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 내각이 중의원 선거에서 완승을 거뒀다.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장기집권의 포석을 놓았다. 22일 열린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과 공명당 연립내각이 313석을 차지하면서 전체 의석수의 3분의2를 넘는 ‘슈퍼 여당’이 탄생했다. 아베 총리의 경기부양책을 일컫는 ‘아베노믹스’에 힘이 실린 한편 일본이 본격적으로 재무장에 나설지도 국제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 ‘양적완화 지속’ 반기는 시장

아베노믹스를 대표하는 것은 마이너스 금리와 통화량 증대를 통해 구현된 양적완화 정책이다. 지난 2012년 겨울 첫 취임한 아베 총리는 엔고현상으로 낮아진 수출경쟁력과 지속적인 물가 하락세를 역전시키기 위해 대대적인 화폐공급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 이후 일본의 화폐공급량은 빠르게 늘어나 2014년 2월에는 본원통화 공급량이 1년 전보다 55.7% 증가했다.

한편 2010년부터 기준금리 0% 정책을 유지해온 일본은행은 지난해 금리를 0.1% 재인하해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열었다. 시중은행이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도록 독려하기 위함이다. 일본은행은 주요국이 통화긴축 가능성을 점치던 지난 7월에도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며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했다.

최근의 일본 경기는 아베 총리의 화폐공급정책이 실효를 거뒀다고 말하는 듯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이 11일 발표한 ‘최근 일본경제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는 일본의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1.4%를 기록해 9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으며, 8월 경기선행지수도 106.8로 양호했다고 밝혔다. 수출·투자와 내수가 모두 되살아난 결과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일본기업의 2분기 경상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2.6% 증가했다.

자민당의 승리가 유력해지면서 고공행진을 시작한 주가지수는 아베노믹스에 대한 일본의 신뢰를 확인시켜준다. 닛케이225지수는 최근 15일 연속 상승해 이 분야에서 신기록을 세웠으며, 도쿄증권거래소가 발표하는 주가지수인 ‘토픽스’도 11일 연속 높아졌다. 토카이 도쿄 리서치센터의 히로카와 쇼지 수석 투자전략가는 블룸버그를 통해 “연립여당이 승리하면서 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안정적으로 지속될 힘을 얻었다. 이는 일본 주식시장에 큰 호재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의 또 다른 정책목표인 ‘약한 엔화’도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양적완화정책이 당분간 계속되리란 예상이 시장에 확산됐기 때문이다. 지난 9월 29일 1,021.15원이었던 엔화(100엔 기준)는 23일 현재 994.46원으로 떨어진 상태다.

◇ 개헌 동력 얻은 의회… 반대파 설득 가능할까

한편 자민당의 승리는 평화헌법 개정에도 추진력을 부여했다. 일본은 헌법 제 9조를 통해 자국이 군대를 보유할 권리와 교전할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강한 일본’을 추구하는 아베 총리는 평화헌법 개정을 숙원으로 삼고 꾸준히 방위비를 강화해왔다. 자민당·공명당 연립내각은 지난 2016년 선거를 통해 참의원에서도 전체의 3분의2를 넘는 의석을 보유해 개헌에 필요한 최소인원수를 당 내에서 충족시킬 수 있는 상태다.

중국 국영방송사 신화통신은 이미 일본의 군사력 보유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선거 개표과정을 중계하며 “아베 정권의 팽창과 평화헌법의 위기는 곧 아시아 주변국의 걱정거리가 늘어남을 뜻한다. 일본의 무장은 인접국과 일본 양쪽에게 모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논평한 것이다. 중국과 일본은 센가쿠 열도를 두고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으며, 아베 총리는 중국과 대립각을 세운 미국·인도와 적극적으로 경제교류를 맺는 중이다.

다만 우파정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했다 하더라도 개헌에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자민당과 연립여당을 구성하고 있는 공명당이 군사력 확대에 조심스런 태도를 취하고 있다. 종교단체 ‘창가학회’에 뿌리를 둔 공명당은 군비축소와 평화환경 조성을 당의 정책방향으로 명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개헌은 국민투표에서 과반을 얻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양분된 여론이 어느 쪽으로 쏠릴지가 중요하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49%의 국민이 평화헌법 개정에 찬성한 반면 반대한 응답자도 44%에 달했다는 자체 출구조사 결과를 선거당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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