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과 경영권 분쟁을 벌여온 KCGI가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사를 공식화했다. /아시아나항공
한진그룹과 경영권 분쟁을 벌여온 KCGI가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사를 공식화했다. /아시아나항공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진그룹을 향해 연신 공세를 퍼부으며 경영권 분쟁을 벌여왔던 행동주의 펀드 KCGI, 일명 ‘강성부 펀드’가 이번엔 아시아나항공을 향해 손을 뻗고 있다.

강성부 KCGI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어 현재는 투자설명서를 받아 검토하는 초기 단계이며 전략적 투자자와의 컨소시엄 구성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보다 구체적인 계획도 전했다.

한진그룹과 대립각을 세워온 KCGI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심을 나타낸 ‘명분’은 국내 항공산업의 위기다. 강성부 대표는 복수의 매체를 통해 국내 항공업계가 경영진의 잘못된 경영판단과 과당경쟁구도로 인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미 한진칼의 2대주주로 자리매김한 가운데 아시아나항공까지 인수할 경우, KCGI가 국내 항공업계 재편 및 위기탈출을 주도할 수 있다는 셈법이다. 강성부 대표는 실제 이러한 여건이 마련된다면 양대 항공사의 획기적인 재무구조 개선 및 과당경쟁 완화가 가장 시급한 당면과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다만, KCGI가 실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고 항공업계의 위기탈출을 주도하게 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다. 아직 인수 검토 초기단계일 뿐 아니라, 전략적 투자자 및 자금 확보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선 최소 1조5,000억원~2조원의 자금은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는 게 중론인데,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일각에서는 KCGI의 이러한 움직임이 한진그룹에 대한 공세의 명분을 알리고, 존재감을 되찾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한진그룹의 ‘백기사’로 여겨지는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을 취득한 이후 KCGI는 한창 공세 수위를 높이던 때의 입지를 다소 잃어버린 것이 사실이다.

어쨌든 KCGI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하면서 잠잠하게 흘러가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은 다시 주목을 받게 됐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은 오는 9월초 예비입찰을 앞두고 있으며, 이달 말에는 인수 주체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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