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증진부담금 매년 약 3조원 육박… 금연사업에는 4%, 1,000억원 수준만
복지부, 2017년 후 금연사업 예산 감소세… 지난해는 코로나 특수성 감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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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담배 판매량이 늘어 세수가 늘었음에도 금연사업 예산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담뱃세 사용처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사이 정부가 국가금연사업에 쓰인 비용은 2017년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담배 판매량이 늘어 세수가 늘었음에도 금연사업 예산은 줄어들었다. 정부가 2015년 국민건강증진을 명목으로 담뱃값을 올린 것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라 비판이 이어진다.

현재 담배 판매가격에는 △개별소비세 594원 △부가가치세 409원 △담배소비세 1,007원 △지방교육세 443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841원 △폐기물부담금 24원 △연초생산안정화기금부담금 5원 등으로 구성돼 세금만 3,323원이다. 일반적인 담배 가격 4,500원의 73.84%에 달한다.

이 중 국민건강증진부담금(건강증진기금)은 1995년 제정한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금연사업에 투입되는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1997년부터 조성됐다.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은 1997년 당시 한 갑당 2원이 부과됐지만 계속 인상돼 2002년 2월 150원, 2003년 12월 354원, 그리고 2015년 담배 가격 인상으로 841원까지 올랐다.

현행 국민건강증진법은 담뱃세 중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의 사용처로 △금연교육 및 광고 등 흡연자를 위한 건강관리사업 △건강생활의 지원사업 △보건교육 및 그 자료의 개발 △보건통계의 작성·보급과 보건의료관련 조사·연구 및 개발에 관한 사업 △질병의 예방·검진·관리 및 암의 치료를 위한 사업 △국민영양관리사업 △구강건강관리사업 △시·도지사 및 시장·군수·구청장이 행하는 건강증진사업 △공공보건의료 및 건강증진을 위한 시설·장비의 확충 등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국민건강증진부담금으로 거둬들인 기금을 금연 관련 사업이 아닌 엉뚱한 곳에 사용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5년, 국민들의 흡연율을 낮추기 위한 명목으로 담배에 부과되는 세금을 대폭 인상했고, 결국 담배 가격은 2014년 2,500원 수준에서 4,500원까지 상승했다. 늘어난 세금으로는 흡연자들의 금연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정작 담배규제정책 및 금연사업 예산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매년 금연사업에 편성하는 예산은 2014년 113억원에서 담뱃세를 늘린 2015년 1,475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2016년 1,365억원으로 약 110억원 줄어들었고, 2017년 다시 100억원이 인상된 1,468억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이후 △2018년 1,438억원 △2019년 1,360억원 △2020년 1,055억원 등 매년 감소했다. 특히 금연사업 예산이 큰 폭으로 줄어든 지난해는 연간 담배 판매량이 전년 대비 1억갑 이상 증가했다.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담배 가격이 인상되기 직전인 2014년부터 연간 담배 판매량은 43억5,990만갑이었으나, 이후 △2015년 33억2,680만갑 △2016년 36억6,360만갑 △2017년 35억2,340만갑 △2018년 34억7,120만갑 △2019년 34억4,740만갑 △2020년 35억8,900만갑 등으로 집계됐다.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과 경고그림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5월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담배경고그림 교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담뱃세를 올릴 당시 금연사업 투자를 늘리겠다고 했으나 이는 담뱃세를 올린 단 첫 해로 그치고 이후 금연사업 예산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뉴시스

연간 담배 판매량과 담뱃세를 기준으로 계산할 시 담뱃세 중 정부가 금연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한 목적으로 부과하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은 2014년 1조5,434억원에서 2015년 2조7,978억원으로 1.8배 이상 늘어났다. 2016년부터 최근 5년간 정부가 거둬들인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은 연평균 2조9,762억원에 달한다.

세수는 늘었지만 동기간 금연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2014년 113억원 △2015년 1,475억원 △2016년 1,365억원 △2017년 1,468억원 △2018년 1,438억원 △2019년 1,360억원 △2020년 1,055억원 등으로 2017년을 기점으로 꺾여 하락세를 보인다. 최근 5년 동안 연간 금연사업 예산은 국민건강증진부담금으로 벌어들인 세수의 4%대에 불과하다. 2020년에는 3.5%까지 줄어들었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대표적인 금연사업은 △보건소 금연클리닉 △금연캠프 △찾아가는 금연지원서비스 △금연상담전화 △저소득층 금연치료지원사업 등 5종이 있다. 여기에 투입된 금액은 2016년 603억원에서 2017년 688억원으로 소폭 늘어난 후 2019년까지 680억원대를 유지하다 지난해에 525억원으로 급감했다.

정부는 2022년까지 성인 남성 흡연율을 29%까지 끌어내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정부가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금연사업에 재정지원을 많이 해야 하는데 금연사업 예산을 줄이면서 흡연율이 낮아지는 것을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얘기다.

다만, 지난해 금연사업 예산이 줄어든 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지차제 보건소나 학교 등에서 금연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이성규 대한금연학회 상임이사(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 센터장)는 “금연사업에 투입되는 비용과 흡연율 증감은 상관관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다만 지난해 담배 판매량이 늘어나고, 금연사업 예산이 줄어든 점은 코로나19라는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성규 센터장은 “먼저 정부에서 추진하는 대부분 금연사업은 병원이나 보건소, 학교 등에서 하는데, 보건소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금연사업을 대폭 축소하거나 한동안 시행하지 않기도 했다”며 “학교의 경우에도 코로나19로 학생들의 등교가 한동안 중단되는데 찾아가는 금연서비스나 교내에서 진행되는 금연교육 등이 제대로 추진될 수 없는 상황이라 예산의 대부분이 반납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는 재난지원금 등을 국민들에게 지급하는 상황도 발생해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추가경정을 집행하면서 이러한 비용도 함께 쓰이게 됐다”며 “올해 금연사업 예산은 2019년 수준으로 다시 상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담배판매량 증가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그는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는데,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집 앞에 내려가 흡연을 하는 등 상대적으로 회사에 출근해 흡연을 하는 것보다 편하게 담배를 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며 “다만, 담배 판매량이 1억갑이 늘어난 것을 무조건 성인 흡연율이 높아졌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흡연율 증가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적하기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또한 건강증진기금 사용처에 대해서도 지적을 이어갔다. 건강증진기금은 목적세인데, 그 사용처가 기존의 목적에는 맞지 않는 부분에도 적지 않게 쓰이고 있어 이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성규 센터장은 “정부는 건강증진기금의 상당부분을 건강보험공단 지원에 사용하지는 하지만, 공단 지원은 그나마 국민들이 병원 내원 시 진료비나 약제비 지원 등으로 국민건강증진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지만 국민들의 건강증진과는 무관한 연구개발(R&D)이나 병원 이전 등의 비용 충당에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는 국민건강증진이라는 목적으로 거둬들이는 세금의 정상적인 사용처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담뱃세 사용처와 관련된 문제는 수년째 지적되고 있으나 정부는 이를 시정하지 않고 있으며, 금연사업에 투입되는 예산도 1,300억원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며 “정부가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금연사업 예산을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 성인 흡연율은 궐련 담배만을 기준으로 하는 것으로, 궐련형 전자담배나 액상형 전자담배를 이용해 흡연을 하는 이들에 대한 데이터는 포함되지 않아 실제 흡연율은 현재 데이터보다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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