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이 지난 5년간 자회사인 롯데역사를 통해서 3,224억원의 배당금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최근 점용기간 만료가 임박해 퇴출 위기에 놓인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전경. <네이버 거리뷰>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점용기간 만료가 임박한 영등포 롯데백화점의 ‘거취’가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운영하는 롯데역사가 수년째 고배당을 실시하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지난 5년간 적게는 70%에서 많게는 2,081%에 이르는 배당 정책을 이어오고 있는 것. 이 기간 이 회사의 양대주주인 롯데역사와 코레일에 흘러간 돈만 4,410억원에 이른다. 특히 배당금 대부분을 챙겨간 롯데역사는 시종일관 ‘코레일의 요구 때문’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2대주주에 불과한 공기업을 내세운 그럴듯한 명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자회사 배당금으로 1년 순이익 벌어들인 롯데쇼핑

롯데역사의 고배당 정책이 계속되고 있다. 28일 롯데역사 양대 주주인 롯데쇼핑 측(68%)과 코레일(25%)에 따르면 올해 주총에서도 어김없이 지난해 실적에 대한 배당을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성향은 약 70%. 지난해 롯데역사의 당기순이익이 348억원이라는 점에 비췄을 때 약 244억원의 배당금이 주주들에게 지급된 것으로 관측된다. 지분율에 따라 최대주주인 롯데쇼핑 측에는 166억원이, 2대주주인 코레일은 61억원의 배당 수혜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롯데쇼핑은 자회사인 롯데역사를 통해서만 지난 5년간 3,224억원의 수익을 거두게 됐다. 지난해 롯데쇼핑의 한해 순이익이 2,469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자회사의 배당금으로만 1년 치 순이익 이상을 벌어들인 셈이다. 롯데쇼핑이 보유한 롯데역사 지분에는 신동빈 회장 등 특수관계인들의 몫도 일부 포함돼 있어, 그룹 오너 일가에게도 일정 부분의 수혜가 돌아갔을 것이란 분석이다.

매년 7~8% 수준의 배당성향을 보이던 롯데역사의 배당금이 폭증하기 시작한 건 2012년부터다. 그해 456억원의 연차배당과 함께 무려 2,000억원의 중간배당이 동시에 이뤄졌다. 당기순이익의 21배(배당성향 2,081%)에 해당하는 규모의 배당이 갑작스레 이뤄진 것인데, 당연히 곳곳에서 의문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롯데쇼핑은 2대주주인 코레일의 요청에 따른 결정이었다는 해명을 내놨다. 2012년 국토교통위 국정감사에서 지나치게 낮은 배당을 받았다는 지적을 받은 코레일이 추가배당을 요청했다는 이유였다. 2대주주와 국감 덕에 비판 여론을 빗겨간 롯데쇼핑은 2012년에만 당해 영업이익의 두 배가 넘는 1,670억원을 벌어들였다.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었을까. 고배당 명분이 생기자 롯데역사의 배당성향은 기존의 10배로 껑충 뛰었다. 2013년부터 한해도 거르지 않고 200~300억원의 돈이 대주주인 롯데쇼핑으로 흘러갔다. 이것이 다가 아니었다. 2013년과 2015년에는 정기배당과는 별도로 반기배당을 실시해 각각 544억원과 136억원을 추가로 챙겼다. 두 부분을 더하면 롯데역사의 배당성향은 211%, 117%를 기록하게 된다.

◇ 2대주주 요청 때문이라는 롯데쇼핑… “명분 부족해”

지난해에도 배당금으로만 166억원을 챙긴 롯데쇼핑의 명분은 한결같다. “코레일 때문”이라는 것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과거 국감에서 지적이 있었고, 코레일 측에서 배당 요청이 있기 때문에 현재의 배당성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롯데쇼핑의 이 같은 해명은 더 이상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배당과 같은 중요 경영사항은 양대 주주인 롯데쇼핑과 코레일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것인지, 한쪽의 일방적인 요구가 있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아울러 지분율에 있어 두 배나 앞서있는 최대주주인 롯데쇼핑이 2대 주주를 거론하는 건 공기업인 코레일을 내세운 ‘명분쌓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본지는 롯데쇼핑의 입장을 듣고자 관계자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