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음성기반의  ‘AI비서’ 시장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리서치앤마켓이 예측에 따르면 AI개인비서(IVA) 시장은 오는 2023년엔 252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약 46%의 성장이 예상된다./ 사진=Getty images,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자비스, 데이터 화면 띄우고 홈 네트워크에 연결해.”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으로 잘 알려진 토니 스타크가 인공지능(AI) 비서인 ‘자비스’에게 명령을 내릴 때 자주 하는 대사다.

AI비서 자비스는 토니 스타크의 명령대로 움직일 뿐만 아니라 가끔씩 농담을 주고받고 서로 싸우기도 하는 등 인간적인 면모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최근 AI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영화 속 장면이 이젠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머지않아 개개인 모두 스마트폰과 AI스피커를 통해 자신만의 ‘자비스’를 고용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한 AI비서 자비스를 개개인 모두가 스마트폰과 AI스피커를 통해 고용할 수 있는 시대가 조만간 올지도 모른다. 사진은 영화 아이언맨1의 한 장면./ 아이언맨 장면 캡처

◇ AI비서, 스마트 스피커로 급성장… “미래인 스마트폰도 핵심 디바이스 될 것”

실제로 AI비서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는 추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리서치앤마켓이 예측에 따르면 AI개인비서(IVA) 시장은 지난 2017년 25억달러 규모였으나, 오는 2023년엔 252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약 46%의 성장이 예상된다.

AI비서의 상용화가 이처럼 빠른 속도로 이뤄지는 이유는 ‘음성 인식 AI’ 기술 발달이 주된 요인이다. 음성 AI란 사용자의 음성 명령을 스마트폰, 스마트 스피커, 스마트TV 등 IT단말기가 받아들인 후 기기 제어 및 서비스 등을 활용할 수 있는 AI 기술이다. 

음성 기반의 AI비서 시장의 성장은 ‘스마트 스피커’가 중심축에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스미디어에 따르면 세계 AI 스마트 스피커 시장은 39.3%의 높은 연평균 성장률을 기반으로 오는 2023년에는 78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음성 기반의 AI비서 시장의 성장은 ‘스마트 스피커’가 중심축에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스미디어에 따르면 세계 AI 스마트 스피커 시장은 오는 2023년에는 78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아마존의 스마트 스피커 'Ehco'./ 아마존 홈페이지 캡처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에도 AI비서가 탑재되는 추세지만 현재 스마트 스피커가 AI비서 시장의 중심이 된 이유는 ‘적합성’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스마트폰의 경우, 인터페이스와 접근성은 더 편리하지만, AI비서가 주 기능이 아니라 기능면에서 떨어지고, 프라이버시 보장도 개인 스마트 스피커보다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일랜드의 음성인식 AI 스타트업인 ‘보이시스’가 지난 2018년 미국 성인 1,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스마트폰 스피커 사용자의 65%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AI비서 기능을 사용했지만, 스마트폰 유저의 80%는 AI비서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현재는 스마트폰 기반의 AI비서가 스마트 스피커에 비해 인기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향후 AI비서의 핵심 디바이스는 ‘스마트폰’이 될 것이라는 게 IT분야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의 빌레 페트리 우코나호 부이사도 “최신 스마트폰은 소비자에게 ‘개인용 AI 기반 슈퍼 컴퓨터’와 같은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며 “2021년에는 전 세계 스마트폰의 80% 이상이 ‘가상 비서’를 갖게 되고 점유율은 2025년까지 97%로 증가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 세계 AI비서 시장서 국내 IT기업들 경쟁력 높이려면 ‘품질’ 올려야

스마트 스피커와 스마트폰 등의 디바이스를 기반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AI비서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글로벌 IT기업들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지난 2019년 전 세계 AI비서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구글의 ‘구글 어시스턴트’와 애플의 ‘시리(Siri)’의 이용자 비율이 36%로 가장 높았다. 이어 △아마존 알렉사(Alexa: 25%) △MS 코타나(Cortana: 19%) △기타(Other: 1%)로 집계됐다. 

이처럼 애플, 구글, MS,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IT ‘공룡’ 기업들이 AI비서 시장을 장악한 이유는 오래 전부터 준비해 왔기 때문이다. 애플은 지난 2011년 이미 전 세계 최초로 음성 기반 AI비서 플랫폼 ‘시리(Siri)’를 출시해 아이폰4S에 탑재했다. 

구글도 2012년 ‘구글 나우’를 출시한 이후 2016년 현재의 AI비서 ‘구글 어시스턴트’를 공개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이용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스마트 스피커로 잘 알려진 아마존은 2014년 11월 음성 인식 AI 플랫폼 ‘알렉사(Alexa)’를 출시해 자사의 스마트 스피커 ‘에코(Ehco)’에 탑재했다

국내 IT기업들 역시 이동통신사들을 필두로 AI비서 시장 확보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다. SK텔레콤의 경우, 2016년 자체 개발한 AI음성인식 플랫폼 ‘누구(NUGU)’를, KT는 2017년 세계 최초로 IPTV와 연계가 가능하 스마트 스피커 ‘기가지니’를 출시했다. 통신사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와 LG전자도 각각 ‘빅스비’와 ‘Q보이스’의 음성인식 AI서비스를 스마트폰와 PC, 스마트TV, 냉장고 등 신형 가전제품에 탑재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해외 IT기업과의 경쟁과 국내 AI비서 시장의 확대 등을 위해선 음성 및 명령어 인식 정확성 등 기본 성능 향상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국내 리서치 업체 컨슈머인사이트에서 2019년 발표한 국내 AI 스마트 스피커 만족도 조사에서 ‘서비스에 만족한다’고 답한 비율은 49%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불만족 이유로는 △음성 명령 인식 안됨 (50%) △자연스런 대화 어려움 (41%) △소음을 음성 명령으로 오인(36%) △정확한 정보·콘텐츠를 제공 어려움(28%)의 순으로 나타났다. 

국내 AI 업계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스마트홈, 자율주행 자동차, 가사도우미 로봇 등이 발전함에 따라 음성 기반의 AI비서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며 “세계 주요 IT업체들은 이미 AI 음성인식 서비스 개발에 속도를 올리고 있는 만큼, 한국의 IT기업들 역시 품질 확보 및 기술 개발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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