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서종규 기자  일본발 수출규제로 인한 한일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며 ‘일본해’와 ‘다케시마’, ‘리앙쿠르 암초’ 등의 지명 표기가 재차 수면 위로 오르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 공공기관과 기업에서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된 지도를 사용한 것이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일부 공공기관들이 동해를 ‘일본해’로, 독도를 ‘리앙쿠르 암초’ 등으로 표기한 지도를 홈페이지에 사용한 것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 또한 엄중 조치 의지를 밝혔다.

이외에도 잘못된 지도를 사용한 공공기관은 양파 껍질 벗겨지듯 속속 드러났다. 지난 24일 MBC 보도에 따르면 10곳의 공공기관과 3곳의 국립대학, 1곳의 대학병원 등 총 15곳이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지도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대부분 같은 취지의 해명 및 사과문을 내놓고 있다. ‘인지하지 못했다’, ‘다른 의도는 없었다’는 해명이 바로 그것이다. 구글의 지도를 사용했던 만큼 지명이 잘못 표기돼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고, 자의적으로 잘못된 지도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근 본지가 보도한 한미글로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취재 결과, 한미글로벌은 홈페이지에 동해를 ‘일본해’로, 독도를 ‘리앙쿠르 암초’로 표기한 지도를 사용했다. 회사 관계자에게 이에 대한 사실관계를 묻자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과의 말을 전하면서도 되레 감사의 표시를 전하기도 했다. 한미글로벌은 최근 영국의 K2그룹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 행보를 이어가는 동안에도 정작 자사 홈페이지의 지도는 확인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들 기관과 기업이 해당 지도에 직접 ‘일본해’, ‘리앙쿠르 암초’를 표기한 것은 아니다. 이들은 단지 지명이 잘못 표기된 지도를 사용했을 뿐이다. 다만 현 시국을 감안했더라면, ‘홈페이지의 지도를 한 차례쯤 검토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한 기업인은 최근 자사 홈페이지 지도에 동해와 독도가 올바르게 표기된 것을 확인한 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고 했다. 이처럼 홈페이지 지도를 확인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인터넷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 중 한 곳이다. 실제 기자가 한미글로벌의 홈페이지 지도를 확인하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2분여 남짓이다. 이 짧은 시간을 투자해 자사 홈페이지의 지도를 검토할 여유마저 없었을까. ‘몰랐다’면 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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