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20 16:21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추진되지만 ‘걸림돌’도 많다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추진되지만 ‘걸림돌’도 많다
  • 은진 기자
  • 승인 2018.10.2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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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사법농단 관련 특별재판부 설치 촉구’ 4당 원내대표 공동 기자회견에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관영 바른미래당,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장병완 민주평화당,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 뉴시스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사법농단 관련 특별재판부 설치 촉구’ 4당 원내대표 공동 기자회견에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관영 바른미래당,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장병완 민주평화당,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과 재판거래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특별재판부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른바 ‘사법농단’ 관련자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기각률이 90%에 달하자 특별재판부를 설치해 성역 없는 조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과 법원 내부에서 특별재판부 도입이 사법부 독립성을 침해하는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어 법안 처리에 난항이 예상된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김관영 바른미래당·장병완 민주평화당·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2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법농단수사 진행경과를 보면 법원이 과연 수사에 협조하고 사법농단의 진실을 밝힐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현행 재판부에 의한 재판으로는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사법농단 사건에 대해서는 특별한 절차를 통해 재판 사무분담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기간 중의 사법농단 의혹사건 재판을 위한 특별형사절차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법안은 대한변호사협회·전국법원판사회의·시민사회 등이 참여하는 재판부 후보 추천위원회가 현직 법관 중 후보를 2배수로 선정하고, 대법원장이 이 가운데 3명을 선정해 특별재판부를 구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주민 의원 안을 토대로 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논의될 것으로 보이지만, 바른미래당은 시민사회 참여 등 세부적인 부분에선 입장이 달라 독자적인 법안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여야4당은 특별재판부 구성에 정당이 직접 관여할 여지가 없기 때문에 정치적 편향성 논란은 적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단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특별재판부 설치가 유일한 해법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회가 특별재판부 설치법을 제정해 사법부의 재판권에 관여한다는 것 자체가 삼권분립 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재판 공정성·중립성 침해… 위헌 소지”

한국당은 특별재판부 설치 논의가 시작된 지난달 14일 윤영석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사법부에 대한 정치권의 흔들기가 정도를 넘어섰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행태가 사법부 신뢰를 훼손한 것은 맞지만 그것이 정치권의 사법부에 대한 개입을 정당화하는 것으로 활용되어서는 결코 안된다”며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롯한 정치권의 사법부에 대한 흔들기와 개입은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민주주의 근간인 3권 분립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원 내부에서도 특별재판부 구성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황병하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이날 법원 내부 전산망 코트넷에 올린 글을 통해 “어떤 하나의 사건만을 재판하기 위해 예외 법원을 설치하는 것은 금지된다. 더 나아가 재판을 요구하는 국민이 자신의 사건이 어떤 법원의 어떤 법관에 의해 처리될 것인지를 미리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어느 법원이 관할 법원이고, 어떤 규칙에 따라 사건이 배당되는지 미리 확정돼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만 순간의 결정에 따라 담당판사가 바뀌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황 부장판사는 “예를 들어 사건 배당을 단순히 법원 내 예규로 규정한 나머지 2008년의 촛불시위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가 법원장이 개입할 여지를 남긴 사례는 사법권을 법원에 독점시킨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며 “재판제도는 법관들의 문제지만, 그 전에 우리 국민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취를 문제 삼았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특별재판부가 설치되려면 김명수 대법원장이 자진사퇴하고 그 문제를 정리한 뒤에 국회 차원에서 논의가 있어야 한다”며 “지금 사법부를 부정하는 특별재판부를 이야기하는 것은 문재인 정권이나 민주당이 야권공조를 파괴하려는 정치 행위를 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선후가 맞지 않는 야권 분열 공작”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김 원내대표의 김명수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대해 ‘물타기’라고 일축했다.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여야 4당의 ‘사법농단 관련 특별재판부’제안에 대해 ‘김명수 대법원장의 선 사퇴’를 요구하는 김 원내대표의 발언은 ‘물타기의 진수’를 보여준 것”이라며 “김 원내대표는 과거의 양승태 사법농단의 책임을 현재의 사법부 수장에게 떠넘기려는 것인가? 김 원내대표는 ‘사법농단 세력 비호’를 멈추고 즉각 ‘특별재판부 설치’를 수용하여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여야4당의 의석수를 합하면 총 178석이다. 여기에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민중당과 무소속 의원을 더하면 국회선진화법상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기준인 180석을 맞출 수 있어 사실상 한국당이 반대해도 법안 처리는 가능하다. 하지만 패스트트랙은 법안 처리까지 330일이 걸리므로 한국당의 협조를 구해 정상적인 절차를 밟는 게 가장 빠르다. 사법농단 의혹 사건 관련자에 대한 검찰 기소가 이뤄져 재판 배당이 끝나면 특별재판부 설치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