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국민은행장에 허인 부행장 내정

허인 신임 KB국민은행장 내정자가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겸직해온 KB국민은행 은행장 자리가 3년 만에 분리됐다. 차기 은행장에는 허인 국민은행 영업그룹대표(부행장)가 깜짝 발탁됐다.

KB금융지주는 11일 오후 3시 상시지배구조위원회를 개최하고 차기 KB국민은행장 후보로 허인 부행장를 내정했다고 밝혔다.
 
상시지배구조위원회는 “풍부한 업무경험을 통해 4차 산업혁명 등 트렌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비전과 리더십을 겸비하고 있다는 점, 그룹CEO와 호흡을 함께하면서 사업모델 혁신을 통한 리딩뱅크로서의 지위 강화를 견인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점 등의 측면을 종합 고려해 내정했다”고 전했다.

허 내정자는 KB국민은행에서 영업그룹대표, 경영기획그룹대표(CFO) 역임하는 등 은행의 주요 핵심 직무(전략, 재무, 여신심사, 기업금융, 영업, IT 등)에 대한 경험을 쌓았다.

KB금융 상시지배구조위원회는 지난 2년간 은행장을 포함한 계열사 대표이사 내·외부 후보자군에 대한 자격요건 등을 상시적으로 검증하며, 후보자 풀(Pool)을 관리해 왔다. 확대지배구조위원회는 지난 26일 차기 회장 후보 추천 직후부터 검증을 진행해 후보자 규모를 6명으로 압축했다. 그리고 이들의 적합도 여부를 추석 연휴 기간 중 논의해 차기 국민은행장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국민은행장은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의 심층 인터뷰 등 최종 심사·추천을 거쳐 16일 은행 주주총회에서 확정된다. 또 11월에 열릴 KB금융지주 임시주총에 비상임이사로 추천될 예정이다. 신임 은행장의 임기는 2년이다.

그간 국민은행장직은 윤종규 회장이 지난 2014년 취임 후부터 겸직해왔다. 전임 지주 회장과 행장의 알력다툼으로 조직이 큰 혼란을 겪은 데 따른 조치였다. 최근 윤 회장이 연임에 성공함하면서 KB금융은 분리 경영을 결정했다. 이로써 3년만에 분리 경영 체제를 출범하게 됐지만 조직을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우선은 노동조합의 반발 해소가 가장 큰 과제다.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측은 “회장이 이어 행장까지 날치기로 선임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KB국민은행지부는 성명서를 통해 “윤 회장은 본인의 연임 여부조차 (주총에서)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은행장 선임 절차를 밀어붙였다”며 “지난 3년간 계속 미루어 온 은행장 선임을 굳이 임기를 불과 한 달 남겨둔 이제 와서 진행하겠다고 하고 있다. 이는 본인의 연임 결정 과정상의 문제를 덮고, 관심을 차기 은행장 선임으로 돌리려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허인 부행장은 영업기획부 승인을 거치지 않는 등 편법적으로 진행된 프로모션 실태를 묵과하고, 무분별한 실적주의를 강요하여 고객과 직원들을 기만해 온 인물”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KB국민은행지부는 회장과 행장 선임을 반대하기 위해 시위의 강도를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 11일 오전부터는 은행 본점에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본격적인 철야 농성에 들어갔다. KB국민은행지부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윤 회장의 친정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며 “강도 높은 저지 투쟁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허 내정자는 노조와의 갈등을 대화로 풀어나겠다고 밝혔지만 만만치 않은 앞길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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