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은 더 이상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고 도발과 위협적 언행을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을 향해서도 “한미동맹은 평화를 지키기 위한 동맹”이라며 냉정한 기조를 당부했다.

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로 인해 한반도와 주변 안보 상황이 매우 엄중해지고 있다. 정부는 미국 등 주요국들과 협력하여 이러한 상황이 심각한 위기로 발전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의 원칙은 확고하다. 대한민국의 국익이 최우선이다. 대한민국의 국익은 평화”라면서 “한반도에 두 번 다시 전쟁은 안 된다. 어떤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북핵 문제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미 동맹, '평화'에 방점

특히 “이 점에서 우리와 미국의 입장이 다르지 않다”며 “한미동맹은 평화를 지키기 위한 동맹이다. 미국 역시 현재의 사태에 대해 우리와 같은 기조로 냉정하고 책임 있게 대응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반도의 평화는 무력으로 오지 않는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의 북핵 관련 발언은 미국과 북한의 긴장관계가 최고조에 이르렀던 9일 이후 처음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를 언급하고 북한이 ‘괌 타격작전’으로 맞불을 놓던 시기에도 문 대통령은 침묵을 유지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1일 “미국과 북한이 말싸움을 하고 있는데 섞여서 하는 것이 과연 안보를 잘하는 것인지 우리는 다른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해명 했었다.

문 대통령이 태도를 바꿔 북핵과 안보문제를 언급한 것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하나는 북한과 미국의 군사적 긴장국면이 일단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실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최근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북한의) 정권교체나 한국의 조속한 재통일에 관심이 없다”며 북한의 ‘대화참여’를 유도했다.

◇ 긴장국면 고비 넘겼나

문재인 대통령이 조지프 던포드 미 합참의장과 청와대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날 문 대통령과 접견한 조지프 던포드 미 합참의장도 “미군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미국정부의 외교적·경제적 압박 노력을 하는데 우선적 목표를 두고 있다”며 “현 상황을 전쟁 없이 해결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다소 완화된 입장을 내놨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경제적·외교적 노력에 방점을 찍은 것”이라며 “(문 대통령과 던포드 의장의) 스탠스가 아주 잘 맞았다”고 전했다.

‘안보위기’로 혼란한 국내 정세를 안정시키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야권은 문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지자 “안보가 불안하다”며 공세를 펼쳤고, ‘전쟁위기’에 불안감을 느끼는 국민들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문 대통령은 이를 감안한 듯 “국민 여러분께 분명히 약속드린다. 위기는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유사시 대비도 철저히 하고 있다”고 안심시켰다.

다만 일각에서는 북미 대결국면에서 우리의 줄어든 입지를 확인했다는 자조적인 평가도 나온다. ‘예방전쟁’ ‘미사일타격’ 등이 언급되는 위기국면에서 대화를 통한 북핵해결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통미봉남’ 노선을 취하는 북한에 대해 우리 정부로서는 제시할만한 마땅한 카드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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