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특수'에 함박 웃음을 짓고 있다. 하지만 이동통신사의 맏형인 KT는 정작 비대면 특수에도 불구하고 기업 성장에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사진=Getty images, 편집=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지난해는 국내 통신사들에게 황금 같은 성장의 기회였다고 볼 수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비대면 서비스 시장의 급성장이 주요 요인이다. 하지만 국내 통신사의 ‘맏형’인 KT는 성장에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 계열사 부진에 유선부문 성장 둔화… 멈춰버린 KT의 성장

지난해 KT의 부진한 성적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 경쟁 통신사들과 실적 비교를 해보면 쉽게 체감할 수 있다.

SK텔레콤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연결기준 18조6,247억원, 영업이익 1조3,493억원으로 지난 2019년 대비 매출은 5%, 영업이익은 21.8% 증가했다 LG유플러스 역시 지난해 13조4,176억원의 매출과 8,86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2019년 대비 각각 8.4%, 29.1% 늘어난 수치다. 양사 모두 2019년 대비 영업이익에서 20%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KT의 경우, 지난 9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20년 실적은 연결기준 매출은 23조9,167억원, 영업이익 1조1,841억원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의 경우 2019년 대비 2.1% 늘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 경쟁 통신사들이 20% 이상의 영업익 성장을 보여준 것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매출의 경우엔 오히려 2019년 대비 1.7% 줄어들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KT가 다른 통신사들처럼 ‘코로나 특수’를 누리지 못한 가장 큰 이유를 ‘계열사 부진’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외국인 여행객이 감소하면서 KT 자회사인 BC카드의 2020년 매출은 전년 대비 4.2% 하락한 3조3,864억원으로 나타났다. 또한 KT에스테이트의 지난해 매출은 3,644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24.9% 하락했는데, 임대사업 부진으로 인한 분양 매출 감소, 여행객 감소에 따른 호텔 매출이 줄어든 것이 치명타가 됐다.

삼성증권 최민하 애널리스트는 “KT의 4분기 영업이익 1,668억원으로 컨센서스(증권사들의 기업 실적 전망)를 하회했다”며 “본사는 무난했으나 자회사 부진을 이기기엔 역부족”이라고 분석했다.

두 자회사의 부진뿐만 아니라 KT의 주력사업인 ‘유선 사업’의 성장이 정체된 것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KT가 통신 3사 중 가장 큰 영향력을 보이는 초고속 인터넷의 경우 시장 성장을 기대하기엔 이미 포화된 상태고, 유선전화시장은 무선통신의 급성장으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KT 실적발표 자료에 따르면 KT의 유선전화 매출은 지난 2019년 기준 1조5,805억원이었으나 지난해엔 1조4,655억원으로 7.3% 감소했다. 초고속 인터넷 매출은 지난해 2조12억원으로 2조21억원보다 약간 감소하긴 했으나 거의 차이가 없었다. 다만 유선부문에서 IPTV 분야는 지난해 7.7% 가량 성장한 1조7,232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선방하는데 성공했다.

IBK투자증권 김장원 연구원은 15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KT의 IPTV는 올해도 성장하긴 하겠지만, 서비스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라며 “초고속 인터넷의 성장은 지난해 정체했고, 유선전화도 매년 감소하는 추세인데, 두 사업부를 합치면 매출의 23%로 적지 않은 규모지만 KT 매출에서의 기여도는 계속해서 떨어질 전망”라고 설명했다

◇ KT, 결국은 5G와 ‘탈(脫)통신’이 답

다만 현재 성장이 멈춰버린 것처럼 보이는 KT가 올해는 정체를 끝낼 것이라는 기대감도 존재한다. 지난해 실적에서 성장이 둔화된 유선부문과 달리 KT의 지난해 인공지능(AI)과 B2B 등 신사업 부문에서 큰 성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실제로 KT의 B2B분야 매출은 지난해 기준 2조7,740억원으로 2019년 대비 2% 가량 성장했다. 특히 B2B 분야에서 AI 및 DX(디지털 변환) 사업 매출은 5,507억원으로 지난 2019년 대비 11.8% 증가하며 KT 전체 사업 영역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유선전화부문을 대신할 무선통신부문 역시 빠른 성장세를 보보였다. 지난해 KT의 무선 매출은 6조9,338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늘었다. 

5G가입자 수 증가 추세 역시 순항 중이다. KT의 지난해 말 기준 5G 누적 가입자는 362만명으로 통신 3사 중 가장 높은 순증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무선부문 가입자당 평균 매출 (ARPU)도 3사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 전문가들 역시 KT가 올해엔 기나긴 정체기를 끝내고 눈에 띄는 기업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IBK투자증권 김장원 연구원은 “별도기준 서비스 수익에서 무선이 4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5G 성장세를 감안할 때 서비스 수익에서의 기여도는 계속 커질 전망”이라며 “5G가 아직 성장 단계이지만 구조적으로 B2B와 그룹사의 개선이 KT의 성장을 좌우하기에 이를 중심으로 KT의 변화 노력은 주목받을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증권 최민하 연구원도 “KT가 올해 B2B 플랫폼, 미디어, 금융 등 성장 산업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등에 대한 투자와 사업 강화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B2B 사업 내 AI·DX 사업은 올해에도 두 자릿수 이상 성장률 달성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KT는 올해 무선사업의 시장 안정화와 더불어 이익 개선이 기대되고 자회사의 성과 회복이 예상된다”며 “B2B, 미디어 등에서 신규 수익 창출의 기반을 마련하고 무선사업은 ARPU 및 가입자 증가, 마케팅 안정화 기조 지속으로 안정적인 이익 성장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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