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이 내년 차기 협회장 선거에 나가지 않기로 했다.

황 회장은 4일 저녁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협회장 선거 불출마 선언을 했다. 황 회장은 간담회에 앞서 내부 게시판을 통해서도 이같은 의중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회장은 이날 “현 정부를 끌고 가시는 분들과 결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연임 불출마 배경을 전했다.

황 회장은 “나는 시장주의자로 시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반해 현 정부는 시장이 위험하므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강한 정부, 큰 정부 중심으로 돌아가 다소 결이 다르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황 회장은 “외교 용어로 저는 척결 대상이나 사형 대상은 아니지만 환영받지 못하는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와 같았다”면서 내심 섭섭한 마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또 현직 프리미엄을 누리며 연임에 도전하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발언도 했다. 황 회장은  “회장 후보로 활동하는 분들이 몇 분 있는데, 새 후보는 새로운 후보 간에 경쟁하는 게 맞다”며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경쟁하는 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내년 2월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다. 황 회장은 1975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옛 삼성투신운용과 삼성증권 사장,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KB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한 인사다.

2015년 금융투자협회장에 당선된 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과 초대형 IB 인가 등 금융투자업계 주요 현안을 추진해왔다. 업계에선 재임 기간 성과를 앞세워 그가 연임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을 보냈다.

하지만 최근에 안팎의 기류가 빠르게 바뀌었다. 특히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발언이 그의 거취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나왔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기업 그룹에 속한 회원사 출신이 (출신 회사의) 후원이나 도움을 받아 회장에 선임된 경우가 많았다”며 “또 (그런 인사가) 나타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이같은 발언이 황 회장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풀이가 나왔다.

한편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증권사 56개, 자산운용사 169개, 선물사 5개, 부동산신탁사 11사의 투표를 통해 선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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