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친구 사이에서 벌어진 사고로 배상을 요구했지만, 성사되지 않을 경우 가해자가 가입한 보험사에 배상 청구를 할 수 있는 재판 결과가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계 없는 통학 버스에 탑승하는 아이들 모습. / 뉴시스
초등학교 친구 사이에서 벌어진 사고로 배상을 요구했지만, 성사되지 않을 경우 가해자가 가입한 보험사에 배상 청구를 할 수 있는 재판 결과가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계 없는 통학 버스에 탑승하는 아이들 모습. / 뉴시스

대한민국은 법에 의해 통치하는 나라다. 법을 잘 알지 못해 처벌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모든 법령을 다 알 수는 없다. 2019년 12월 2일 기준, 한국에 공포된 법령은 모두 7만 4,349건이다. 이 가운데 실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한 법령 적용 사례만 알아도 ‘처벌 받을 일’은 줄어들 수 있다. 실생활에서 법령이 필요한 순간을 대비해보자. [편집자주]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초등학교 3학년인 김흥부(가명)는 옆집 친구인 최놀부와 함께 태권도장을 다닌다. 마음에 드는 같은 반 심청에게 고백하고 싶은데 ‘잘하는 운동’이 없어 운동을 배우기로 했다. 흥부는 방과 후 놀부와 함께 학원 버스를 타고 태권도장에 가서 열심히 배웠다.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꾸준히 한 덕에 종종 학원 선생님께 칭찬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흥부는 평소처럼 방과 후 놀부와 함께 학원 버스를 타기 위해 학교 앞에서 기다리는 중에 심청이가 눈앞에 보였다. 흥부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갖고 심청에게 말을 걸었고, 학원 버스가 오기 전까지 대화했다. 그 장면을 멀리서 지켜본 놀부는 학원 버스에 타자마자 흥부에게 이것저것 물었고, 흥부는 멍한 표정으로 건성건성 대답했다.

흥부의 말에 답답해진 놀부는 장난도 칠 겸 흥부의 귀에 대고 큰 소리로 “그래서 고백은 했냐고?”라고 말했다. 이때부터 흥부는 가끔 ‘삐’ 소리를 듣기 시작했고, 3개월이 지난 뒤 이비인후과에서 이명 진단을 받았다. 대학병원에서 정밀진찰한 결과 역시 ‘좌측 감각신경성 난청’ 이었다.

흥부 아버지는 대학병원 진찰 결과를 바탕으로 놀부 아버지에게 보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놀부 아버지는 “벌써 3개월 전 이야기”라며 “이웃 사이에 좋게 넘어가자”고 말했다. 소식을 듣고 화가 난 흥부 어머니는 놀부 어머니께 따졌고, 대화 도중 놀부 아버지가 ‘가족이 제3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될 경우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에 가입한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흥부 아버지는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법원은 이와 관련해 피해자 측이 손해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청구소송에서 "보험사는 280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최근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법원은 "친권자로 그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가해 학생의 아버지는 피해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가해 학생의 부친과 보험계약을 체결한 손해보험사는 공동해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가해행위가 있는 무렵부터 피해자가 귀에서 삐 소리가 난다고 부모에게 말했는데도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후에야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아 그 사이 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보이고, 가해행위가 우발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가해행위로 난청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점 등 제반사정을 감안해 가해 학생 측 책임을 6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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