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청와대 노영민 비서실장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 뉴시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청와대 노영민 비서실장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최근 인사문제로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서 인사추천위원장으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인사추천에 더욱 신중을 기하고 검증을 보다 엄격히 해서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겸허한 마음으로 더욱 분발하겠습니다. 대통령 비서실은 국민의 목소리, 국회의 목소리를 더욱 무겁게 듣고 대통령을 보좌하겠습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4일 국회에서 문재인 정부 인사검증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와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각각 지명철회·자진사퇴로 낙마한 것에 대해 인사추천위원회 위원장인 대통령 비서실장이 공식적으로 입장을 낸 것이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대통령 비서실 업무보고를 받았다. 노영민 실장이 비서실장 취임 후 첫 번째 업무보고를 하는 자리였다. 낙마한 2명의 후보자를 포함해 문재인 정부 2기 내각 장관 후보자 전원을 ‘부적격’ 인사로 판단한 자유한국당의 강한 공세가 예상됐다. 노 실장이 첫 인사말에서부터 인사 문제를 직접 언급하며 자세를 낮춘 이유다.

전임인 임종석 비서실장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되지 않았을 때 내각 후보자들에 대한 위장전입 논란이 잇따라 제기되자 춘추관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저희가 내놓는 인사가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국회 인사청문위원님들께도 송구한 마음과 함께 넓은 이해를 구한다”고 고개를 숙인 바 있다.

이어진 질의 순서에서 노영민 실장은 임종석 전 실장과 확연히 다른 태도를 보였다. 무리한 야당 의원들의 요구에는 단호하게 대처했고 난감한 질문에 대해서는 “제가 판단할 일이 아니다”라고 끊어냈다. 임 전 실장이 “의원님 제가 답변해도 되겠습니까”라며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야당 의원들을 달래는 식의 답변 스타일을 보였던 것과는 상반됐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인사권 최종 책임자가 대통령인데 비겁하게 대리사과하는 게 아니고 국민들은 대통령께서 당당하게 국민들한테 사과를 하길 원한다”는 내용의 질의를 하며 노영민 실장의 답변을 듣지 않은 채 질의를 이어가자 노 실장은 “질문을 하셨으면 제 말씀을 들어보셔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노영민 실장은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의 불출석에 대해 야당의 질타가 이어지자 “모든 의원님들께서 사정은 다 아시리라고 생각한다. 역대 정권, 특히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왜 한 번도 민정수석이 국회에 출석하지 않았는지 어려운 사정에 대해서는 모든 의원님들께서 이해하시리라 생각하고 양해해주셨으면 감사하겠다”고 답했다.

인사문제와 관련해 조국 민정수석의 사퇴를 요구하는 질의에는 “문재인 정부에서의 인사추천은 시스템에 의해서 이뤄지고 있다. 이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면, 미비한 게 있다면 시스템을 보완하는 게 맞다”며 “이번에 두 후보자가 낙마를 했지만, 이것은 인사검증 과정에서의 오류라기보다는 (시스템의) 한계적 측면이 크다고 보고 있다”고 답했다.

흑석동 상가주택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져 사퇴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건에 대해서도 단호한 태도를 견지했다. 김현아 한국당 의원이 김 전 대변인의 대출 특혜 의혹을 제기하자 “(해당 건물에) 제가 가보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 없다. 그것은 제가 판단할 일이 아니다”라며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감사든 뭐라도 할 것이다. 현재는 은행 측에서 특혜 제공이 없었고 과도한 대출이 없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필요하다면 금융감독원을 통해서 점검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