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K리그1 득점왕을 달리고 있는 수원 삼성의 타가트. /뉴시스
현재 K리그1 득점왕을 달리고 있는 수원 삼성의 타가트. /뉴시스

시사위크=이수민 기자  ‘토종 골잡이’가 사라졌다. 시대에 맞지 않는 ‘쇄국주의’를 주장하고자 함은 아니지만, K리그1 득점왕 경쟁이 외국인 선수들의 ‘그들만의 리그’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상황이 썩 반갑지만은 않다.

올 시즌 K리그1은 정규라운드를 모두 마치고 A·B그룹으로 나뉘어 파이널 라운드에 돌입했다. 2파전으로 좁혀진 우승경쟁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둘러싼 경쟁, 그리고 강등을 모면하기 위한 경쟁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선수들의 득점왕 경쟁 또한 뜨겁다. 22일 현재 수원 삼성의 타가트가 17골로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울산 현대의 주니오가 16골로 바짝 뒤쫓고 있다. 여기에 인천 유나이티드의 무고사(14골)와 나란히 13골을 기록 중인 대구FC 세징야, 포항 스틸러스 완델손으로 5위권이 형성돼있다.

한국인 선수의 이름이 등장하는 것은 5위권 밖에서부터다. 김보경(울산)과 박용지(상주 상무)가 12골로 한국인 선수 중 가장 많은 골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전체 순위에서는 6번째가 돼서야 이들의 이름이 등장한다.

물론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득점왕 경쟁구도에서 한국인 선수들이 일찌감치 멀어졌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이는 지난해 득점왕 경쟁구도와 판박이다. 지난해에는 경남FC의 말컹이 26골로 1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강원FC의 제리치(24골)가 이었다. 3위와 4위는 울산의 주니오(22골), 인천의 무고사(19골) 차지였다. 한국인 선수 중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것은 14골의 문선민(당시 인천)이었는데, 선두권과 차이가 뚜렷했다.

득점왕 경쟁이 2년 연속 외국인 선수들의 ‘그들만의 리그’ 양상을 보이게 된 것은 10여년 만이다.

2007년엔 까보레(경남)가 18골로 득점왕을 차지했고, 데닐손(당시 대전 시티즌)과 데얀(당시 인천)이 14골, 스테보(당시 전북 현대)가 13골, 루이지뉴(당시 대구)가 11골, 모따(당시 성남 일화)가 9골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듬해인 2008년에도 두두(당시 성남)가 16골로 득점왕을 차지했고, 데얀(당시 서울FC)이 15골, 라돈치치(당시 인천)와 에두(당시 수원)가 13골로 뒤를 이었다.

이후에는 한국인 선수들도 득점왕 경쟁에 꾸준히 가세해왔다. 2009년엔 이동국(전북)이 21골로 득점왕을 차지했고, 2010년엔 유병수(당시 인천)가 22골로 주인공이 됐다.

2011년엔 데얀(당시 서울)이 24골로 압도적 득점왕을 차지했으나, 이동국과 김정우(당시 성남)가 2위와 3위를 차지하며 자존심을 지켰다. 2012년 역시 득점왕은 데얀(당시 서울)의 차지였지만 이동국이 2위를 지켰고, 2013년엔 데얀(당시 서울)과 김신욱(당시 울산)이 19골로 동률을 이뤘다. 2014년에도 산토스(당시 수원)이 득점왕을 가져갔지만 이동국이 1골 차로 끝까지 추격했다.

2015년엔 마침내 김신욱(당시 울산)이 한국인 선수로서 득점왕 타이틀을 되찾아왔다. 이듬해엔 정조국(당시 광주FC)이 깜짝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다시 2017년엔 조나탄(당시 수원)이 득점왕 타이틀을 빼앗아 갔으나 양동현(당시 포항)이 2위에 오르며 자존심은 지켰다.

물론 득점왕 경쟁에서 한국인 선수들을 찾아볼 수 없게 된 이유가 ‘한국축구의 위기’로 이어질 사안은 아니다. 손흥민, 황의조 등 쟁쟁한 선수들이 해외에서 좋은 활약을 이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K리그1의 흥미를 더해주고 흥행에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는 아쉬움지 남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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