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와 경영권 위협으로 뒤숭숭한 중견기업 토비스가 주주와의 갈등에 휩싸였다. /토비스
실적 악화와 경영권 위협으로 뒤숭숭한 중견기업 토비스가 주주와의 갈등에 휩싸였다. /토비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중견기업 토비스가 실적 악화와 경영권 위협 등으로 뒤숭숭한 가운데 주주들의 공세라는 까다로운 고민까지 마주하고 있다. 창업주 김용범 대표이사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 코로나19로 실적 타격… 경영권 위협까지

토비스는 1998년 김용범 대표가 설립한 산업용 모니터 제조업체다. 혁신적인 기술을 앞세워 세계시장을 공략하며 입지를 다졌고, 어엿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토비스는 카지노 슬롯머신용 모니터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왔으며, 휴대폰·태블릿 PC·디지털카메라·내비게이션·전장용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TFT-LCD 모듈 및 터치패널 부문에서도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뒤숭숭하기만 하다. 우선, 토비스는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실적이 급격히 위축됐다. 4,000억원대였던 연간 매출액 규모가 2020년 2,727억원으로 뚝 떨어졌을 뿐 아니라, 5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한 것이다. 이어 지난해에도 매출액이 2,633억원으로 더욱 감소했고, 규모가 줄어들긴 했으나 8억원의 영업손실로 흑자전환에 실패했다. 

2020년엔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카지노 업계 업황이 크게 위축된 것이 주요 원인이었고, 지난해에는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중단 여파가 컸다.

이런 와중에 토비스는 경영권 측면에서도 예사롭지 않은 변화를 마주했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주가가 크게 떨어진 2020년 3월, 아이디스는 토비스 지분을 5% 이상 보유 중이라고 최초 공시했으며, 그해 11월까지 적극적으로 지분을 확대해나갔다. 그 결과 아이디스가 보유 중인 토비스 지분은 9.47%까지 늘어났고, 단일주주로서는 1대주주에 오르게 됐다. 

반면, 토비스 최대주주인 김용범 대표는 개인 지분이 9.29%이며, 특수관계인을 모두 합친 지분도 14.43%에 불과하다.

문제는 아이디스가 사실상 토비스의 경쟁사라는데 있다. CCTV 전문 제조업체인 아이디스는 산업용 모니터 제조업체인 코텍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아이디스와 코텍 모두 아이디스홀딩스가 최대주주다. 특히 코텍은 카지노 슬롯머신용 모니터 부문이 전체 매출의 60~70%를 차지하는 곳으로, 코비스와는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코비스는 경쟁사가 단일 1대주주 자리에 올라있는 상황이다. 이는 김용범 대표의 지배력이 안정적이지 않은 가운데, 경영권에 큰 위협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물론 아이디스는 지분 보유의 목적을 단순투자라고 밝히고 있으며, 2020년 11월 단일 1대주주에 오른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언제든지 적대적 M&A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 공세 시작한 ‘주주 행동주의’… 난처해진 김용범 대표

이처럼 실적 악화와 경영권 위협으로 뒤숭숭한 토비스는 최근 더욱 까다로운 상황을 맞고 있다. ‘주주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사모펀드 운용사가 토비스를 향해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는 것이다.

주인공은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차파트너스)이다. 2018년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를 상대로 주주 행동주의에 나서 주목을 끌었던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의 주요 임직원들이 2019년 설립했다.

차파트너스는 지난달 토비스를 상대로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으며, 지난 7일 법원은 이를 인용했다. 또한 차파트너스는 정기 주주총회에 자신들이 요구하는 의안을 상정하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도 지난달 제기했으며, 주주제안과 함께 의결권 위임을 권유하고 나섰다.

차파트너스가 제시한 주주제안은 △주당 500원의 현금배당 △정관 일부 개정 △감사 후보자 추천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이다. 차파트너스는 토비스가 임원진에게 과다한 보수를 지급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황금낙하산(적대적 M&A로 경영진이 물러나게 될 경우 추가적인 퇴직금 등을 지급하는 것)’ 조항을 정관에 포함시키고 있어 기업가치 훼손이 우려된다고 지적한다. 또한 자사주를 수차례 제 3자에게 처분하는 과정에서 이사회의 기능과 독립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우선 토비스 측은 당초 이사회를 통해 주주제안 수용 여부를 심의할 계획이었으나 차파트너스 측이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의견표명서를 통해 차파트너스 측 주주제안을 오해이자 부당한 공격으로 규정하고, 조목조목 반박 및 호소하고 나섰다.

토비스는 창업 초기부터 성장과정에 이르는 구구절절한 호소와 함께 경영진의 보수가 합당하다고 주장했고, 차파트너스가 요구한 현금배당 규모에 대해서도 회사의 미래가치를 키워가는데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황금낙하산 조항과 관련해서는 “특별한 상황, 즉 적대적 인수합병 발생 시에만 적용된다”며 “회사의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자 상당수의 코스닥 상장사가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금액 규모도 사회적 통념에 비춰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황금낙하산 조항을 둘러싼 공방은 토비스가 마주하고 있는 경영권 위협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한편, 주주와의 갈등이 본격화될 토비스의 정기 주주총회는 오는 21일 개최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