가입수와 후원금 모금으로 이어져 정의당의 새로운 활로를 열었다. 따라서 캠프 분위기도 상당히 고무된 상태다. 심상정 후보의 득표율 목표치를 15%까지 상향 조정할 정도다. 캠프 측 임한솔 부대변인은 지난 2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선거 때마다 모든 후보들이 새로운 기대를 갖게 만들지만 유권자들은 번번이 속아왔다. 이제 더 이상 속지 않는다”면서 “심상정 후보가 대통령 탄핵·파면 과정에서 일관되게 촛불민심과 함께 해온 데 대한 진심이 지지율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 심상정 후보에 대한 젊은층의 관심이 뜨겁다. 그는 “다음은 없다”면서 “될 사람 밀어주자며 대세에 편승하는 표가 진짜 사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시스>
결국 국민의 선택을 믿었다. 탄핵정국 당시 국민들은 머뭇거리는 정치권을 향해 단호한 입장을 보였고, 막강한 힘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남은 대선 기간 동안 또 어떤 결단을 내릴지 모른다”는 게 임한솔 부대변인의 주장이다. 즉,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후보가 상수라면 ‘변수’는 심상정 후보라는 얘기다. 이미 심상정 후보는 TV토론이 표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통설을 깼고, 역대 진보정당 후보 가운데 최고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의 당락과 관계없이 최종 득표율은 이번 대선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 “대세에 편승하는 표가 진짜 사표”

심상정 후보의 마지막 전략은 ‘심알찍’이다. ‘심상정을 알면 심상정을 찍는다’의 줄임말이다. 그는 “다음은 없다”면서 “될 사람 밀어주자며 대세에 편승하는 표가 진짜 사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문재인 후보 측이 주장했던 ‘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의 줄임말 ‘어대문’을 역이용했다. 어차피 문재인 후보가 1위를 할 게 확실하다면 ‘진짜 개혁’을 위해 자신을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노회찬 상임선대위원장이 일침을 던졌다. 그는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해야지 결혼할 사람을 좋아해서 되겠느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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