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부사장은 회사의 위기 속에서도 초고속 승진을 이어오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1982년생, 올해 나이 36세. 2009년 대리 입사 이후 유학을 다녀온 뒤 2013년 부장으로 재입사. 2014년 상무보를 거치지 않고 곧장 상무로 승진. 2015년 전무 승진. 2017년 부사장 승진 및 계열사 공동대표 취임.

현대중공업그룹 최대주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부사장이 걸어온 길이다. 부장에서 부사장까지 불과 4년 밖에 걸리지 않는 초고속 승진을 보여주고 있다.

정기선 부사장이 회사로 돌아온 2013년 이후 현대중공업은 큰 위기를 겪었다. 2013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크게 감소하더니 2014년과 2015년엔 조 단위 적자폭탄이 터졌다. 조선업계에 드리운 불황의 그늘과 이에 대비하지 못한 경영실패가 원인이었다. 여기에 수주절벽 사태까지 이어졌다.

최악의 경영위기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게 했다. 현장 노동자는 물론, 임원들도 칼바람 속에 회사를 떠났다. 협력업체를 포함하면 일자리를 잃은 이들이 1만 명을 훌쩍 넘겼고, 지난해에는 임원 수를 25% 줄였다. 현대중공업을 통해 생업을 유지하던 지역경제도 큰 타격을 입었다.

이처럼 현대중공업의 위기는 많은 이들의 위기로 이어졌다. 단, 정기선 부사장은 늘 예외였다. 연이은 대규모 적자와 구조조정 칼바람 속에서 나홀로 초고속 승진을 이어갔다.

올해도 이러한 기조는 달라지지 않았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올해 대규모 분사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는 노조세력 약화에 따른 근무여건 및 고용안정성 악화 등을 이유로 거세게 반발했다. 하지만 분사와 구조조정, 지분정리 등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정기선 부사장은 승진과 함께 분사로 떨어져 나온 계열사 대표 자리에 앉았다.

이로써 정기선 부사장은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한층 더 공고히 다지게 됐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현대중공업그룹 안팎의 시선 속 허탈함과 불편함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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