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1일 기자는 ‘제 27회 바다의 날’을 맞아 ‘2022 바다의 날 기념 바다쓰레기 청결활동 및 모니터링’에 직접 참여했다. 이날 많은 쓰레기를 치웠지만 여전히 해양쓰레기와의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여수=박설민기자  지난 5월 31일 기자는 ‘제 27회 바다의 날’을 맞아 전라남도 여수 횡간도에서 열린 ‘2022 바다의 날 기념 바다쓰레기 청결활동 및 모니터링’에 직접 참여해 해양오염의 심각성을 직접 체감하고 바닷가를 정화하는 활동을 경험했다.

이번 봉사활동에서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하루 동안 약 10톤의 쓰레기를 수거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현재 오염된 해양 생태계를 복구하기 위해서는 이 정도 노력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현장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5월 31일 ‘제 27회 바다의 날’을 맞아 전라남도 여수 횡간도에서 개최된 ‘2022 바다의 날 기념 바다쓰레기 청결활동 및 모니터링’ 활동에서는 약 10톤의 해양쓰레기들이 수거됐다./ 여수=박설민 기자

◇ “많이 치웠지만”… 끝나지 않는 해양쓰레기와의 전쟁

이날 봉사활동을 마친 후 박근호 해양환경인명구조단 여수구조대(이하 해양환경인명구조단) 대장 역시 표정이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많은 쓰레기를 수거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수 횡간도 뿐만 아니라 주변 해안가와 섬들, 더 나아가 우리나라 전체에는 아직까지 수거되지 않은 쓰레기와 오염물질이 산더미 같다는 것이다.

실제 통계 자료를 살펴봐도 박근호 해양환경인명구조단 대장의 우려처럼 우리나라 해안에서 수거되는 쓰레기의 양은 매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 3월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국가 해안쓰레기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전국 연안에서 수거된 해양쓰레기의 양은 13만8,000톤으로 9만5,000톤이었던 지난 2018년 대비 무려 45%나 증가했다. 쓰레기 종류 중 가장 많은 것은 ‘플라스틱’으로 전체 평균 83%를 차지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3년간 발생한 해양쓰레기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집중호우와 태풍 등으로 발생한 해안·부유쓰레기다./ 뉴시스

해당 자료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3년간 발생한 해양쓰레기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집중호우와 태풍 등으로 발생한 해안·부유쓰레기로 수거량이 지난 2018년 1만4,000톤에서 2020년 4만8,000톤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해양수산부는 “최근 해안쓰레기 수거량이 증가한 것은 최근 태풍 등으로 해안·부유쓰레기가 다수 발생한 것과 정부의 해양쓰레기 관리 사업에 대한 투자 확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 2020년 1,000여 명의 바다환경지킴이가 수거한 해안쓰레기량은 약 3만3,000톤으로 2020년 전체 해안쓰레기 수거량의 약 29%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박근호 해양환경인명구조단 대장도 “이번 바다의 날 행사와 같은 해양 정화활동을 통해 많은 양의 해양쓰레기들을 매번 치워도 많게는 1년, 짧게는 6개월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다시 바닷가는 쓰레기로 가득 차곤 한다”며 “특히 태풍이 불면 더욱 많은 쓰레기들이 떠밀려오는데 이번 활동에서 치운 쓰레기의 양은 이전보다 오히려 적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해안가와 연안으로 밀려오는 수많은 양의 해양쓰레기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해안 생태계에 심각한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사진은 여천항 인근 해안가에서 바다거북이 그물에 걸려서 폐사한 모습./ 해양환경인명구조단 여수구조대

◇ 현장 전문가들 “정부 차원의 도움 절실”

이처럼 해안가와 연안으로 밀려오는 수많은 양의 해양쓰레기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단순히 악취와 미관상의 문제만은 아니다. 근처에서 서식하고 있는 해양 생물들의 생존 자체에 해를 끼쳐 해안 생태계를 붕괴시키는 범인이 바로 해양쓰레기라는 점이다.

국립공원공단 소속 국립공원연구원이 지난 2011년 발표한 보고서 ‘해양쓰레기가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 따르면 어류 등 해양 생물들이 부유하거나 침적돼 있는 어망과 로프에 걸려 죽는 ‘유령어업(ghost fishing)’과 먹이로 착각해 섭취한 쓰레기에 의한 소화장애 사망이 대표적 생태계 피해 사례로 꼽힌다.

생태계 파괴 문제뿐만 아니라 바다에서 양식 등 어업활동을 하는 어민들에게 해양쓰레기로 인한 수산자원의 감소는 당장 생계의 위협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버려진 폐어구로 인한 어획량 피해는 연간 3,787억원에 이른다.

해양쓰레기는 크고 작은 해양 사고의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지난 1993년 29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서해훼리호 침몰사고의 원인도 프로펠러에 낀 폐어망과 로프였다./ KTV 대한늬우스 유튜브 캡처

아울러 해양쓰레기는 크고 작은 해양 사고의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버려진 폐어망이나 로프, 비닐 등의 해양쓰레기가 선박의 프로펠러에 걸릴 경우 선박 운행 장애뿐만 아니라 배의 침몰 등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93년 대한민국 전라북도 부안군 위도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서해훼리호 침몰사고’의 원인도 해양쓰레기가 원인이었다. 당시 사고조사위원에 따르면 서해훼리호는 수면 위에 부유하던 폐어망과 로프 등이 우현측 프로펠러에 걸리면서 동작 불능 상태가 된 것이 선박 전복의 원인이었다고 한다. 이 사고로 총 29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박근호 해양환경인명구조단 대장은 “이번 현장에서 보셨듯이 해양쓰레기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라며 “이번에 정화활동을 한 곳도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어 “해양환경인명구조단 등 단체들이 해양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는 있지만 이는 한계가 있다”며 “결국 정부에서 실질적 대책 마련과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정부 차원에서의 도움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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