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이 지난 3일 안전 관련 마스터플랜을 발표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제공>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 5월 1일. ‘노동자의 날’이었던 이날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크레인 2대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6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업황 부진으로 가라앉아있던 조선소 분위기를 더욱 침통하게 만들었다.

삼성중공업의 크레인 사고는 부실한 안전관리 실태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거제조선소에 대해 작업중지 명령을 내린 뒤 안전점검을 실시했고, 약 보름 뒤 삼성중공업은 전사적 차원의 안전결의대회를 갖고 작업을 재개했다. 하지만 이틀 뒤 재차 화재 사고가 발생해 삼성중공업의 안전결의대회는 무색해지고 말았다.

이후 삼성중공업은 안전결의대회 당시 밝힌 안전 관련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전 사업장에 대해 특별 안전진단을 실시했고, 크레인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자체 TF를 꾸렸으며, 쉘(Shell), 키위트(Kiewit), 보잉(Boeing) 등 글로벌 기업에 대한 벤치마킹도 진행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는 지난 5월 크레인 충돌 사고가 발생해 6명이 사망한 바 있다. <뉴시스>

그리고 약 두 달 반 만인 지난 3일, 박대영 사장이 직접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마스터플랜은 총 4가지 부문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는 지속적인 안전관리를 위한 조직 구성이다. 삼성중공업은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인 조선소장과 각 사업부장, 경영지원실장, 인사지원실장, 생산 및 안전환경 담당임원 등이 모두 참여하는 ‘안전경영위원회’를 새로 만들었다. 이 위원회는 매월 한 차례씩 회의를 진행해 각종 안전 관련 사안을 점검하게 된다.

또한 안전관리 담당 부서를 본부단위로 격상시켜 ‘안전경영본부’를 신설했으며, 글로벌 안전관리 전문가를 안전경영본부장으로 영입할 방침이다.

두 번째는 사업장 전반에 새로운 안전문화를 조성하는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안전한 작업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제도와 시스템을 강화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작업자의 작은 행동 하나까지 바꿀 수 있는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고 두 번째 마스터플랜을 설명했다.

이를 위해 삼성중공업은 임원 및 팀장, 그룹장 등 70명을 대상으로 안전리더십 코칭 및 워크샵을 실시했으며,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아울러 ‘12대 안전수칙’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안전문화 정착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또한 글로벌 환경안전보건 분야 건문 컨설팅 기업으로부터 18개월에 걸쳐 컨설팅 및 사후 관리도 받는다.

세 번째는 큰 충격을 안긴 크레인 사고 관련 내용이다. 삼성중공업은 크레인 사고 재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새로운 개념의 충돌방지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크레인의 위치와 주변상황 정보를 종합해 충돌을 막겠다는 것이다. 삼성중공업 중앙연구소를 주축으로 개발에 착수한 이 시스템은 오는 12월 시범 적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마지막 네 번째는 잠재적 위험요소 발굴 및 제거다. 삼성중공업은 ‘신 위험요소’ 61개를 발굴했으며, 이 중 20개에 대해서는 이미 조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41개의 위험요소에 대해서도 올해 안에 대책 마련을 마칠 계획이다.

특히 조선업 작업장 특성상 위험도가 가장 높았던 인양·운반작업 부분에서 위험요소를 사전에 제거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다. 또 국내 조선사 안전관리 수준을 글로벌 국제 표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마련된 KSSS(한국조선소 안전표준화)를 내년 1분기까지 가장 먼저 적용할 방침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사고 원인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반성, 자체 TF 활동, 외부 전문가들의 조언과 벤치마킹 결과 등을 바탕으로 2018년까지 안전한 작업장을 구현하기 위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며 “안전이 경영의 제1원칙이라는 철저한 안전 의식을 바탕으로 마스터플랜을 적극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중공업이 심혈을 기울여 마련한 안전 관련 마스터플랜이 조선소의 안전사고 잔혹사를 끊는 시발점이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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