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한반도단번도약 포럼의 주제는 '북한의 도시건축과 주거혁신의 만남'이었다. 임동원 홍익대 교수는 북한의 도시개념을 이해하는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북한의 도시와 건축 자료집-임동원 교수
1회 한반도단번도약 포럼의 주제는 '북한의 도시건축과 주거혁신의 만남'이었다. 임동우 홍익대 교수는 북한의 도시개념을 이해하는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북한의 도시와 건축 자료집-임동우 교수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러시아는 시장경제로 개방하면서 국가소유 산업시설 지분을 국민들에게 공평하게 분배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의롭지 않았다. 서구유럽 자본주의에 먼저 눈뜬 사업가들이 헐값으로 지분을 매입했고, 이른바 ‘올리가르히’라는 신흥재벌로 성장한다. FC첼시의 구단주로 우리에게 익숙한 러시아 석유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부정부패와 빈부격차가 극심하게 나타났고, 결국 러시아 성장의 발목을 잡는 요소로 작동하고 있다.

중국의 성장과정에서는 부동산 재벌들을 빼놓을 수 없다. 개방초기 노른자위 땅을 선점한 일부가 자본을 축적했고 다시 제조업에 뛰어들어 거대재벌로 성장했다. 소수의 신흥부자들은 권력자·관료들과 결탁해 새로운 부동산 개발, 공단조성 사업을 일으켜 더욱 큰 부를 쌓아가고 있다. 아직은 고도성장기에 있어 문제가 수면 밖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특정 시점에는 반드시 폭발할 수밖에 없는 악재다.

◇ ‘통일대박’ 경제담론은 끝났다

아직은 불투명하지만 만약 북한이 개방이 된다면, 중국·러시아와 비슷한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북한 개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중국 디벨로퍼들은 물론이고, ‘평화는 경제’를 부르짖는 문재인 정부 역시 개발논리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에 인프라를 건설하고, 우수하면서 저렴한 노동력을 이용해 제품을 생산하며, 우리의 남는 재고를 소비시키는 전형적인 개발도상국 발전 모델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시행착오가 뻔히 보이는 과거의 발전모델을 북한에 이식하는 것이 옳은 방향일까. 4차 산업혁명이 화두인 시기에 굴뚝산업을 일으키는 것이 맞을까. 북한의 발전모델을 고민하면서 우리사회의 모순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그저 ‘남의 나라’라고 치부하기에 북한은 우리와 너무나 많은 영향을 주고받는다. 따라서 민족적 관점의 통일 혹은 경제적 관점의 양적확대라는 과거 프레임이 아닌, 남북 모두의 도약을 위한 새로운 담론이 필요한 시기임은 분명하다.

그래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뭉쳤다. 조정훈 아주통일연구소장, 양동수 사회혁신기업 더함 대표, 이원재 LAB2050 대표, 강현숙 사단법인 코드 이사, 이희숙 재단법인 동천 상임변호사, 조승민 글랜스 대표 등 50여 명이다. 이들은 28일 서울 명동에 위치한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1회 한반도단번도약 포럼을 개최하고 새로운 담론형성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상반기까지 총 4회의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며 하반기에는 국제컨퍼런스도 계획하고 있다.

조정훈 아주연구소 소장이 한반도단번도약 포럼과 네트워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시사위크
조정훈 아주연구소 소장이 한반도단번도약 포럼과 네트워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시사위크

조정훈 소장은 “앞으로 시작될 남북 교류협력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고, 지금 돌아가는 방향성에 대한 약간의 거부감과 부담감 등을 공유했다”며 “경제와 통일을 연구한 사람으로서 정부 인사들을 만나면 우리가 성공한 경험이 있다고 해서 자신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섬뜩하다. 과연 그 방법을 그대로 이식하는 게 맞을까 하는 큰 질문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관리들을 만나보면, 대한민국의 기술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학자들은 MIT나 실리콘벨리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대한민국을 답습하라는 것은 (맞지 않다). 개성공단 (담론은) 이미 지나갔다”며 “북한 일반시민도 블록체인을 말한다. 옥류관 냉면 한 그릇이 50달러인데 달러, 위안화, 비트코인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북한도 알고 있는데 아직까지 가보지 못한 길을 넘고자 하는 욕망이 있고 고민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단번도약은 남과 북을 합친 코리아가 문제점을 극복하고 모두가 원하는 사회로 빠르게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 “북한의 도시에서도 배울 게 있다”

첫 포럼의 주제는 ‘북한 도시와 건축, 주거혁신의 만남’으로 잡았다. 북한이 가지고 있는 도시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고 미래 주거형태로의 전환 가능성을 살펴보자는 취지였다. 발제는 임동우 홍익대 건축공학과 교수가 맡았다. 임 교수는 하버드에서 평양의 건축과 관련한 논문을 작성하는 등 국내 얼마되지 않는 북한 건축 연구자로 통한다.

임 교수는 책 ‘Learning from Lasvegas’를 소개하며 발제를 시작했다. 북한의 도시에서도 배울 게 있다는 의미다. 사회주의가 산업혁명에 따른 무분별한 도시난개발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도시계획’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임 교수가 관심을 보인 것은 ‘마이크로 디스트럭트’다. 북한은 각 도시마다 농업과 공업 생산이 이뤄지며, 그 안에서 소비가 이뤄지는 지역순환경제구조의 특징이 있다고 한다.

북한 평양의 모습에서 서구가 이상적으로 꼽는 도시농업의 요소가 발견된다. /임동원 교수 자료집
북한 평양의 모습에서 서구가 이상적으로 꼽는 도시농업의 요소가 발견된다. /임동우 교수 자료집

재미있는 것은 북한의 이 같은 도시구조가 최근 서구에서 떠오르는 이상적 도시개념과 맞닿는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임 교수는 “서구에서는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다. 그런 요소들이 (북한에) 개념적으로 존재하고 있다”며 “동유럽 국가가 개방된지 30년이 됐는데 요즘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공원 등 퍼블릭 스페이스가 어디로 갔느냐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고 한다. 그렇다면 평양 혹은 북한의 도시들이 동유럽이나 중국의 전철을 밟아야 하나. 단번도약 하듯이 그런 전철을 밟지 않고 새롭게 갈 수 있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북한 주거상황과 혁신 가능성을 점검해보는 다양한 질의가 있었다. 특히 북한 개발에 관심이 있는 건설회사, 건축설계사 등 기업인들이 관심을 보였다. 잠재적 경쟁자인 중국 디벨로퍼의 현재 진출상황, 북한의 토지 및 건물소유 제도 등에 대한 정보교류도 있었다. 조 소장은 “중국 디벨로퍼가 개발한 것인데 대동강변에 위치한 100평짜리 아파트 가격이 한국 돈으로 1억 2천만원 정도 한다. 북한을 드나들 수 있는 교포들에게 사라는 제안이 온다고 한다”며 “참고로 33평은 7만 달러이고, 나선지역은 3만 달러”라고 전했다.

북한의 토지제도를 연구한 이희숙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토지는 국가 또는 협동조합이 소유하고 주택은 살림집 법으로 민간이 소유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소유를 하려면 주택을 지어야 하는데 주민들이 현실적으로 지을 수 없다. 그래서 토지나 주택 모두 공공이 소유하는 형태”라며 “예외로서 경제특구가 있다. 외국인들이 토지를 임대해 건물을 지으면 소유가 허용돼 있다. 지금 중국 기업들이 나선으로 들어가 장기로 토지를 임대해 건축물을 짓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성도 그렇고 나선도 그렇고 특정목적이 있다면 북한은 파트너와 협력을 통해 법제화를 한다. 우리가 개성에서 요청한 부분이 상당부분 법으로 반영이 됐다”며 “평양까지는 힘들다고 해도 특정지역 개방이 추진되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법제화 하는 게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