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국가채무총계 및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연도별 추이. /뉴시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국가채무총계 및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연도별 추이.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국가재무비율이 정치권 이슈로 부상했다. 구체적으로는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마지노선이라고 여겨졌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40%가 과연 적절한 수준이냐가 논란의 핵심이다.

발단은 지난 16일 국가재정전략회의 비공개 회의였다. 당시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정부의 재정확대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국가채무비율을 40% 초반 수준에서 관리하겠다는 취지로 발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나라만 국가채무비율 40%를 재정건전성의 마지노선으로 보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고 한다. 국가채무비율을 조금 더 높이더라도 더 화끈하게 재정을 운용하라는 의미였다.

전문가들은 ‘국가채무비율 40%’의 명확한 근거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기획재정부에서 언젠가부터 제시한 관리 한계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코스피 2000선’과 같이 형성된 일종의 심리적 저항선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유럽연합이 과거 회원국을 받을 때 국가채무비율 60% 이하면 양호한 수준이라는 기준을 세웠는데, 우리나라는 여기에 더욱 보수적으로 적용해 40% 수준으로 맞춘 것이 그 시작이라는 설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과거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시절이던 2015년 9월 국가채무비율 40%를 언급한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새누리당 정권 8년, 박근혜 정부 3년 만에 나라 곳간이 바닥나서 GDP 대비 40%에 달하는 국가 채무를 국민과 다음 정부에 떠넘기게 됐다”며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마지노선으로 여겨 왔던 40%가 깨졌다”고 말했었다.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은 수치상으로 낮은 편인 것은 분명하다. 기획재정부가 2018년 10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국가채무총계는 627조였으며 GDP 대비로는 38.3%였다. 현재는 40%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107%, 일본 220%, OECD 평균 113% 등 100%를 넘는 국가가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양호하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다만 국가마다 경제여건이나 복지지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수치만 가지고 일률적으로 비교하긴 어렵다. 예를 들어 국가 재정수입은 소폭 증가하는데 반해,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노인 복지지출 대폭 증가 등이 예상되는 경우 현재의 국가채무비율만 가지고 건전하다고 판단할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대외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국제신용평가가 중요하기 때문에 국가채무비율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KDI는 지난해 12월 ‘지속가능한 재정운용 위한 국가 채무수준에 관한 연구’라는 자료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해 네덜란드 등 소규모 경제국가의 최적 국가채무비율을 35.2%로 제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자유한국당 송언석 의원은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나라는 국가 신용등급 최상위 등급을 받고 있는데, 국제신용평가사들이 재정 건전성의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국가채무비율을 보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고령화 추세가 지금 진행 중이어서 고령화가 이미 완료된 선진국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통일대비 비용을 준비해야 하는 측면도 있고, 또 다른 나라는 정부가 직접 수행하는 것을 우리나라는 공기업 부채 형태로 국가 채무에서 빠져 있다”며 “이것을 다 무시하고 재정을 갑자기 확대해 지출을 늘리려는 저의가 무엇인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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