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전략군절 다음날인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형을 발사했다. 성공으로 자평한 김정은 위원장은 핵심 역할을 한 관계자들에게 옆자리를 내주며 신임을 보였다. <조선중앙TV 방송화면 캡처>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북한의 권력 서열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옆자리에서부터 시작된다. 통상 서열순으로 자리 배치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공식석상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밀착 수행하는 양옆 자리는 ‘2인자’로 불렸다. 최룡해 당 부위원장과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그 주인공이다. 하지만 최근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김정은 위원장 옆자리에 리병철 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장창하 국방과학원장이 섰다. 바로 그 옆자리에도 김정식 당 군수공업부 부부장과 전일호 당 중앙위원이 차지했다. 지난 8일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할 때다.

◇ 김정은 양옆에 선 리병철·장창하·김정식·전일호

북한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의 보도 내용을 종합하면,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김일성 주석 사망 23주기를 맞아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으면서 리병철·장창하·김정식·전일호를 전면에 내세웠다. 뿐만 아니다. 다음날 열린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형 발사 축하 공연을 관람할 때도 이들을 옆자리에 앉혔다. 최룡해·황병서는 또 한 번 자리에서 밀려났다.

파격적 배치다. 최고위급 간부가 아닌 차관급 인사들을 세운 데다 이들이 전략군 소속이라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됐다. 전략군은 20년 가까이 존재를 알리지 않았던 비밀 부대다. 당초 미사일지도국으로 출발했으나, 김정은 체제에서 전략로켓군으로 확대 개편한 뒤 2014년 전략군으로 거듭났다. 올해 전략군에서 발사한 미사일만 7차례 이상인데, 이를 모두 참관할 만큼 김정은 위원장이 아끼는 부대로 알려졌다.

실제 김정은 위원장은 7월3일을 ‘전략군절’로 새롭게 지정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18년 전, 김정일 위원장이 전략군을 조직한 날이다. 올해 창립 1주년을 맞은 전략군은 지난 4일 화성-14형을 발사했다. 결과는 성공적으로 평가됐다. 김정은 위원장은 시험 발사에 핵심적 역할을 한 이른바 미사일 개발 4인방에게 치하했다. 4인방이 바로 최룡해·황병서를 밀어낸 신세력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김일성 주석 사망 23주기를 맞은 8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으면서 미사일 개발 4인방을 전면에 내세웠다. 사진 왼쪽부터 김정식, 리병철, 김정은, 장창하, 전일호 순. <노동신문>

주목할 인사는 리병철이다. 미사일 개발 추진단장 격으로, 그가 사령탑을 맡은 2014년 말부터 미사일 개발에 속도가 붙었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의 각별한 총애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 장의 사진이 이를 증명했다. 지난해 6월과 8월 미사일 발사 당시 김정은 위원장과 감격에 겨워 부둥켜안거나, 맞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공개된 것. 그야말로 김정은 정권의 실세다.

◇ 베일 벗은 전략군 부대… “조국의 자랑, 힘”

장창하는 2014년부터 국방과학원장을 맡아 미사일 개발 과학자들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실무 책임자다. 김정식은 탄도로켓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지난해 2월 광명성 4호 발사를 현장에서 지휘한 뒤 당 군수공업부 부부장에 임명됐다. 이들 세 명은 미국의 대북 제재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있다. 반대로 북한 내 위상은 높아졌다. 노동신문은 전략군 부대가 ‘조국의 자랑’이자 ‘힘’이라고 강조했다.

이로써 한반도 정세는 중대 고비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이 권력 서열을 무시하고 미사일 개발의 주역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핵·미사일 기술 고도화를 국정 최우선 순위로 삼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체제선전과 내부결속 강화를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화성-14형 개발에 참여한 관계자들은 4인방과 함께 평양으로 초청돼 버스로 이동하며 수 십 만명의 환영을 받은 것으로 보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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