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0일 서울시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당내 서울시장 공천 관련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뉴시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0일 서울시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당내 서울시장 공천 관련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6·1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송영길 전 대표와 박주민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이를 둘러 싸고 당 내홍이 격화되고 있다. 후보 배제 없이 경선을 해야한다는 입장과 대선패배의 책임이 있는 인물이 지방선거로 복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부딪힌 것이다.

19일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이원욱)가 비상대책위원회에 송영길·박주민 예비후보를 컷오프하는 안건을 올린 것이 알려졌다. 이에 송 전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전략공천위원회의 경선배제 방침을 전해 들었다”며 “이러한 결정은 6·1 지방선거를 사실상 포기하고 민주당을 파괴하는 자해행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러한 사실을 통보받지 못했다. 아직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지만, 본인의 SNS를 통해 “전쟁 같은 법사위 중에…”라는 글을 남겨 심경을 전했다.

◇ 박지현 “경선하지 않겠다는 것은 패배 선언”

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 결정이 알려지자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본인의 SNS에 ‘서울시장 공천, 경선해야 합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박 위원장은 “저는 이 결정을 당원과 서울시민, 그리고 국민을 모두 외면한 결정으로 규정한다”며 “충북은 선거에 패배한 가장 큰 원인인 부동산 실패에 책임있는 분을 공천했다. 그런데 서울에서는 대선 때 누구보다 헌신했지만, 선거 결과에 총괄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전 당 대표를 탈락시키겠다고 한다. 왜 충북과 서울의 잣대가 다르냐”고 노영민 후보와 직접 비교했다.

그러면서 “충북에서 노영민 후보를 공천하겠다면 송영길, 박주민을 비롯한 서울시장 예비후보를 모두 경선에 붙여야 하고, 부동산 실패와 선거 패배 책임이 있는 예비후보를 모두 탈락시키겠다면 노영민 후보도 당연히 탈락시켜야 한다”며 “이것이 상식적 판단이고 공정한 잣대”라고 전략공관위의 모순을 지적했다.

이어 “저는 부동산 실패에 책임이 있는 분, 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분은 스스로 판단해서 나서지 말 것을 요청했다. 이것이 반성과 쇄신을 약속한 민주당의 길이라고 보았다”면서도 “하지만 제 의견이 무조건 맞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저와 다른 의견을 가진 분들도 많았다. 다만 이렇게 의견이 엇갈릴 때는 소수의 지도부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당원과 시민의 집단지성으로 결정해야한다”고 호소했다.

박 위원장은 끝으로 “국민과 당원의 뜻에 따라 서울시장 공천을 바로잡겠다”며 “특정 세력의 이해를 반영한 ‘계파공천’이 아니라 지선승리를 위한 ‘국민공천’이 되도록 지혜를 모으겠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장의 이와 같은 지적에 전략공관위원장 이원욱 의원은 “박 비대위원장께서는 ‘대선 책임∙부동산 책임자의 출마가 부적절하다’며 송영길∙노영민 두 후보를 이미 공개 비판하신 바 있다”며 “이번 전략공천위의 결정은 박 비대위원장이 지적했던 명분 없는 출마가 가져올 부작용과 전국 선거에 미치는 악영향뿐만 아니라 최근 인천에서 주목되는 지지율 저하, 전략공천위가 실시한 여러 조사에서 나타난 결과를 종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경쟁력은 우위가 아니고 부작용만 큰 후보군을 우선 배제한 고심 어린 결정”이라며 “일관성 있는 태도를 요청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계파공천’이 아닌 ‘국민공천’을 하겠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저는 ‘명낙대전’으로 표현되는 그 어떤 계파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으로서 제게 계파공천의 굴레를 씌우는 것은 수용할 수 없는 모욕”이라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이 송영길 전 대표와 박주민 의원을 오는 6·1 지방선거 서울시장 공천 대상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사진은 이원욱 공천관리위원장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송영길 전 대표와 박주민 의원을 오는 6·1 지방선거 서울시장 공천 대상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사진은 이원욱 공천관리위원장 /뉴시스

◇ 심사내용 유출… 징계 방침

민주당에서는 당 내부 심사 내용이 유출되면서 갑론을박이 확산되자 난감한 상황이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략공천관리위원회에선 그런 논의를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전략공관위는 평시같으면 최고위원회의인 비대위의 전략공천 권한을 위임받아 심사하는 기구”라며 “우리 당규는 전략공관위가 그 결정사항이나 심사자료에 대해 철저한 비밀을 엄수하도록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그 심사 결과는 당대표, 즉 지금은 공동 비대위원장에게만 보고하도록 돼있다”고 밝혔다.

또한 20일 비대위 회의에서 윤 위원장은 “어제 심사 결과가 언론에 유출된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전략공관위의 결정이 유출된 경위를 윤리감찰단이 조사해 징계를 요청하도록 직권명령 했다”고 했다.

민주당 일부 관계자들에 의해 송 전 대표에게 컷오프 사실을 전한 것이 알려졌고, 송 전 대표가 이에 반발하는 입장문을 내면서 확실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내용은 정다은 전략공관위원이 19일 밤 “조금 전 전략공천관리위원회에서 서울시장 후보 선출에 있어 송영길 전 대표, 박주민 의원을 배제하기로 했다”고 밝혔고, 손혜원 전 의원이 SNS에 결정사항을 비판하면서 공개됐다.

윤리감찰단의 조사가 완료되기 전까지 유출 경로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유출 경위가 알려진다면 관계자들의 징계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윤 위원장의 설명과 같이, 이번 결정은 전략공관위 선에서 나온 것이라 아직 확정단계는 아니다. 최고 의결기구인 비상대책위원회는 20일 오전 비공개 회의를 열고 관련 내용에 대한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 최종 결정이 바뀔 가능성은 있다. 다만 이번 논의가 ‘계파공천’ 프레임까지 씌워진 만큼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송 전 의원을 공천 배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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