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신세게푸드가 올반 센트럴시티점을 리뉴얼해 '올반 프리미엄'을 선보였다. / 올반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달 신세게푸드가 올반 센트럴시티점을 리뉴얼해 '올반 프리미엄'을 선보였다. / 올반 홈페이지 갈무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부흥기를 지나 침체기에 들어선 한식뷔페 시장에 미세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외식 트렌드 변화로 인한 수요 감소로 한식뷔페의 폐점 소식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신세계푸드가 프리미엄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신년 화두인 ‘중간은 없다’란 경영 철학이 반영된 결정으로 분석된다.

◇ “1시간 대기는 기본”… 잃어가는 한식뷔페의 영광

한식뷔페 시장에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예전만 못한 인기에 브랜드를 막론하고 고전을 면치 못하는 와중에 신세계푸드의 ‘올반’이 프리미엄 옷을 갈아입고 등장했다. 지난달 말 신세계푸드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센트럴시티점을 ‘올반 프리미엄’으로 리뉴얼해 재개장했다.

올반의 변신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관심을 끈다. 우선 ‘프리미엄’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된 최초의 한식뷔페라는 측면이다. 애슐리W, 애슐리W+ 등 패밀리 레스토랑에서는 맛과 구색을 강화한 프리미엄 라인이 선보인지 오래다. 반면 대안으로 주목받던 한식뷔페는 2013년 풀잎채와 계절밥상이 첫 등장한 이래로 브랜드 세분화 없이 기존 스탠다드 라인에 머물러 있었다.

두 번째는 등장 시기다. 유통가에서 프리미엄 마케팅의 주요 목적은 시장 확대에 있다. 소비자 타깃 층을 넓혀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프리미엄 라인을 내놓는다. 프리미엄으로 고객 유입을 늘린다는 건 기존 스탠다드 라인이 안정적으로 운영된다는 전제 조건이 따른다. 하지만 한때 “1시간 대기는 기본”이라는 말이 나돌던 한식뷔페는 외식 트렌드 변화로 인해 쇠퇴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한식뷔페는 대기업, 중견기업 구분 없이 점포수가 빠르게 줄고 있다. 2016년 47개에 달하는 점포를 거느렸던 풀잎채는 이듬해 39개로 줄어든 데 이어, 지난해 또 다시 7곳이 문을 닫았다. 한식뷔페의 대표 주자인 계절밥상도 옛 영광을 잃어가고 있다. 지난 연말 건대점, 일산점, 광교점 등 전국에서 11개 매장이 한꺼번에 영업 종료를 선언했다. 수익성이 낮은 매장의 정리를 통한 사업구조 개편에 돌입한 것이다.

◇ “중간은 없다”… 프리미엄으로 승부수 띄운 ‘올반’

맛집 열풍과 배달 음식의 성장 등으로 인해 한식뷔페의 인기가 예전만 못해진 상황에서 신세계푸드가 프리미엄 전략을 꺼내든 이유는 무엇일까. 배경은 외식 시장에서의 양극화에 있다.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서라도 그에 걸맞은 서비스와 음식을 제공받고자 하는 고객층이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외식 분야에서도 가격 부담이 없는 초저가 제품 혹은 고가 시장으로 양분화 되고 있다”면서 “고속터미널은 프리미엄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확실하다는 판단에 따라 (올반 프리미엄) 첫 매장을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세계푸드 올반의 이 같은 행보는 최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제시한 경영 철학과도 부합한다. 정 부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중간은 없다(There is no middle ground)”라는 화두를 제시해 재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스마트한 고객이 늘면서 중간은 없어지고 시장은 ‘초저가’와 ‘프리미엄’ 두 형태만 남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정 부회장의 복안은 단지 생각에 머물지 않고 차차 현실화되고 있다. 2015년 비밀연구소를 설립해 ‘피코크’, ‘노브랜드’ 등 이마트 자체상표(PB) 브랜드를 탄생시켜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켰다. 또 지난해에는 만물잡화점 ‘삐에로쇼핑’을 선보였다. 이처럼 초저가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는 신세계는 다소 소홀했던 프리미엄군 강화를 통해 양극화의 균형추를 맞추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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