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경 코이카 이사장(사진)이 성 비위 사건에 대해 엄단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지만 최근 몇년간 해외 봉사단원들에서 성 비위 사건이 잇따르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코이카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해외봉사단원 내에서 성(性) 비위 사건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올해만 해도 성 비위 사건과 관련해 4건의 제재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경 이사장이 2017년 11월 취임하면서 성비위 사건에 대해 엄단 의지를 밝혔지만 봉사단원 내 일탈행위는 사라지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 잇따르는 봉사단원 성 비위 사건… 최근 5년간 제재 건수만 23건 

코이카는 정부 대외무상협력사업을 전담 실시하는 외교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주로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자금·물적 지원, 전문 인력 파견, 개발 조사, 해외 봉사단 파견, 긴급구호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곳이다. 일반인들에겐 해외 봉사단을 파견하는 기관으로 친숙하게 알려졌다. 

국정감사 시즌을 맞이하면서 코이카의 갖가지 운영 실태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성 비위 사건 관련한 내부통제 문제도 이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코이카의 성 비위 문제는 최근 몇 년간 국감 때마다 이슈가 되고 있다. 올해도 사정은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최근 공개한 코이카의 ‘해외봉사단원 복무 규정 위반 조치 현황’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9월까지 최근 5년간 코이카 봉사단원이 성희롱·성추행 등 성 비위 사건으로 제재 받은 건수는 23건에 달한다. 

세부적인 제재 현황을 살펴보면 △2016년 1건(자격박탈 1건) △2017년 5건(주의 1건·경고 1건·자격박탈 3건) △2018년 5건(주의 1건·경고 1건·자격박탈 3건) △2019년 8건(경고 2건·자격박탈 6건) 등 순으로 증가 추세를 보여 왔다. 올해 들어 9월까지 발생한 성 비위 관련 제재도 4건(자격박탈 4건)에 달한다. 

코이카는 2017년 고위 간부 출신의 성추행 파문으로 홍역을 치른 기관이다. 그해 3월 코이카 본부 실장급 간부 A씨는 봉사단 신규 파견을 위한 현장 복무 점검 차 코스타리카를 방문해 회식을 한 뒤 만취한 여성 인턴을 자신의 방으로 데려가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샀다. 이후 해당 간부급 직원은 사직서를 낸 뒤, 코이카를 떠났지만 뒤늦게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큰 파장을 낳았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2017년 11월 코이카 기관장에 오른 이미경 이사장은 성비위 사건에 대해 강력한 엄단 의지를 밝혔다. 이 이사장은 그 해 12월 <연합뉴스>와의 취임 인터뷰에서 “코이카에서 성 비위가 발생한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성 비위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으로 엄단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이 이사장은 취임한 뒤, 내부 혁신에 공을 들였다. ‘성희롱 고충상담센터’를 ‘미투·위드유 센터’로 개편하면서 상담위원의 전문성을 높이고 내부감시를 강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성 비위 사건의 적발이 이어지면서 안팎의 따가운 눈총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엔 성비위 사건과 관련해 8건의 제재가 있었다. 내부 감시를 강화하면서 적발 건수가 늘어났다고 평가될 수도 있지만 적발 사건 자체만으로도 비판 여론을 피하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번에 김기현 의원실에서 공개한 성 비위 사건의 사례는 더욱 공분을 사고 있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올 1월 봉사단원 A씨는 외국인 여성을 숙소로 초대해 음주 후 해당 여성에게 신체적 접촉을 가한 혐의로 ‘자격박탈’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또 다른 봉사단원인 B씨는 이슬람 국가에서 여성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신체접촉을 시도한 사실이 드러나 지난해 11월 징계를 받았다. 또한 홈스테이 집주인에게 일방적인 입맞춤을 시도해 성추행한 혐의가 드러나 징계를 받은 봉사단원의 사례도 있었다. 

◇ 이미경 이사장, 엄단 의지에도 성비위 사건 증가 추세 

이에 대해 김기현 의원은 “이미경 이사장이 성 비위 사건에 대해 엄단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코이카 봉사단원의 성 비위 행위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일부 봉사단원의 심각한 비위 행위가 전체 봉사단 명예와 국가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는 만큼, 코이카는 성 비위 사건·사고 예방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경 이사장의 임기는 내달 28일 만료된다. 이 이사장은 취임 후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원칙 아래 내부 혁신을 추진해 다양한 경영성과를 내왔다. 코이카는 ‘2019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에서 ‘우수(A)’등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성 비위 근절에 있어서는 아쉬움을 남기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코이카 측은 성 비위 사건 근절을 위해 다양한 내부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이카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올해는 성 비위 사건과 관련해 주의나 경고가 아닌, 모두 자격박탈 징계를 내렸다”며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도를 도입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징계를 받은 봉사단원에 대해선 “귀국 시 경비 지원을 하지 않는 등 패널티 정책도 부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봉사단 선발 과정에서 인성 검사와 심층 면접을 실시하고 있으며, 파견 후에는 성 인지 교육을 강화해 일탈 행위를 방지하고자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코이카 측은 한국양성평등진흥원, 연세대 젠더연구소와 함께 성 비위 근절 방안을 연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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