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 시장 매출 절반이 3N에 집중
중소중견 게임사에 대한 투자·지원 확대해야

5G 시대를 맞아 핵심 콘텐츠인 게임에 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시사위크=이가영 기자  5G 시대를 맞아 핵심 콘텐츠인 게임에 관한 관심이 늘고 있다. 그러나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로 불리는 대형 게임사의 기대감이 커져가는 것과 달리 중소중견 게임사의 앞날은 어둡기만 하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소·중견게임사의 어려움은 점점 더 가중되는 모양새다. 최근 WHO(세계보건기구)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에 이어 중국으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신작 게임들, 대형 게임사와의 경쟁, 입지를 옥죄는 산업 규제 등 산재한 리스크로 발 붙일 곳이 없어서다. 

◇ 국내 게임 시장 매출 절반이 3N… 중소·중견게임사 ‘생존형 RPG’ 치중

게임산업은 대내외 어려운 산업 환경에도 불구하고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 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e-스포츠, 타 산업과의 융합 등을 통해 산업의 외연을 꾸준히 늘려가는 모양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콘텐츠산업 2018년 결산 및 2019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게임 시장의 매출액 총합계는  13조원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국내 게임산업 구조가 온라인 게임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급격하게 변화하는 과정에서 산업의 허리 역할을 담당하던 중소·중견 게임사의 경쟁력은 크게 약화됐다. 실제 지난해 빅3 게임사의 매출을 보면 넥슨은 2조5,296억원, 넷마블은 2조213억원, 엔씨소프트는 1조7,151억원을 기록했다. 3사의 지난해 매출을 다 합하면 6조2,660억원으로 지난해 국내 게임 시장 매출의 절반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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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산업 2018년 결산 및 2019년 전망 보고서’ 갈무리

모바일 게임의 수익배분구조, 짧은 콘텐츠 생명 주기, 대규모 마케팅 비용 투입 등의 이유로 중소·중견게임사가 앱마켓이나 퍼블리셔에 종속돼서다.

예컨대 모바일 게임 출시에 드는 높은 플랫폼 수수료는 중소·중견 게임사에게 큰 부담이다. 현행 모바일 게임은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서 배포된다. 이를 통해 게임을 출시하는 경우 게임과 관련된 모든 매출에서 30%를 수수료로 납부해야 한다. 

가령 모바일 게임에서 매출이 1억원이 난다고 가정할 경우 3,000만원(30%)은 플랫폼이, 2,000~3,000만원은 마케팅 비용으로 쓰여 개발사의 몫은 5,000만원 이하다. 만약 퍼블리셔와 개발사가 별개인 경우 퍼블리셔 비용(17~18.5%)을 제하면 개발사가 가지는 몫은 2,000만원에 불과하다.

대체할 다른 플랫폼이 마땅히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반드시 지불해야 할 수 밖에 없는 비용이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인력과 자금이 부족한 중소 개발사는 수익성이 담보되는 모바일 RPG 위주로 게임을 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 산업의 다양성 후퇴는 경쟁력 측면에서 치명적이다. 

이에 5G 시대를 맞아 게임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선, 공정한 게임 생태계를 조성하고 중소·중견게임사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 게임 투자 늘리고, 마켓 수수료율 검토 등 지원 늘려야 

가장 쉽게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투자 규모의 확대다. 게임의 경우, 성공이 어려워 다른 콘텐츠에 비해 투자금 회수가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아울러 높은 불확실성, 투자·평가 기법 미흡 등의 이유로 적극적인 민간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벤처캐피털(VC)의 신규 게임업체 투자는 2015년 1,683억원에서 2016년 1,427억원, 2017년 1,269억원으로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지난해 1,411억원으로 소폭 늘었지만 올 4월 기준 314억원에 그쳤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1,000억원을 넘기는 것도 힘들어 보인다. 
 
이에 정부가 나서 모태펀드의 출자액을 늘리는 것이 한가지 방안이 될 수 있다. 현재 게임 전문 관련 출자액은 산업 규모에 비해 매우 미미하다. 17년 1~4차,18년 1차까지 게임분야 출자액은 전무했으며 지난해 2차가 돼서야 겨우 120억원에 달하는 출자액이 풀렸을 뿐이다. 

스타트업 등 소규모 게임사에 대한 크라우드 펀딩, 혹은 인디게임 전용 펀드 등도 소액 투자 활성화 방안으로 고려해볼 수 있다. 

공공 차원에서 모바일 게임 수익배분 구조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것도 중소·중견 게임사 지원책으로 고려해 볼만 하다. 마켓 수수료율에 대한 타당성을 조사하고, 원스토어나 카카오 등 국내 대표 플랫폼 사업자와 중소·중견 게임사와 상생협력 모델을 발굴하고 적정 수익을 내는 시범사업을 펼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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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이 스톡홀름 에릭슨 스튜디오를 방문, e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며 손팻말을 들고 응원하고 있다. / 뉴시스

일반적으로 인터넷 사업에서는 10% 안팎의 수수료율을 적용 중이다. 오픈마켓은 통상 8~12% 정도고 소셜커머스는 11%, 카카오는 21% 정도다. 그런데 구글과 애플은 특별한 산출근거 없이 30%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이는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는 개발사에게 불합리하게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영세 중소·인디 개발사의 직접 퍼블리싱 지원 프로그램도 유용할 전망이다. 지원 기관을 조성하고 자체 퍼블리싱, 해외 퍼블리싱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함과 동시에 교육 등 지원을 강화하는 식이다. 

공정한 게임산업 거래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불공정 거래 사례를 조사하거나 게임상생센터 등을 설치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밖에 파산·도산 게임기업의 재기를 지원하는 것도 또 다른 방법이다. 해당 기업들을 위한 상담 센터를 운영하고, 이들의 IP를 활용한 재사업화 사업화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식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게임들이 공격적으로 한국 시장 점령에 나서고 있는데 지금과 같은 대형 게임사 중심 생태계라면 얼마 가지 않아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며 “중소·중견게임사를 위한 맞춤형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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