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가 연이틀 도루를 시도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이대호 도루하는 소리하네.”

야구 문외한들은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할 테지만, 야구팬들 사이에선 이대호 이름만큼 널리 알려진 말이다. 신빙성 없는 말이나 시답지 않은 말을 들었을 때 맞대응용으로 쓰이곤 한다.

이런 말이 생긴 이유는 간단하다. 이대호가 도루를 잘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대호는 프로필상 194cm·130kg의 거구다. 과거 한 방송에 출연해 “몸무게가 가장 많이 나갔을 때 142kg까지 나갔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엄청난 덩치를 가진 이대호는 단연 압도적인 힘을 자랑한다. 여기에 특유의 유연성이 더해져 특급선수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다만, 그가 모든 부분에서 완벽한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스피드’다.

거구의 몸을 생각하면, 이대호의 발이 느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프로야구 선수들을 기준으로 삼으면 느린 편에 속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도루는 부상 위험이 높은 플레이다. 홈런과 안타를 뻥뻥 쳐내는 특급타자가 고작 한 베이스를 더 가려다 부상을 입는다면, 그보다 비효율적인 일은 없다.

때문에 이대호는 “이대호 도루하는 소리하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도루를 잘 시도하지 않았다. 커리어하이 시즌이자 KBO 역사에 남을 2010년에도, 타자가 따낼 수 있는 모든 지표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도루는 0개였다.

그런데 최근 이대호는 상당히(?) 의미 있는 기록을 하나 세웠다. 지난 9일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3루 도루에 성공하며 역대 10호 도루를 달성한 것이다. 그것도 2루에서 3루를 훔친 고난도 도루였다. 뿐만 아니다. 이튿날인 지난 10일에도 도루를 시도했다. 비록 결과는 아웃이었지만 말이다. 이 도루실패 역시 역대 10호였다. 이대호가 연이틀 도루를 시도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9일 이대호의 도루 성공은 2011년 10월 4일 이후 2,136일 만의 도루 추가였다. 이후 일본과 미국에 진출했던 이대호는 단 한번도 도루에 성공하지 못했다. 일본에서는 6차례의 시도가 모두 실패로 돌아갔고, 미국에서는 아예 시도조차 없었다.

이런 이대호에게도 나름의 ‘도루 커리어하이 시즌’이 있다. 주전으로 도약한 첫해인 2004년이다. 당시 22살이었던 이대호는 총 7번의 도루를 시도해 4번을 성공했다. 시도와 성공 모두 가장 많았던 해다.

이대호는 2001년 프로무대에 발을 들여놓았고, 올해로 17년차를 맞았다. 롯데에서 11년, 일본에서 4년, 미국에서 1년을 보낸 뒤 다시 롯데에서 1년을 보내는 중이다. 그 사이 도루 시도 20번, 성공과 실패는 각각 10번을 기록했으니, 이제 “이대호 도루하는 소리하네”라는 말도 무색해지게 됐다.

참고로 이대호의 팀 동료 최준석은 이대호보다 1살 어리고, 1년 늦게 프로무대에 진출했는데 통산 도루 시도 18번, 성공 10번, 실패 8번을 기록 중이다. 2015년부터 올해 현재까지 도루 시도 자체가 없다. 이제는 “최준석 도루하는 소리하네”라는 말이 더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