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생명의 보고’였던 바다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배출하는 수많은 쓰레기들로 인해 점차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에 <시사위크>는 5월 31일 ‘바다의 날’을 맞아 전라남도 여수에서 진행된 해양 정화 봉사활동 현장을 찾았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여수=박설민 기자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는 ‘바다’는 38억 년 전 최초의 생명이 잉태된 장소이며,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80%의 생명이 살고 있는 장소다. 

하지만 ‘푸르른 생명의 보고’였던 바다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배출하는 수많은 쓰레기들로 인해 점차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다.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바다의 생명력을 되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이에 <시사위크>에서는 5월 31일 ‘바다의 날’을 맞아 전라남도 여수에서 진행된 해양 정화 봉사활동 현장을 찾아 바다의 생명력을 회복시키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에 함께 참여하는 시간을 가졌다.

5월 31일 오전 8시 30분,  ‘2022 바다의 날 기념 바다쓰레기 청결활동 및 모니터링’ 활동에 참여하기 위해 모인 자원봉사자들이 물자를 배에 실어 나르는 모습./ 여수=박설민 기자

◇ “물병부터 폐어구까지”… 해양 쓰레기로 뒤덮인 여수 횡간도 앞바다를 가다

지난 5월 31일 수원시에서 5시간의 여정 끝에 오전 8시 30분 월전항에는 전라남도 여수 화태도 월전항에 도착했다. 바닷바람을 타고 들어온 상쾌한 짠 내음이 가득한 항구에는 해양환경인명구조단 여수구조대 박근호 대장을 비롯해 여러 이미 ‘2022 바다의 날 기념 바다쓰레기 청결활동 및 모니터링’ 활동에 참여하기 위해 모인 봉사자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이번 활동은 ‘제 27회 바다의 날’을 맞아 전라남도 여수 횡간도에서 여수시·여수산단공동발전협의회(이하 공발협)가 주최하는 해양 청결활동이다. 공발협에서는 여수 산업단지 주변의 해양 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고 바닷가를 정화하기 위해 매년 바다의 날에 정화활동을 펼치고 있다.

해양 정화활동을 위해 전라남도 여수 횡간도로 향하는 자원봉사자들. 이날 봉사활동에는 한영대학교와 전남대학교, 여수해양과학고 학생들을 비롯해 LG화학 등 여수 산단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도 함께 참여했다. / 여수=박설민 기자

오전 9시, 모든 봉사 활동 지원자들이 모인 후 해양 정화활동을 개시할 장소인 여수의 작은 섬마을 ‘횡간도’를 향해 배를 타고 이동했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약 20분 정도 배를 타고 도착한 횡간도의 해안가는 말 그대로 ‘쓰레기장’을 연상케 했다. 횡간도 해안가를 뒤덮고 있는 엄청난 쓰레기의 양에 봉사자들도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너무 심각하다’ ‘바다 오염이 생각보다 엄청 심하구나’ 등의 목소리가 탄식과 함께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여수 횡간도의 오염된 바닷가의 모습. 온갖 생활 쓰레기들이 뒤엉켜 엄청난 악취를 내뿜고 있었다./ 여수=박설민 기자
"형이 왜 거기서 나와?" 도저히 바다에서 나온 쓰레기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버려진 냉장고의 모습./ 여수=박설민 기자

해안가에서 심각할 정도로 많은 쓰레기의 종류는 ‘플라스틱’과 ‘비닐’이었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작은 물병부터 음료수 페트병, 각종 비닐봉지들이 파도에 떠밀려와 바닷가 전체를 어지럽히고 있었고, 아직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있는 정체불명의 물질(음식물로 추정)들은 뜨거운 횡간도 해안가의 햇볕 아래 썩어가며 심각한 악취를 풍겼다.

버려진 어업용 장비도 심각한 해양오염을 일으키는 주범이었다. 해안가에 버려진 폐어구들이 해초와 물고기 등 해양생물들의 사체와 뒤섞여 썩어가고 있는 모습./ 여수=박설민 기자

일상생활에서 버려질 법한 플라스틱 쓰레기들뿐만 아니라 버려진 어업용 장비들 역시 횡간도 바닷가를 심각하게 오염시키는 범인들 중 하나였다. 폐그물과 버려진 밧줄, 어업용 통발 등은 해안가 전체를 뒤덮은 쓰레기들은 해초와 물고기 등 해양생물들의 사체와 뒤섞인 자갈밭과 모래밭에 박혀 손으로 빼는 것조차 어려울 지경이었다.

유리병과 녹슨 쇳조각, 버려진 가전 제품 등은 날카롭게 깨지거나 찢어진 채 위협적으로 자갈밭에 버려져 있었다. 만약 이 곳에서 수영을 하거나 조업을 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 크게 다칠 수 있을 정도였다. 또한 버려진 페인트통은 녹이 슬어 터져있었는데, 내부에는 아직 남아 있는 푸른색 페인트가 자갈밭에 쏟아져 모래와 함께 끈적하게 엉겨붙어 있었다.

해안가 쓰레기를 청소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의 모습. 후덥지근한 날씨에 햇볕까지 내리쬐었지만 자원봉사자들의 쓰레기 줍는 손길까지 막을 순 없었다./ 여수=박설민 기자

◇ ‘땀 뻘뻘’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에 깨끗해진 횡간도 바닷가

하지만 심각함을 인지만하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는 법이었다. 해양환경인명구조단 여수구조대 소속 박근호 대장의 인솔 아래 자원봉사자들은 쓰레기를 하나하나 주워 자루에 담기 시작했다. 

날이 흐렸으면 좋으련만, 후덥지근한 날씨에 자원 봉사자들의 얼굴에는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울퉁불퉁한 자갈밭에 발바닥은 욱신거렸고, 따가운 바닷가 햇살에 피부도 벌겋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이런 불편함과 고통 속에서도 자원봉사자들은 묵묵히 쓰레기를 치워나갔다. 

마대자루에 쓰레기들을 주워담는 자원봉사자들. 이날 수거된 쓰레기는 약 10톤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박설민 기자
자원봉사자들이 수거한 쓰레기들은 앞바다에 띄워진 바지선으로 옮겨졌다. 작은 보트로 쓰레기들을 바지선에 옮기는 자원봉사자들./ 여수=박설민 기자

2시간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약 12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수거한 쓰레기 자루가 해안가 한켠에 가득 쌓였다. 이렇게 모아진 쓰레기는 바로 앞바다에 띄워진 바지선으로 옮겨진 후 육지에서 처리된다고 했다. 해양환경인명구조단 여수구조대 박근호 대장의 설명에 따르면 이날 수거된 쓰레기만 약 10톤에 달한다고.

마법처럼 쓰레기들이 사라지자 방금 전 만해도 횡간도 해안가를 뒤덮었던 악취도 감쪽같이 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의 얼굴에도 뿌듯함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봉사활동을 마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 여수=박설민 기자

이날 봉사활동에 참여한 한영대학교 황지호 학생은 “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한다고 해 그냥 나온 것이었지만 실제 바닷가 쓰레기를 보니 해양 오염의 심각함을 체감할 수 있었다”며 “덥고 힘들긴 했지만 쓰레기를 다같이 치우고 깨끗해진 바다를 보니 보람이 느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여수시 돌산읍에 거주하는 주민 송흥섭·천정문 부부도 “이번 봉사활동을 하면서 인간의 힘이 굉장이 무섭다고 느꼈다”며 “쓰레기를 버려서 오염시키는 힘도 무섭지만 이를 치우는 힘 역시 대단하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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