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지방어는 통신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다. <뉴시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통신사에는 ‘해지방어’라는 말이 존재한다. TV·인터넷 등을 사용하던 고객이 해당 서비스의 해지를 요구하면 상담원들은 상응한 대처로 해지를 방어하는 것이다. 문제는 해지방어 행위가 소비자들을 불편하게 만는다는 점이다. 심지어 고객의 사적인 영역에 대한, 도를 넘는 질문도 상당하다.

◇ 고객 해지 요구에도 ‘이용 중지’

# A씨는 1년 정도 사용하던 TV·인터넷 결합상품을 해지하기 위해 통신사에 전화를 걸었다. 상담원에게 “서비스 해지해 달라”고 요청한 순간 상담원의 질문 폭격에 시달려야 했다. “어느 통신사에서 개통을 하느냐”, “왜 그 통신사로 갔냐”, “언제 설치하냐”, “지금 사용하느냐”, “그 통신사의 품질은 좋으냐”, “우리 서비스를 이용할 다른 집은 없냐” 등 질문을 끊임없이 이어갔다.

A씨는 “그냥 해지만 해주면 된다”고 말했지만 정작 해지는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상담이 접수되면 해지까지 3~4일이 걸린다. 사용 중지 상태로 과금은 안 된다”며 기다림을 요구했다. 이 기간 동안 A씨는 “해지를 철회할 생각이 없느냐”는 통신사의 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통신사 고객센터 측의 해지방어로 해지가 완료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 이 기간 동안 과금은 중단되지만, 고객은 해지철회를 권유하는 고객센터의 전화에 적잖이 시달려야 한다. <시사위크>

해지방어는 통신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다. 시장 감시 역할을 하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2015년 말 ‘결합상품 해지절차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지난해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한 바 있다. 통신사업자는 고객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과도한 위약금을 제안·부과하거나 추가조건을 제안해 이용자 해지권을 제한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실태는 달랐다. 여전히 ‘해지방어’ 관습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과도한 ‘해지방어’로 인해 고객과 통신사 콜센터 직원 모두 불편한 상황인 점이다.

TV·인터넷 등의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등이 있다. 해당 사업자의 상담원들은 고객의 해지 신청에 ‘회유’로 응대한다. 이 과정에서 콜센터 직원들의 도를 넘는 질문도 쏟아진다.

실제 기자가 경험한 결과 한 통신사는 “우리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면 15만원을 주고, 월요금도 현재보다 1만원 할인해주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객 유치를 위해 통신사가 지급하는 상품권 등 금품은 고객이 약정기간을 채우지 못했을 때 위약금으로 되돌아 올 수 있다. 통신사는 가입 당시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는다. 해지를 접수할 때 이미 지급한 경품이나 사은품 문제를 언급해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고 경고한다.

◇ 해지방어 상담 직원도 불편한 상황 “어쩔 수 없어”

상담원들이 해지방어로 고객과 설전을 벌이는 이유는 해지방어 결과가 그들의 근무평가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해당 문제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이어진 바 있다. 지난 1월 LG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에서 해지방어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시민단체는 업무 스트레스와 실적 강요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통신사들이 콜센터 상담원들의 해지방어 관련한 업무를 인센티브 등의 근무평가로 엮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며 “이미 해지를 마음먹은 고객들과의 갈등만 유발할 뿐이다. 상담원들이 해지방어 결과로 근무평가를 받게 된다면 결국 그 과정에서 해지를 원하는 고객들과의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어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실제 공정거래위원회 주관으로 운영하는 ‘1372 소비자상담센터’를 통해 접수되는 민원 중 통신사 계약 해지 및 위약금 문제가 가장 높은 비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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