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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자의 줌인
문화계 동북공정 논란 속 빛난 ‘놀면 뭐하니?’ 행보
2021. 04. 19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놀면 뭐하니?’(위)와 ‘빈센조’ PPL을 향한 시청자들의 평가가 엇갈렸다. /MBC ‘놀면 뭐하니?’, tvN ‘빈센조’ 캡처
‘놀면 뭐하니?’(위)와 ‘빈센조’ PPL을 향한 시청자들의 평가가 엇갈렸다. /MBC ‘놀면 뭐하니?’, tvN ‘빈센조’ 캡처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빈센조는 중국산 비빔밥을 먹었고, 유야호는 한복 입고 김치를 먹었다. 최근 문화계로까지 확산된 중국의 동북공정 논란이 나날이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놀면 뭐하니?’의 ‘사이다’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동북공정(東北工程)은 중국이 중국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자국 역사로 만들기 위해 2002년부터 추진한 역사‧문화 왜곡 연구 프로젝트다. 고구려‧발해 등 한국 고대사를 자국 역사에 편입하려는 중국 정부의 끊임없는 시도로 지속적인 논란을 빚어왔다. 

최근에는 김치‧한복‧판소리 등 한국 고유의 전통문화까지 자국 문화라고 주장하며 동북공정의 범위가 더욱 확대되고 있어, ‘문화 공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거대 자본을 앞세워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K-콘텐츠’가 중국의 선전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러한 가운데, 몇몇 국내 드라마들은 중국 기업 제품의 과도한 PPL(간접광고)로 뭇매를 맞았다. tvN ‘여신강림’과 ‘빈센조’가 대표적. ‘여신강림’에서는 한국 학생들이 한국 편의점에서 컵라면처럼 된 훠궈를 먹거나, 중국어로 된 버스정류장 광고가 반복적으로 등장해 시청자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과도한 중국 제품 PPL로 논란이 된 ‘여신강림’(위)과 ‘빈센조’. /tvN 방송화면 캡처 ​
​과도한 중국 제품 PPL로 논란이 된 ‘여신강림’(위)과 ‘빈센조’. /tvN 방송화면 캡처 ​

‘빈센조’도 주인공 송중기(빈센조 역)와 전여빈(홍차영 역)이 뜬금없이 중국 브랜드 비빔밥 제품을 먹으며 논란을 키웠다. ‘빈센조’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전파되는 만큼, 한국 전통 음식인 비빔밥이 중국 음식이라는 잘못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오해의 소지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표적인 ‘한류스타’로 꼽히는 송중기의 결여된 문제의식 또한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SBS ‘조선구마사’ 역시 과도한 중국풍 소품 사용은 물론, 역사왜곡 문제까지 불거지며 거센 비판 여론에 부딪혔고, 방송 2회 만에 폐지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기도 했다. ‘역사왜곡’을 넘어 ‘문화왜곡’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대중은 분노했다.

이에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의 행보는 더욱 눈에 띈다. ‘놀면 뭐하니?’는 김태호 PD와 유재석의 대표작 ‘무한도전’과 마찬가지로 무형식 프로그램으로, 매주 다른 특집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 방송은 SG워너비 같은 실력파 남성 보컬 그룹을 결성하는 프로젝트 ‘MSG 워너비’ 특집으로 꾸며지고 있는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명곡의 향연뿐 아니라 블라인드 오디션 방식을 차용해 참가자들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이번 특집이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한국 고유의 전통문화를 프로그램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는 점이다. 유재석은 MSG워너비 그룹의 제작자 ‘유야호’로 또 하나의 새로운 ‘부캐’를 탄생시켰는데, 유야호는 한옥을 배경으로 생활한복을 입고 전통 부채를 들고 등장,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전통차와 누룽지를 즐기는 것은 물론, 꽹과리‧징‧북 등 국악기를 활용한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여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놀면 뭐하니?’에서 한식 먹방을 선보인 유재석. /MBC ‘놀면 뭐하니?’ 캡처 ​
​‘놀면 뭐하니?’에서 한식 먹방을 선보인 유재석. /MBC ‘놀면 뭐하니?’ 캡처 ​

남다른 PPL 활용법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 17일 방송에서 유야호는 오디션 참가자와의 면접을 앞두고 “일단 배를 먼저 채우겠다”며 ‘먹방’을 선보였다. 그는 흰쌀밥에 김치, 김부각을 맛깔나게 먹어치운 뒤, 사이다로 식사를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김부각과 사이다 상표가 그대로 전파를 탔다.

유야호의 식사 장면은 ‘MSG워너비’ 특집과는 전혀 무관한 내용인데다, ‘간접 광고’가 분명했음에도 거부감은커녕 시청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냈다. 중국의 동북공정 논란을 풍자함과 동시에, 시원하게 일침을 가한 ‘사이다 먹방’이었다는 반응이다.

끝이 아니었다. 이날 SG워너비 김용준‧김진호‧이석훈 완전체가 출연해 히트곡 메들리 무대를 꾸몄는데, 한국적 매력을 더한 ‘아리랑’을 선곡한 것도 의미를 더했다. 아름다운 선율에 맞춰 어깨춤을 추는 유재석부터 SG워너비 멤버들까지, 모두가 하나 된 무대로 뭉클한 감동을 안겼다.

앞서 서경덕 교수는 자신의 SNS에 “우리의 문화와 역사는 우리 스스로가 지켜나가야만 한다”면서 “중국 동북공정 문화공정 당당하게 대응합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문화를 지키기 위해 사소한 PPL 하나에도 책임을 다하는 ‘놀면 뭐하니?’의 행보가 방송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