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8대 대선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서울 영등포당사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고 대선 패배를 인정한 후 당사를 나서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18대 대선과 달리 당을 중심으로 사회 각계각층의 조직이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했다.” “18대 대선은 당 공조직 위주의 일사불란한 선거운동이 전개되지 못하고 후보자 캠프 주도의 선거운동이 패인으로 분석된 바, 19대 대선은 (중략) 제 세력이 소속감을 갖고 선거운동을 전개했다.”(더불어민주당 19대 대선평가보고서 본문 중)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은 19대 대선을 준비하면서 18대 대선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 조기대선이 치러지면서 시간은 촉박했지만, 5년 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18대 대선 패배 원인을 철저히 분석했다. 당 안팎에선 “삼수는 없다”는 의지가 읽혔고, “후보만 빼고 다 바꿨다”는 농담 섞인 목소리도 들렸다.

국민의당의 분위기는 달랐다. 19대 대선을 치르면서 국민의당 내에서는 “선거 전문가가 없다”는 볼멘소리가 자주 나왔다. 신생정당인 만큼 대선처럼 ‘큰 선거’를 치러본 의원도, 당직자도 부족했다. 대선후보를 지냈던 정동영 의원을 비롯해 박지원·천정배 의원 등 굵직한 중진 의원들은 ‘호남계’로 묶여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2012년의 ‘안철수 현상’이 다시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만 가득했다.

“반성이 없으면 미래도 없죠.” 국민의당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 말을 자주 입에 올렸다. 국민의당은 지난달 19대 대선을 평가한 대선패배 백서를 공개했다. 국민의당의 ‘반성’은 충분했을까. 대선패배를 바라보는 두 당의 시선을 비교할 때 이들의 현재와 미래를 이해하는 시야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선 후보가 9일 19대 대선 개표 상황실에 들어서는 모습. 안 후보는 이날 "국민의 선택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 선거운동을 이끌어야할 캠프가 불안정했다

2012년 당시 민주통합당과 2017년 국민의당은 ‘후보 중심의 선대위’를 꾸렸다는 점이 공통적인 패인으로 작용했다. 민주통합당은 당 지도부의 책임의식과 리더십 취약, 계파정치로 인한 당의 분열 등을 대선 패배 원인으로 꼽았고 국민의당 역시 부족한 캠프의 역량, 안 후보의 사조직 중심 캠프를 패인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은 19대 대선에서 이 같은 점을 대폭 수정했다. 19대 대선백서에는 “민주당은 역대 어느 대선보다 당 전체가 단결하고 절실하게 선거 운동을 전개했다. 당 원로들조차 ‘이번 대선 잘 하더라’고 평가할 만큼 갈등을 뒤로 하고 서로 양보하면서 대선승리를 위해 하나가 된 것은 승리의 가장 큰 주체적 요인”이라고 자평했다.

◇ 문재인은 ‘안철수’에… 안철수는 ‘TV토론’에 발목잡혔다

2012년 당시 문재인 후보와 2017년 안철수 후보가 대선에서 패배한 데에는 각각 ‘변수’가 작용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문 후보에겐 ‘안철수 단일화’라는 변수가 있었고 안 후보에겐 ‘TV토론’이 악재로 작용했다.

민주당은 문 후보가 단일 후보 결정을 위한 안 후보 측의 ‘마지막 제안’을 수용하지 않은 것이 최대 패착이었다고 진단했다. 평가위는 “문 전 후보는 안 전 교수가 마지막에 제안한 방식으로 (단일화를) 해도 승산이 있다는 걸 알고도 결단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안 후보를 향해서도 “후보단일화 국면과 사퇴 이후에 보여준 (안 후보의) 행보에 대해 대다수 국민, 그리고 안철수 지지자들까지도 그리 공감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TV토론’에 발목을 잡혔다. 국민의당은 “TV토론을 전후해 안 후보에 대한 콘셉트를 제대로 설정하지 못했다. 안 후보는 TV토론을 통해 오히려 아무런 가치를 갖지 않고 내용도 없는 ‘중도’를 표방함으로써 오히려 ‘MB아바타’라는 이미지를 강화시켰고 적폐청산에 반대한다는 이미지, 대북정책과 대외정책에 대해 비판은 하지만 대안은 없다는 이미지를 심어주었다”고 지적했다.

◇ 유약했던 문재인과 철학이 없었던 안철수

대통령 후보가 스스로 갖고 있던 문제점도 패인으로 작용했다. 민주통합당은 “문재인 전 대선 후보는 단일화 협상 등 중요한 국면에서 침묵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모든 최종적인 책임은 후보의 몫”이라며 후보의 정치역량과 결단력 유약을 지적했다. “경선 때의 문재인 후보 참모들이 그 이후 당 출신을 압도했다. 친노 그룹의 성격은 다른 그룹을 믿지 못한다. 정당과 사회운동의 차이를 혼동하는 일련의 집합행동을 했다”는 등 참모진을 향한 비판도 있었다.

국민의당은 “안철수 후보가 2017년 대선에서 어떻게 이길 것인가에 대한 전략을 확실하게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몇 가지 중요한 정책을 갖고 있었으나 선거에서 승리할 전략을 보여주진 못했다. 더 중요한 것은 안 후보가 정책에 대한 철학을 확고하게 보여주는 데 부족했다”는 것이다.

안 후보가 안보·대북정책·사회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개념이 부족했다는 점도 패인으로 꼽혔다. 국민의당은 “이전 정부의 정책들에 대한 안 후보의 입장이 불분명했고 개념이나 철학적 이해, 가치관의 정립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로 대선을 치렀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다음 대선을 준비하고 있는 안철수 대표가 새겨들어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19대 대선 승리 요인을 분석한 백서에서 “문재인 후보는 정책, 인력, 홍보, 조직 등 모든 측면에서 안정적으로 준비돼 있었다”고 평가했다. 18대 대선 패배의 한 요인이었던 ‘후보의 정치역량 부족’ 부분을 해소한 것이다. 또 18대 대선 당시 일부 ‘친노’ 그룹으로 구성돼 폐쇄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참모진 역시 사회 각계인사를 영입한 ‘용광로 선대위’로 재편했다. 민주당은 “영입인사들의 전문성은 당선 이후 인수과정을 준비하는 데에도 상당히 기여했다. 경선 당시 어느 캠프에도 참여하지 않은 의원들을 골고루 참여시킨 것은 과거의 대선에 비해 진일보한 점”이라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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