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사진기자단 = 인수위 사회문화복지분과 임이자 간사와 김도식 인수위원이 29일 오전 경복궁역 서울교통공사 경복궁영업사업소 회의실에서 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과 면담을 하고 있다.
 인수위 사회문화복지분과 임이자 간사와 김도식 인수위원이 29일 오전 경복궁역 서울교통공사 경복궁영업사업소 회의실에서 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과 면담을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남∙여 갈라치기 논란에 이어 장애인∙비장애인 갈라치기 논란까지 일으키면서 당내 내홍이 불거질 조짐이다. 윤석열 당선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까지도 이 대표의 발언에 거리를 두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발언을 경청하는 행보를 보였다.

◇ 이준석의 갈라치기

인수위 사회복지문화분과 간사인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과 김도식 인수위원 등은 29일 오전 경복궁역 내 회의실에서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벌이는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최용기 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 등과 30분의 면담을 갖고 ‘장애인 권리 민생 4법 재개정 요구’ 자료를 살폈다.

임 의원은 “장애인 기본 권리에 대해 관심을 안 가질 수 없다. 우리 모두의 문제”라며 “20년 동안 안 이뤄진 일이지만, 충분히 의견이 전달됐다. 더이상 장애인 이동권 때문에 다른 분들이 불편 겪지 않도록 심사숙고해달라”고 출근길 시위 중단을 요청했다.

또한 박 대표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공당의 대표인데 (전장연에) 좀 사과하시라고 전달하면 좋겠다”고 말하자 “그 말씀 전달하겠다. 여러분의 절박한 마음을 알았으니 시민들께 폐를 끼치는 부분은 지양해달라”고 수용하는 자세를 보였다. 인수위가 이 대표와 뜻이 다름을 표명한 셈이다.

◇ 사흘간 8차례 전장연 시위 겨냥

전장연은 장애인의 날인 4월 20일에 정책 제안에 대한 답변을 달라는 요구와 함께 출근길 시위 중단을 알리자, 이 대표는 해당 내용의 기사를 인용하며 “전장연이 지하철 통행을 막아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해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포기했다. 전장연이 다수의 일반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하는 방식이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인지해서 다행이고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25일부터 27일까지 본인의 SNS를 통해 8차례 전장연 시위를 겨냥한 글을 올렸다. 그는 “오늘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서울시민들의 출퇴근을 볼모로 잡으신다면 제가 현장으로 가겠다”, “결국 불편을 주고자 하는 대상은 4호선 노원, 도봉, 강북, 성북 주민과 3호선 고양 은평 서대문 등의 서민주거지역이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불법시위를 해야 의견이 관철된다는 잘못된 선례를 남기면 안된다”는 등 강한 발언을 이어갔다.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이 대표는 29일 YTN 인터뷰에서 “저는 이분들이 피켓 들고 시위하거나 지하철 탑승해서 이동한 것에 대해 뭐라 한 적 없다”며 “장애인들의 지하철 시위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출입문을 막아 운행을 지연시킨 방식을 말한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25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에 참석해 무릎을 꿇고 사과하고 있다. (사진=전장연 페이스북 캡쳐)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25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에 참석해 무릎을 꿇고 사과하고 있다. (사진=전장연 페이스북 캡쳐)

◇ “집무실 이전 이슈가 타격”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연일 장애인 단체를 비난하고 있는 이 대표를 저격하는 의원이 나오기 시작했다.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출신 김예지 의원은 28일 오전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열린 전장연의 ‘25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기자회견에 안내견 ‘조이’와 함께 참석해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공감하지 못한 점, 적절한 단어를 사용하지 못한 점, 정치권을 대신해서 사과드린다. 정말 죄송하다”고 무릎을 꿇었다.

같은 날 CBS라디오 ‘한판승부’와의 인터뷰에서 ‘이 대표를 만나 장애인 이동권 등에 대한 설명을 해줄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그분이 내용을 몰라서 그러고 계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설명보다는 본인이 자각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또한 비대위 최고위에서는 일부 최고위원이 이 대표의 행동에 대해 6·1 지방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하자 이 대표는 “당 차원이 아닌 제 개인 자격으로 하는 이슈 파이팅”이라고 맞섰다. 그러나 정미경 최고위원은 “왜 하필 장애인 단체를 상대로 이슈 파이팅을 하느냐”고 우려를 표했고, 조수진 최고위원도 “국민의힘이 약자와의 동행을 전면에 내걸고 있지 않나”고 자제를 요구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 이슈보다 더 타격인 것이 없다”고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그는 SNS를 통해 “용산 집무실 이전 관련해서 적극대응을 주문하는 것은 용산 집무실 이전 반대와 다르다”며 "이전은 당에서 적극 지원하지만, 집무실 이전 관련 대응이 지지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 국민의힘 의원들 공개적으로 반기

하지만 이 대표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본인의 SNS를 통해 “전장연이 시민의 발인 지하철의 운행시간을 지연시켜 시민에게 불편을 드린 것은 위법으로서 분명 잘못된 일이지만 약자인 장애인이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정치인이라면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이동권 보장'의 목소리를 먼저 들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정책과 행정을 합리와 효율, 논리만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정치를 AI에게 맡기면 될 일”이라며 “정치는 약자에게 ‘필요 이상’의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 따뜻한 피와 가슴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하는 것”이라고 약자를 위한 공정을 강조했다.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은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에 출연해 이 대표의 발언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우리 당 대표지만 저 생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김예지 의원이 용기 있는 행동을 하셨다 생각하고, 저도 이 자리를 빌어서 사과드린다”며 “사실 정치권에서 미리 장애인들의 이동권·교육권·노동권 등을 해결했다면 저분들이 지하철로 가실 필요가 없었을 것이고 출근길 국민들이 불편을 겪을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정치권에서 게을리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반성적인 태도를 보였다.

다운증후군 딸을 둔 나경원 전 의원도 “이동권보장은 장애인의 생존”이라며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면서 수없이 좌절하고, 현실에 부딪히면서 느꼈던 것은 바로 법과 제도가 제대로 안되어 있으면 떼법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장연의 그때 그때 달라요의 시위 태도도 문제이지만, 폄훼, 조롱도 정치의 성숙한 모습은 아니다”고 이 대표를 직격했다.

정치권에서는 전장연에 대한 비판보다 곧 집권당 대표가 될 이 대표의 거친 언행에 대한 우려가 더 크게 나오는 셈이다. 장성철 대구 가톨릭대 겸임교수는 “전장연도 비판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준석 대표는 야당 지도자다. 40여일 있으면 여당 당대표가 된다”며 “저렇게 어렵고 힘들어하는 약자분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면 저분들이 우리 편이 아니더라도 저분들의 어려움을 해소해 주고 해결해 주는 게 바로 정치인, 정치 지도자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 대표가 개인적으로 하는 이슈파이팅이라고 해명한 데 대해서도 “그건 말장난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이준석씨는 지금 국민의힘 당대표이고, 여당 당대표가 될 분이다. 그 분이 어떻게 개인 의견이 있을 수 있겠느냐. 그건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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