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YBM 토익 관련 청원. 나흘 만에 1만8,000명 이상이 참여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우리나라는 ‘영어공화국’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영어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취업난이 지속되면서, 영어실력 확보가 ‘취업스펙’의 기본으로 자리매김했다. 그 중심에 서 있었던 것은 바로 토익시험이다. 가장 대표적인 영어공인시험으로 오랜 세월 그 지위를 유지해왔다.

그런데 최근 이 토익에 관련된 호소가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라왔다. “갑질 규정으로 취업준비생을 두 번 울리는 토익주관사 YBM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사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다. 지난 28일 시작된 이 청원은 나흘째인 31일 현재 1만8,175명이 참여하며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 청원은 YMB에 대해 두 가지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먼저 토익 관련 일정으로 YBM이 갑질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선 시험의 성적이 발표되기도 전에 다음 시험 접수가 마감되는 것을 ‘갑질’로 규정한다. 일정한 점수가 확보되면 굳이 다음 시험에 응시할 필요가 없는데, 일정상 점수를 알지 못한 채 어쩔 수 없이 다음 시험에 또 접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1월의 토익시험 일정을 살펴보자. 시험일자는 13일과 28일 두 번 진행된다. 13일 시험의 정기접수기간은 11월 13일부터 12월 18일까지고, 12월 18일부터 1월 10일까지 추가접수를 받는다. 성적발표일은 1월 30일이다. 즉, 다음 시험일자인 28일에도 13일에 치른 시험성적을 알 수 없다.

만약 13일 시험성적을 확인한 뒤 시험을 또 보고 싶다면, 2월 11일 시험에 추가접수를 해야 한다. 그 다음인 2월 25일 시험도 1월 29일에 정기접수기간이 끝난다. 하루 차이로 인해 추가접수를 해야 시험을 볼 수 있다. 시험성적을 확인하고, 정기접수로 응시하려면 3월 11일 시험부터 가능하다. 하지만 한시가 급한 취업준비생들에게 두 달은 너무 길다.

청원에서 두 번째로 지적하고 있는 내용은 이 부분과 연결된다. 정기접수기간과 추가접수기간엔 응시료 차이가 있다. 정기접수기간엔 4만4,500원이던 것이 추가접수기간엔 4만8,900원으로 10% 상승한다.

물론 원활한 시험 준비 및 운영을 위해 응시자 규모 등을 미리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정기접수기간은 보통 시험일자 두 달 전부터 한 달 전까지다. 시험일자 한 달 전부터 3일 전까지는 10%의 응시료를 더 내야한다. 원활한 시험 준비를 이유라 하기엔 정기접수기간 마감이 다소 이르다. 더욱이 토익은 오랜 시간 꾸준히 진행된 시험으로, 응시자 규모가 큰 폭으로 변하는 일은 드문 편이다. 결국 이 같은 응시료 차이는 취업준비생들의 절박함을 악용한 상술로 지목받고 있다.

마찬가지로 YBM이 운영하는 일본어공인시험 JPT를 보면 차이가 뚜렷하다. JPT는 시험일자로부터 약 5일 전까지 정기접수를 받는다. 시험을 3~4일 앞둔 시점에만 응시료가 더 비싼 추가접수가 이뤄지고 있다. 또한 성적발표일이 지난 뒤 다음 시험이 실시되고, 성적을 확인한 뒤 다음시험의 정기접수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

YBM 측은 이러한 일정에 대해 “현재로선 불가피한 부분이 있으며, 차차 개선해나가겠다”라는 입장이다.

우선 YBM 측은 추가접수가 응시생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해명한다. 토익시험의 큰 규모로 인해 보통 1~2개월 이상의 준비기간이 필요한데, 접수하지 못한 응시생들의 요구가 높아지면서 추가접수를 도입했다는 것이다. 또한 추가접수자들의 원활한 시험 진행을 위해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응시료에 차이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시험성적 발표가 늦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전국의 답안지를 수거 및 스캔해 이를 미국의 ETS로 보내면 통계 분석 등의 절차를 거쳐 성적이 산출되는 구조”라며 “일본은 성적발표까지 23일이 걸리지만, 우리는 ETS 측의 배려로 16일 만에 발표된다”고 밝혔다. 지금껏 꾸준히 단축돼왔으며, 앞으로도 더 단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문제로 지적된 토익 시험일정. 앞선 시험 결과도 발표되지 않은 시점에 다음 시험이 치러진다.

◇ “영어공인시험 부문에 근본적 변화 필요” 목소리도
 
이러한 논란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도 YBM의 토익시험 운영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2013년엔 청년유니온, 참여연대, 민변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YBM을 공정위에 제소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일부 규정들이 개선되기도 했지만, 크게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일각에선 좀 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영어공인시험 부문에서 토익시험이 지니고 있는 독점적 지위를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더 저렴하고 효율적인 영어공인시험을 마련해달라는 요구도 끊이지 않는다.

YBM은 1961년 창업주 민영빈 회장이 설립한 시사영어사를 모태로 한다. 토익시험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1982년으로, 30년이 훨씬 넘었다. 그 사이 YBM은 영어 등 각종 언어 교육과 시험 주관 등을 통해 크게 성장했다. 우리나라 영어교육 분야에 기여한 바도 크다.

하지만 YBM의 성장 배경에 우리 사회 청년들이 겪은 취업난 문제가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취업준비생들에겐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토익 응시료나 영어학원비, 교재비 등이 모여 YBM은 성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는 민영빈 회장의 장남인 민선식 부회장이 영어공인시험 및 영어교육 업계에서 대를 이어 막강한 지위를 누리고 있다. 어쩌면 이러한 부분이 우리 사회 청년들, 그리고 취업준비생들을 더 허탈하게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다.

새 정부 들어 국민 여론을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등장한 YBM 토익 관련 이슈가 어떤 변화로 이어지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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