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아들 “코로나는 코로 나온다”, 통합당 “상식 밖의 막말”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재난안전대책위원장인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당 회의실에서 열린 제1차 코로나19 대응 당정청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재난안전대책위원장인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당 회의실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당정청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역대 최장수 총리를 지낸 이낙연 전 총리의 지지율 고공행진이 그의 의사 아들의 ‘실언 논란’이라는 돌발 변수를 만났다.

이 전 총리는 4‧15 총선을 앞두고 총리에서 물러나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직을 맡아 현실 정치에 다시 뛰어들었다. 그는 동시에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인 종로에 출마하면서 야권 유력 대권주자인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와 정치적 명운을 건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됐다.

이 전 총리는 총리 재임 기간인 2년8개월 동안 안정적 총리직 수행 모습을 보여줬으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야당 의원들의 정치적 공세 질문에 의연하면서도 거침없는 돌직구 답변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서도 안정적 우위를 이어갔고, 종로 초반 판세에서도 우위를 선점했다.

중앙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6~27일 실시한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이 전 총리가 26.1%로 1위였으며 뒤이어 황교안 통합당 대표가 13.2%를 나타냈다.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2일 실시한 종로 지역 조사(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는 ±4.4%p)에서는 이 전 총리가 49.6%를 기록해 황 대표(27.7%)를 21.9%p 차로 앞질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전 총리가 차기 대선주자 후보군 반열에 오른 이후 지금까지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만큼의 특별한 잡음은 없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국민적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아들 ‘실언’ 논란이 불거졌다. 이 전 총리는 현재 민주당 코로나19 재난안전대책위원장을 맡고 있어 그의 아들 발언 논란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있는 이 전 총리의 아들 이모씨는 지난달 14일 홍혜걸 의학 전문기자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비온뒤’에 출연해 진행자가 ‘코로나 바이러스는 감기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일종’이라고 하자 “(방송에) 아무 말이나 하려고… ‘코로나는 코로 나온다’ 뭐 이런 얘기 하려고 나왔는데”라고 말하며 웃었다.

또 이씨는 진행자가 ‘날씨가 따뜻해지면 감염률이 더 올라가는가’라고 묻자 “올라갈 것 같은데요. 아닌가”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으며, 근무하는 병원에 확진자가 다녀가는 경우에 대해서는 “제 입장에서는 좀 쉬고 싶은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 이씨 논란 일자 “깊이 반성, 사과”

이씨는 자신의 발언이 뒤늦게 알려져 코로나19 확진자를 조롱한 것이라는 논란이 일자 4일 이 전 총리 측을 통해 “의사로서도 부족했고, 국민의 아픔을 헤아리는데도 부족했다. 깊이 반성하며 사과드린다”며 “방송 등 대외활동은 즉각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총리 선거 캠프는 이번 돌발 변수가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야당의 정쟁화 시도를 경계했다.  

이 전 총리 선거 캠프 측은 공식 입장을 내고 “엄혹한 시기에 이 문제가 더이상 정쟁이 되지 않도록 언론인 여러분께서 이 점을 고려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라며 “정쟁은 이 시기가 지나고 나서 해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 전 총리 측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본인이 사과를 했고, 더이상 이 문제를 정쟁의 소재로 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홍혜걸씨도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그의 발언은 3주전 코로나 사태가 지금처럼 심각해지기 전의 일”이라며 “그의 멘트도 감염자를 조롱하려는 게 아니라 분위기가 너무 딱딱해질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 돌발적으로 나온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야당은 이 전 총리 아들 발언을 빠르게 정치 쟁점화해 공격을 가하고 있다.

미래통합당 김현아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대구를 비롯한 전 국민이 코로나로 인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지만, 이낙연 전 총리의 아들에게 코로나는 그냥 우스개 개그 소재에 불과했다”며 “대한민국을 책임지고 이끌었던 전 총리의 의사 아들이 공개 유튜브 방송에서 한 말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상식 밖의 막말”이라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이낙연 전 총리에게 묻는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조롱하는 아들의 발언이 얼마나 심각한 막말인지 알고 있는가”라며 “코로나 바이러스를 개그 소재로 말하고 웃는 아들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이낙연 전 총리는 아들의 막말에 대해 당장 사과해야 한다”며 “종로구 지역주민에게 아들의 막말을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하다”고 강조했다.

초박빙 승부가 펼쳐지는 선거전에서는 후보의 문제 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 문제도 뜨거운 쟁점이 되곤 한다. 때로는 선거 당시 예민한 ‘이슈’와 맞물리고 경쟁 당의 파상 공세까지 더해질 경우 예상외로 그 파장이 확산되면서 선거 판세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지난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는 당시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던 새누리당(통합당의 전신)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가 막내 아들의 ‘국민 미개’ 발언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당시 정 후보의 막내 아들 예선 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세월호 참사와 관련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도 이성적으로 대응하는 다른 국가 사례랑 달리 우리나라 국민은 대통령이 가서 최대한 수색 노력을 하겠다는데도 소리 지르고 욕하고 국무총리한테 물세례 한다”며 “국민이 모여서 국가가 되는 건데 국민이 미개하니까 국가도 미개한 것 아니겠냐”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며 파장이 확산되자 정 후보는 직접 대국민사과까지 했다.

이 전 총리 아들 ‘실언 논란’의 파장이 어느 정도까지 번질지는 아직은 예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수세에 몰린 민주당은 거듭된 악재에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최근 정부여당에서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마스크를 보통 3일씩 쓰는데 아직은 큰 지장이 없는 것 같다”는 말과 홍익표 전 수석대변인의 “대구·경북 봉쇄 조치” 발언 등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발언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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