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히어로즈 야구단이 내년부터 키움증권과 메인 스폰서십 관계를 맺는다. /뉴시스
서울 히어로즈 야구단이 내년부터 키움증권과 메인 스폰서십 관계를 맺는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올 시즌 가을야구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채 퇴장한 넥센 히어로즈를 이젠 볼 수 없게 됐다. 서울 히어로즈 야구단(이하 히어로즈)이 내년 시즌부터 넥센타이어가 아닌 키움증권과 손을 잡게 됐기 때문이다.

◇ 5년간 연 100억 규모… 또 한 번 이정표 세운 히어로즈

히어로즈와 키움증권은 새 메인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6일 공식 발표했다. 아직 한국시리즈가 한창 진행 중이지만, 공시 규정으로 인해 속전속결로 발표됐다. 키움 또는 키움증권 등 정확한 구단명칭과 새로운 엠블럼 및 유니폼 등은 내년 초 공식행사와 함께 발표될 예정이다.

이로써 히어로즈는 넥센타이어와의 9년 동행에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파트너와 손을 잡게 됐다. 국내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의 ‘야구단 전문기업’으로 출범해 여러 어려움을 딛고 강팀으로 도약했던 히어로즈가 또 한 번 역사적인 이정표를 세운 것이다. 특히 연간 100억원에 달하는 계약 규모와 5년의 계약기간은 여러모로 의미하는 의미가 크다.

히어로즈는 올 시즌 많은 사건과 논란 속에서도 4위의 성적을 거두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비록 한국시리즈 진출엔 실패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선사한 명승부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 돋보이는 젊은 자원이 많고, ‘화수분’이라 불릴 정도로 선수 육성에 일가견이 있는 히어로즈이기에 이번 메인 스폰서십 계약은 또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야구 마케팅’에 많은 관심을 보여 온 키움증권 역시 이번 계약을 통해 상당한 마케팅 효과를 볼 전망이다. 키움증권은 야구장 광고를 적극 실시해왔으며, 특히 NC 다이노스 홈구장에선 전광판 위에 대형 간판을 설치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프로야구는 봄부터 가을까지 거의 매일 경기가 진행되고, 경기시간이 3시간 내외에 달하다. 기본적으로 브랜드 인지도 상승효과는 확실하게 얻을 수 있다. 또한 히어로즈는 젊고 도전적인 이미지가 강하고, 향후 발전 가능성이 높아 브랜드 이미지 향상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는 키움증권 입장에선 홍보를 위해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히어로즈 경영 건전성 키울까

이처럼 히어로즈와 키움증권이 손을 잡은 가운데, 또 하나 주목되는 점이 있다. 야구계에 충격과 실망을 안긴 히어로즈의 경영 실태가 개선될 수 있을지 여부다.

히어로즈는 올 시즌 시작 전인 지난 2월, 이장석 전 대표가 횡령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됐고 남궁종환 전 부사장 역시 유죄가 인정됐다. 두 사람은 지난 9월 열린 항소심에서도 모두 유죄가 인정된 바 있다. 이들은 장부를 조작해 회삿돈을 빼돌리고,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히어로즈는 장정석 감독을 사외이사로 등재시켜 놓는 등 경영상 난맥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또한 장기간에 걸쳐 트레이드 뒷돈을 챙겨온 사실도 드러났다. 이는 프로야구의 가장 기본적인 질서와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었다.

이에 메인 스폰서인 넥센타이어는 히어로즈 측에 경영개선방안 마련을 요구하며 스폰서비 지급을 중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히어로즈는 만족스러운 방안을 내놓지 못했고, 넥센타이어는 팬과 선수, 리그를 위해 스폰서비 지급을 재개하며 아쉬움을 드러낸 바 있다.

키움증권은 기업 및 경영에 있어 전문성을 지닌 곳이다. 때문에 이번 스폰서십 계약이 히어로즈의 각종 경영상 난맥을 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키움증권 관계자는 “히어로즈가 어떤 상황인지, 또 어떤 우려들이 있는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그런 내용들에 대한 협의도 있었다”고 밝혔다.

야구계 관계자는 “이장석 전 대표의 거취가 야구계 최대 관심사이고 넥센타이어와 스폰서비 미지급 사태도 있었던 만큼, 키움증권과 히어로즈가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 놓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히어로즈가 키움증권과의 새출발을 통해 어두운 과거와 작별하고 야구단 운영은 물론 경영상태도 준수한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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