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속에 주가가 들썩인 신풍제지가 올해도 뚜렷한 실적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주가가 들썩인 신풍제지가 올해도 뚜렷한 실적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코로나19 속에 주가가 들썩여온 신풍제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침체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주가를 요동치게 만든 요인들의 실체가 뚜렷하지 않은데다, 향후 전망 또한 그리 밝지 않은 모습이다.

신풍제지는 코로나19 국면이 시작된 지난해부터 주가가 크게 들썩인 바 있다. 전 세계 증시가 코로나19 확산으로 큰 충격을 받았던 지난해 3월 말 700원대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수차례 급등세를 보이더니 12월엔 장중 한때 5,000원대까지 돌파한 것이다.

주가를 요동치게 만든 배경으로는 크게 세 가지가 꼽힌다. 먼저 사명이 비슷한 신풍제약의 영향이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신풍제약의 주가가 들썩이면서 신풍제지의 주가도 덩달아 오르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두 번째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온라인 쇼핑 증가다. 코로나19 사태로 오프라인 쇼핑이 줄고 온라인 쇼핑은 더욱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면서 종이박스 수요가 급증하자 제지업체들의 주가가 크게 오른 것이다. 특히 한 제지업체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로 공급부족 사태가 심화하고, 가격인상 조치가 이어지면서 주가는 더욱 들썩였다.

마지막은 쿠팡의 나스닥 상장 영향이 꼽힌다.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오던 쿠팡이 올해 상반기 미국 나스닥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한 가운데, 신풍제지는 ‘쿠팡 관련주’로 분류되며 주가에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들썩인 주가와 달리 신풍제지의 실적은 깊은 부진에 빠져있다. 올해 3분기까지 신풍제지의 연결 기준 누적 매출액은 19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6.4% 감소했다. 2018년과 2019년 1,500억원대를 기록했던 연간 매출액이 지난해 337억원으로 급감한데 이어 올해는 더욱 감소하고 있는 모습이다.

또한 신풍제지는 3분기까지 2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03억원의 연간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신풍제지의 이 같은 급격한 실적 악화는 사업 변화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신풍제지는 2019년 말을 기해 백판지 등을 생산해온 평택공장의 가동을 중단하며 제조업에서 유통업(지류유통판매업)으로 전환을 단행했다.

이는 신풍제지의 주가를 들썩이게 만든 요인들의 실체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을 의미한다. 신풍제지의 주가와 실적이 엇갈린 행보를 보인 근본 이유로도 볼 수 있다. 종이박스 부족 사태 및 쿠팡 관련주 분류에 따른 주가 상승은 제지 제조업체에 해당하는 것인데, 신풍제지는 이미 제조업에서 손을 뗀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편, 올해도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정학헌 신풍제지 회장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창업주 고(故) 정일홍 회장의 아들인 그는 2011년 회장 직함을 달았다. 지난해 3월엔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리며 2000년대 중반 이후 약 15년여 만에 오너경영 체제를 재구축한 바 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