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트렌드는 키워드에 대한 상대적 관심도 동향과 연관검색어 정보를 제공한다. <구글 트렌드 메인페이지>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세계 최대의 인터넷 포털 사이트 구글이 1초에 6만건이 넘는 검색횟수를 바탕으로 제공하는 ‘구글 트렌드’는 아마도 가장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빅데이터 서비스일 것이다. 사용자가 관심 있는 키워드의 날짜별 검색량을 지수화해 보여주는 구글 트렌드에서는 국가별 검색 동향과 해당 키워드를 검색한 사용자가 함께 찾아본 검색어의 빈도도 확인할 수 있다. 표기되는 지수는 주어진 기간 중 해당 키워드의 검색수가 가장 많았던 날을 100으로 표시하는 상대지수다.

새 정보에 민감하고 대중의 관심도가 그대로 반영되는 인터넷 포털의 특성상 구글 트렌드는 단어로 표현되는 정치·경제·사회 이슈의 온도를 파악하기에 유용하다. 최근 한국 경제사회를 흔들었던 키워드를 구글 트렌드에 대입해봤다. 분석기간을 별도로 명시하지 않은 수치는 모두 9월 15일을 기준으로 최근 1년의 자료를 사용했다.

◇ ‘아웃라이어’에는 이유가 있다

사회경제적으로 우위에 선 자가 상대적 약자에게 부당한 권력을 행사하는 ‘갑질’은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다. 구글 트렌드로 파악한 ‘갑질’ 키워드의 검색량은 지난 1년 사이 두 번의 특이점을 기록했다. 인터넷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의 수익분배 및 방송규제기준 문제가 불거졌던 작년 10월과 육군대장의 부인이 공관병을 사적으로 부린 사건이 이슈화된 올해 8월 초가 그것이다. 연관검색어 순위에서는 ‘아내’·‘육군’ 등 당시 사건의 흔적들과 함께 같은 문제로 논란을 빚었던 기업들의 이름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6개월간 ‘갑질’ 키워드와 가장 연관도가 높았던 주제어는 다름 아닌 ‘교수’였다(1년 기준 2위·지수 35). 대학원생의 연구와 취직에 대해 절대적인 권력을 소유한 교수사회는 그동안 심심찮게 비리·성범죄·부당요구로 뉴스를 장식해왔다. 그러나 갑질 논란에 휘말렸던 정치인·기업인·군인들이 방송카메라 앞에서 고개를 숙여야했던 것과 달리 ‘교수의 갑질’은 그 심각성에 비해 필요한 만큼의 사회적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구글 트렌드에서 나타난 ‘갑질’과의 높은 연관성과 주요 피해자인 대학원생의 신고가 어렵다는 점 등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피해사례에 대한 의심도 확대시킨다.

한편 ‘경제민주화’ 키워드는 지난 19대 대선에 출마했던 주요 후보 대부분이 정책기조로 강조하면서 대선기간 약 3개월 동안 40~50 사이의 높은 검색량을 유지했다. 해당 키워드가 가장 높은 검색순위를 기록한 날짜는 지난 5월 21일이며, 이후 빠르게 감소하던 검색량은 6월 11일~17일 주간에 한 번 반등했다. 이는 ‘경제민주화의 기수’로 알려진 장하성·김상조 교수가 각각 청와대 정책실장과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발탁된 시기와 일치한다.

◇ 늦게 접하고, 빨리 배운다

올해 국제경제의 주요 이슈 중 하나는 ‘비트코인 열풍’이다. 화폐로서의 안정성에 붙은 물음표를 떼지 못하던 비트코인은 지난 4월 일본에서 정식 거래수단으로 인정받는 등 투자가치를 인정받으며 몸값을 부풀렸다. 연초 1,500달러를 하회하던 비트코인의 가격은 5월 25일 4,681달러까지 높아졌다.

단기간에 빠르게 확산된 비트코인의 인기는 구글 트렌드에서도 확인된다. 올해 초까지 20~30초반을 유지해왔던 영문검색어 ‘bitcoin’은 5월을 기점으로 검색량이 치솟았다. 4월 23~29일 사이 25 수준이었던 bitcoin의 검색지수는 그 다음 두 주 동안 35와 48로 높아졌다. 비트코인이 당대 최고가를 기록했던 5월 25일에는 검색지수도 96까지 높아졌다.

한국은 급변하는 가상통화시장의 동향을 접하기까지 약 2주일의 시간이 필요했다. 한글 검색어인 ‘비트코인’의 경우 관심도가 급격히 높아진 것은 5월 둘째 주부터였다. 다만 상승속도는 매우 가팔라 바로 다음 주인 5월 21~27일 구간에서 해당 키워드의 최다 검색기록을 썼다. 높은 투자가치와 신기술에 대한 호기심 덕분에 대중의 흥미도 빠르게 높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유사한 사례는 비트코인의 핵심기술인 블록체인에서도 발견된다. ‘block chain’과 ‘블록체인’ 키워드의 검색지수는 모두 점진적인 상승궤도를 그리고 있으며, 가장 최근의 자료인 올해 9월지수가 가장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2015년 6월 당시 이미 20~25 정도의 검색지수를 기록하던 ‘block chain’에 비해 ‘블록체인’은 한 자릿수에 그쳐있었다. 그러나 올해 5월과 8월을 기점으로 ‘블록체인’의 검색량도 급증해 ‘빨리 배우는’ 한국 인터넷 이용자의 특징이 다시 한 번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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