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최영훈 기자] “저는 원래 오늘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하기로 돼 있지만, 우리 당의 입장을 국민께 생중계로 알릴 수 있는 기회까지 포기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5일 담담한 목소리로 교섭단체 대표연설 포기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국당은 지난 2일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와 관련해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정기국회 일정 전면 보이콧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한국당은 국회 보이콧 선언 이후 4~7일 열린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불참했다. 한국당이 국회 보이콧을 하는 시각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4일 국회 대표연설에서 남북, 북·미간 대화 채널 마련을 강조했고,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6일 다당제 상황에 대해 “필연이고 시대정신”이라고 강조하면서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을 실패로 규정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도 지난 7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정부의 안보정책은 대실패”라며 북핵 대응을 위해 ‘핵 직접 관리·다층미사일 방어체계 구축’을 강조했다.

하지만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민주당·국민의당·바른정당이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는 시각, 국회 안에서 문재인 정부의 안보 무능을 지적하고 공영방송 장악 시도에 대해 비판했다. 또 사드배치 완수를 비롯한 한미동맹 강화와 전술핵 재배치, 원자력추진잠수함 보유 등 북핵 위협에 대응한 실효적 조치 검토 방침 등에 대해 밝히라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이 같은 정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보이콧은 지난 2000년 16대 국회 개원 이후 최초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여야는 지난 5일 정 원내대표 행동에 대해 비판하는 한편, 국회로 돌아올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한국당은 국회 보이콧에 이어 장외투쟁까지 나섰다.

그로부터 ‘일주일’만에 정우택 원내대표는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꿨다. 11일 정 원내대표는 민주당·국민의당·바른정당 원내대표에게 “교섭단체 연설을 하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가진 정세균 국회의장과 각 당 원내대표간 조찬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주호영 바른정당,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 하는 것에) 동의해주고 있어서 정 의장도 긍정적인 입장인데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가 최종 대답을 안했다.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합의만 해주면 연설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며 “그게 국회의 도리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의 ‘말 바꾸기’에 대해 민주당은 침묵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국당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요구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다만 민주당은 정 원내대표의 요구에 난색을 표하는 모양새다.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정당의 대표 혹은 원내대표가 1년에 한번 정당이 지향하는 가치에 대해 국민에게 알리는 연설이다. 이 때문에 국회 대표연설에는 각 당이 최우선으로 처리하고자 하는 입법 현안과 산적한 현안에 대한 당의 입장이 담긴다.

하지만 정 원내대표는 “우리 당의 입장을 국민께 생중계로 알릴 수 있는 기회까지 포기했다”고 밝혔다. 정당이 지향하는 가치에 대해 국민들에게 알릴 기회를 스스로 내친 셈이다. 그리고 그 결심이 고작 ‘일주일만에’ 무너졌다.

여론을 등에 업지 못한 한국당이 스스로 발을 뺀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국당이 한 것이라는 혹독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주만에 철회할 국회 보이콧을 무리하게 한국당 지도부가 밀어부쳤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