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제보조작' 사건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며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보름 만에 입을 열었다. 이유미 증거조작 사건에 대해서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일” “충격적인 일”이라고 표현했다. 안 전 대표는 “이번 사건에 대한 정치적·도의적 책임은 전적으로 후보였던 제게 있다”며 “앞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 대표도 국회의원도 아닌 안 전 대표가 질 수 있는 책임의 범위가 좁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철수 전 대표는 12일 오후 국민의당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말했다.

안철수 : 제대로 된 검증시스템을 갖추지 못 한 것도 모두 제 한계고 책임입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은 전적으로 후보였던 제게 있습니다. 모든 짐은 제가 짊어지고 가겠습니다.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앞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깊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정치인으로 살아온 지난 5년 동안의 시간을 뿌리까지 다시 돌아보겠습니다. 원점에서 제 정치인생을 돌아보며 자숙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습니다. <관련기사 : [안철수 대국민성명 전문] “모든 짐 짊어지고 가겠다”>

안 전 대표가 질 ‘책임’의 형태와 관련한 질문이 쏟아졌다. 안 전 대표는 “앞으로도 계속 정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 당을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다 하겠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말해달라’고 하자 “저는 지금까지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먼저 사과하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정말 예상을 넘는 정도까지 책임져왔다. 전 항상 책임져왔던 정치인이란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번도 제가 어떻게 하면 책임을 질 수 있을 것인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정계은퇴를 고려 중이냐’는 질문에는 “제가 당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정말 깊이 고민하겠다”고 했다.

결국 안 전 대표는 자신이 지겠다던 ‘정치적 책임’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책임을 질 수 있을 것인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오히려 안 전 대표는 “국민의당도 혼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다. 다당제를 실현해주신 국민의 뜻을 준엄하게 받들어 새로운 정당으로 거듭나리라 믿는다”며 “실망과 분노는 저 안철수에게 쏟아내시고, 힘겹게 만든 다당체제가 유지될 수 있도록 국민의당에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시라”고 호소했다.

안 전 대표는 지난해 6월 ‘총선 리베이트’ 사건이 터진 직후에는 “정치는 책임지는 것이다. 이번 일에 관한 정치적 책임은 전적으로 제가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당 대표직을 사퇴한 바 있다. 2014년 7·30 재보선 때는 선거 패배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서 사퇴했었다. 당 관계자들은 “이 상황에서 안 전 대표가 내놓을 게 하나도 없지 않느냐. 정계은퇴를 하는 게 아닌 이상 유감 표명을 하고 수사 결과와 판결을 지켜보는 게 최선”이라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시사위크>

안 전 대표가 입장을 밝힌 시점도 애매하다. 안 전 대표는 기자회견문에서 “더 일찍 사과문을 발표하라는 요청도 많았지만 검찰 수사가 이미 시작된 상황에선 사실 관계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수사를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입장 발표가 늦어진 연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사실 관계가 밝혀진 것은 없다. 검찰 수사도 여전히 진행 중이고 법원의 판결도 남아있다. 안 전 대표 측 채이배 의원은 “어제 이준서 전 최고위원의 구속으로 상당 부분 사실 관계가 명확해져 적절한 시점이라고 생각하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안 전 대표의 두루뭉술한 입장 표명에 대해 여야의 비판도 쏟아졌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국민의당 내부에서조차 ‘사과 시기를 놓쳤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이 사건에 책임 있는 대선 후보로서 ‘뒤늦은 사과’에 대해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의문”이라며 “안 전 대표가 언급한 정치적 도의적 책임에 대해 여전히 많은 국민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철 바른정당 대변인도 “안 전 대표가 할 수 있는 ‘말’은 다 했다고 본다”며 “그러나 안 전 대표의 발언은 사실 사건이 불거졌을 때 나왔어야 했다. 그런 면에서 국민들이 얼마나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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