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흠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이 20일, 장제원 한국당 의원과 '욕설 논쟁'으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것을 두고 "감사하다"고 전해 논란이 일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부고 소식만 아니면 언론 보도를 좋아한다.”

서울 여의도 정가에 널리 알려진 말이다. 국회의원이 국민들에게 자신의 의정활동을 알려야 하는 의무가 있는 만큼 어떤 이유에서든 ‘자신의 이름이 나오는 보도’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지역구 문제나 전문 분야와 관련한 인터뷰는 국회의원들이 특히 좋아한다. 이 때문에 의원실에서는 국회 출입기자들에게 끊임없이 보도자료를 발송한다.

모 의원은 ‘재선일지’라는 이름으로 자신이 소속한 정당의 출입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이메일로 발송하고 있고, 또 다른 의원은 자신이 출연한 방송 혹은 라디오 인터뷰 내용을 보도자료 형태로 보낸다. 이외에도 국회의원이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린 글을 문자메시지 혹은 ‘카톡’으로 기자들에게 보낸다.

이 때문에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진다. 간혹 ‘알리면 손해’인 소식도 기자들 앞에서 공공연하게 떠들기도 한다. ‘알리면 손해’인 소식은 익명의 정치권 관계자 혹은 정당 핵심 관계자 등의 이름을 타고 보도되지만, 간혹 ‘이름 알리기’에 열중하는 의원들은 이를 생략하기도 한다. 20일, 김태흠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의 발언이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김태흠 최고위원은 지난 19일, 한국당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 같은 당 장제원 의원과 고성을 주고받으며 언쟁을 벌였다. 언쟁의 발단은 바른정당 탈당파의 복당 문제를 둘러싸고 장제원 의원이 “(한국당이 바른정당 탈당파를 복당시키는 것을 반대한 건) 전략적 미스였다”고 주장한 것에서 시작됐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의원들의 전언에 따르면 김 최고위원은 장 의원의 발언에 “이야기가 너무 길다. 그만하라”고 제지하려 했고 이 과정에서 “야! 인마”라고 소리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일부 욕설이 포함된 거친 표현까지 주고받았다고 참석한 의원들은 전했다. 언성이 회의실 밖에서 들릴 정도여서 비공개 회의 직후 기자들은 두 사람에게 다툼의 이유를 물었다.

이후 일련의 사건이 언론에 보도됐고, 네티즌들은 욕설까지 주고 받았던 두 사람이 어떤 의원인지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기 시작했다. 19~20일 포털사이트 검색어에서 '김태흠' 이름이 뜨자 이를 두고 본인은 2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제 검색어 1위를 만들어줘서 고맙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도 1등은 못해봤고 2등만 해봤는데, 난생 처음으로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했다”면서 “명예를 안겨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욕설이 오고갈 정도로 다퉜다는 보도에 여론이 좋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 최고위원의 '1위 검색어' 발언이 곱게만 들리지 않는다. 한국당에 대한 국민 여론이 좋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저희들의 옳지 못한 행동으로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게 된 것에 대해 죄송하다”고 사과해야 하는 게 마땅하지 않을까. 아무리 ‘자신들의 부고 소식만 아니면 언론 보도를 좋아한다’는 말이 정설로 퍼진 여의도 정가이지만 “눈치 껏 행동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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