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에 대대적인 인사가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박대영 사장의 자리보전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정상적인 연말 인사를 실시하지 못했던 삼성그룹이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대대적인 물갈이에 나섰다. ‘세대교체’가 키워드로 떠오른 가운데, 그룹 내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한 삼성중공업의 박대영 사장이 이번에도 자리보전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지난 2일 실시된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는 파격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부문장 전원을 교체했을 뿐 아니라, 60대가 모두 물러나고 50대로 채워졌다.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 및 실형을 선고받고, 그룹 컨트롤 타워가 해체된 가운데 인사에서도 큰 변화가 단행된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삼성그룹 계열사 전반으로 퍼져나갈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삼성그룹은 삼성전자가 인사를 선행한 뒤 삼성전자 계열사들이 뒤따라 인사를 실시했고, 삼성물산 계열사 및 금융계열사 인사가 이어졌다. 올해 역시 삼성전자발 인사 기조가 각 계열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 ‘풍전등화’ 박대영 사장, ‘인물난’으로 자리보전?

이런 가운데,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대영 사장은 2012년 연말 인사를 통해 승진, 2013년부터 삼성중공업 사장으로 회사를 이끌었다. 하지만 이후 업황부진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업계 전반에 적자 폭탄이 떨어진 가운데, 삼성중공업 역시 조단위 적자를 면치 못했다. 대규모 구조조정은 현장 노동자들의 반발을 불러왔고, 박대영 사장의 리더십은 흔들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대영 사장은 꾸준히 자리를 지켰다. 2015년 말에는 연임 가능성에 물음표가 붙었지만, 연임에 성공하며 2019년까지 임기를 늘렸다.

그러나 임기가 반드시 보장되리란 법은 없다. 삼성전자에서 나타난 인사기조를 고려하면, 박대영 사장은 퇴진 1순위에 해당한다. 나이는 60대고, 5년 가까이 자리를 지켰으며, 이 기간 실적은 저조하기만 했다.

뿐만 아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이어지며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근로자의 날이었던 지난 5월 1일에는 크레인 전도사고로 6명이 사망했고, 같은 달 17일엔 화재사고까지 발생했다.

이처럼 60대의 나이와 실적부진, 흔들리는 리더십 등은 박대영 사장의 자리보전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요소다.

반면, 박대영 사장이 이번에도 칼바람을 피해갈 것이란 예측 역시 일각에서 나온다. 박대영 사장의 능력을 떠나, 후임을 맡길만한 인물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국내 조선업계엔 수장을 맡길만한 인물이 많지 않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박대영 사장이 짧지 않은 기간 자리를 지킨 것도, 정성립 사장이 대우조선해양 사장에서 물러난 뒤 STX조선 사장으로 재임하다 9년 만에 다시 복귀한 것도 이 같은 평가에 힘을 실어준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 입장에선 박대영 사장을 계속 유지할 명분이 없지만, 조선업계 사정을 보면 그를 대체할 인물이 마땅치 않다”며 “2016년 삼성전자에서 영입됐던 김종호 사장이 후임으로 대두되기도 했지만, 그는 올해 초 다시 삼성전자로 복귀했다. 만약 박대영 사장이 물러나고 후임으로 50대 사장이 선임된다면 상당한 파격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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