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현대중공업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현대중공업 주식이 ‘0’이 됐다. 가지고 있던 주식 전량을 매각한 것이다. 하지만 정몽준 이사장의 손을 떠난 것은 아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3일, 정몽준 이사장이 주식 전량을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정몽준 이사장은 이날 자신이 갖고 있던 주식 17만9,267주를 14만1,075원에 시간외매매로 매각했다. 0.32%, 약 253억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여섯 째 아들인 그는 일찌감치 현대중공업을 맡아왔다. 정치권에 진출하면서 경영일선에선 물러났지만, 최대주주 자리는 꾸준히 유지했다. 현재는 그의 장남인 정기선 전무가 경영일선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몽준 이사장이 보유한 현대중공업 지분은 사라졌지만, 그의 지배력까지 없어진 것은 아니다. 분사 이후 지배구조 개편의 일환일 뿐이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6개 회사로 분사했다. 이 중 4개 회사(현대중공업·현대로보틱스·현대건설기계·현대일렉트릭)는 인적분할 됐는데, 각 회사의 자기주식 13.37%는 현대로보틱스가 보유했다. 현대로보틱스가 나머지 세 계열사 지분을 갖게 된 것이다.

정몽준 이사장 역시 분사 이후 4개 회사 지분을 10.15%씩 보유하게 됐다. 이어 현대로보틱스는 주식 공개매수 청약을 실시했다. 현대중공업·현대건설기계·현대일렉트릭의 지분과 현대로보틱스 신주를 맞교환하는 방식이었다.

사실상 정몽준 이사장을 위한 이 청약을 통해 그는 현대건설기계와 현대일렉트릭 지분 모두를 현대로보틱스 지분으로 교환했다. 다만, 다른 주주들이 일부 참여한 현대중공업의 경우 10.15% 중 9.83%만 참여할 수 있었다. 여기서 남은 현대중공업 지분 0.32%을 이번에 시간외매매로 매각한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현재 정몽준 이사장은 현대로보틱스 지분 25.80%를 보유하게 됐고, 현대로보틱스는 각 회사의 지분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정몽준 이사장은 현대로보틱스 지분을 늘리고, 현대로보틱스는 나머지 세 회사 지분을 늘린 것이다.

또한 현대로보틱스는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각 회사 지분까지 사들이는 등 지배구조 개편으로 분주한 날을 보내고 있다.

현재 현대로보틱스는 현대중공업 지분 27.84%, 현대건설기계 지분 32.11%, 현대일렉트릭 지분 35.62%, 현대오일뱅크 지분 91.13%, 현대글로벌서비스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지배구조는 정몽준→현대로보틱스→현대중공업·현대건설기계·현대일렉트릭·현대오일뱅크·현대글로벌서비스이며, 현대중공업은 다시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를 지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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